그곳이 낯설다니...
그곳이 낯설다니...
지연이 잠든 곳 가까이의
작은 아버님 댁.
언제나 고향에 가면
함께 들르던 곳.
지연이가 잘 들렀던 그곳.
지연이 가기 열흘 전에도
드라이브 끝에 함께 들른 곳.
고향 땅에 잠들었으니
외롭지 않으리라.
이제 다 큰 아이니
혼자 있다고 겁내진 않으리라.
제가 잘 가던 곳이 가까우니
외로워하지 않으리라.
어젠 지연 엄마와 둘이
작은 아버님 댁부터 들러
사촌형 부부에게 인사하고
묘역을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처마 밑에 피어난
능소화를 보았다.
아름다운 자태에 미혹(迷惑)되어
감탄을 연발한다.
매년 이 맘 때 그 꽃을 보는데,
그 아름다움이 새로울 뿐이다.
황색이 곁들여진 핑크빛은
형언할 길이 없는 아름다움.
그렇게 즐거운 마음이 되어,
내 딸 잠든 곳에 가는데
이제 세 번째 찾는 그곳이
왠지 낯설다.
차례를 지내러 갈 때마다
들르던 곳이다.
근데 거기가 낯설다.
지연이가 거기 있으니
마음이 푸근할 줄 알았는데...
그 앨 보러 왔는데...
그 애가 안 보여 당황한다.
그곳에 잠들게 했으면서도
막상 그 애 묻힌 곳을 보니
허망(虛妄)스러워 당황한다.
'괜히 왔구나.
안 올 걸 그랬구나.
보고 싶어 왔는데...
진정하려 왔는데...'
생각지도 못 한 허탈감에
난 연신 휘청댔다.
오래지 않아
허허로운 마음으로 돌아 온 작은댁엔
다시 능소화의 아름다운 자태.
그걸 보니 왠지 더 서럽다.
그 아름다움이 날 서럽게 한다.
그걸 보지 못 하는 연이 생각에
그걸 보는 것도 아픔이었다.
빨리 거길 떠나고 싶어하는 내게,
점심 먹으라는 형수님.
'점심은 무슨 점심인가?'
잠시 묘역에 간 사이에
형수가 일부러 밥을 지었댄다.
성의에 감사해 하면서도
먹기를 거부했다.
여러 번의 권유에도
난 고집을 피웠다.
집사람 혼자 점심을 먹는 동안,
난 그냥 소파에 앉아 있었다.
'가고 싶다, 가야 한다.'
난 거길 떠나고 싶었다.
지연이 잠든 부근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우리 없는 집에 돌아와 있을
현근이가 보고 싶었다.
황산이 낯설었다.
내 고향이 처음으로 낯설었다.
'그곳이 낯설다니...
내 맘을 푸근하게 만들던
그곳이 낯설다니...'
하루 지난 오늘,
형수님께 사과한다.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안 그러려고 했는데,
그리 되고 말았어요.
죄송합니다, 형수님.
잊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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