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마찬가지구나...
[哀悼의 場]에 있는
지연이의 사촌 동생 지예가 쓴 글을 읽었다.
[박지예] 잊을 만하면...
지예의 글을 읽으니,
그날의 기막힌 일들이 떠올랐다.
지예가 그날을 그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긴 우리 집안의 그 누구도
서로 지연이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런 얘길 꺼낼 수 없는 것은
그런 행동이 자학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결론이 뻔한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
지예의 심정도 이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그래도 지연이는 지예의 꿈에 나타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난 지연이가 떠난 후 단 한 번도 그 앨 꿈에서 본 일이 없다.
지연이가 정을 떼려고 안 나타나는 거란 얘길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난 그런 게 아님을 안다.
이유는 내가 독한 놈인 때문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제 난 꿈을 꾸다가도 그게 꿈인 걸 인식하며 깨어난다.
연이를 만나 기뻐하다가
꿈이란 걸 알면서 희미하게 사라질 연이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꿈꾸기를 거부해 왔다.
그래도 언젠가는 내 의지와 달리 꿈을 꿀 줄 알았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꿈을 꾸지 않았다.
지연이에 관한 꿈 만이 아니라, 꿈 자체를 꾸지 않았다.
'혹시 연이가 발붙일 자리가 없게 만든 건 아닌가?
독한 아빠가 꿈에 찾아 온 딸을 박대한 건 아닌가?'
하지만 그 애가 이 아빠의 심정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아빠의 딸이므로 그 앤 날 이해해 줘야 한다.
지예의 사촌 언니를 애도하는 글을 보며,
'그래... 너도 그랬구나. 다 마찬가지구...'
Who's Dr.Spark
번호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좋아요 | ||||
---|---|---|---|---|---|---|---|---|---|
82 | 추석을 맞아 지연이 곁을 찾았으나... | 박순백 | 2001.10.04 | 2634 | 0 | ||||
81 | 그 애 살아 생전에... | 박순백 | 2001.09.24 | 3458 | 0 | ||||
80 | 추억으로 그리운 곳 | 박순백 | 2001.09.11 | 2455 | 0 | ||||
79 | 아빠가 지연일 사랑하는 증거 | 박순백 | 2001.08.30 | 3711 | 0 | ||||
78 | [정덕수] My Lovely Jenny -꿈들을 이야기 하는데 | 박순백 | 2001.08.27 | 2634 | 0 | ||||
77 | [고성애] '내 사랑 알프스' | 박순백 | 2001.08.27 | 4488 | 0 | ||||
» | 너도 마찬가지구나... | 박순백 | 2001.08.18 | 2301 | 0 | ||||
75 | 연이가 잠든 고향의 다른 모습 | 박순백 | 2001.08.18 | 2392 | 0 | ||||
74 | 무심하신 그 분. | 박순백 | 2001.08.17 | 2212 | 0 | ||||
73 | 결국은 미물(微物) | 박순백 | 2001.08.14 | 1711 | 0 | ||||
72 | 빈 자리들을 돌아보며... | 박순백 | 2001.08.12 | 1780 | 0 | ||||
71 | 행복한 시간의 길이(length) | 박순백 | 2001.08.10 | 2794 | 0 | ||||
70 | 겨울이 두렵다. | 박순백 | 2001.08.07 | 2211 | 0 | ||||
69 | 연이 단 하나 뿐... | 박순백 | 2001.08.06 | 1973 | 0 | ||||
68 | 연이의 허브 화분 - 아빤 참... | 박순백 | 2001.08.05 | 2554 | 0 | ||||
67 | 잊으려는 노력으로... | 박순백 | 2001.08.03 | 1757 | 0 | ||||
66 | 겨우 하나의 아픔 | 박순백 | 2001.08.02 | 1555 | 0 | ||||
65 | 49제라 하니... | 박순백 | 2001.07.31 | 2278 | 0 | ||||
64 | ? | 박순백 | 2001.07.31 | 654 | 0 | ||||
63 | 그리운 그 날의 예쁜 미소 | 박순백 | 2001.07.30 | 1999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