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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2001.08.07 19:22

겨울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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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제목 : 겨울이 두렵다. / 박순백 - 2001-08-07 19:22:40  조회 : 2108 



겨울이 두렵다.

오늘이 입추(立秋)라 한다.
벌써 가을이라니...
그 애를 떠나 보낸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벌써 하나의 계절이 간다.

계절이 가는 게 두렵다.
입추가 왔다면, 입동(立冬)도 멀지 않으려니...
그래서 난 겨울이 오는 게 두렵다.
우리 가족의 계절인 겨울이 오는 게...
겨울이면 더욱 그 애 생각이 날 것 같아서...

며칠 전 "애도의 장"에 오른
황범규 선생의 글을 읽었다.
천마산에 올라 지연이를 애도했다는...
친척이라도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거기 글 써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라
따로 그분의 글에 대해서만
얘기함이 조심스럽다.

단지, 그 글 속에 천마산 스키장에 관한
내용이 있기에 거론할 뿐이니,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내 고마움은 모든 분을 향하고 있음을...

(546) 제목 : 천마산에서. . . / 황범규 mailto:boom@dhintl.co.kr - 2001-08-03 18:37:29

박사님!

가슴이 미어지는 소식을 접하고, 어떤 말로도 위로의 말씀이 될 것 같지 않아 조심스러워 미루다 이제야 용기를 냅니다.

지난 겨울 지연 학생을 천마산에서 몇 번 보았던 차에 더욱 남의 일 같지는 않았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잠시 비 개인 틈에 천마산에 올라 스키장쪽을 향하여 묵념으로 고인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하였습니다.

박사님 가족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덜어 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 기회에
지연이의 명복을 빌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그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은혜에 보답할 날이 오기를
손꼽아 고대합니다."하는 것.

거기 쓰여진 단 한 개의 단어,
한 줄의 글,
한 단락의 글.
하나의 문장.
모두가 나와 내 가족에게
큰 힘이 되었다.
더 할 수 없는
큰 위로가 되었다.

일일이 답장 드리지 못 함에
단지 죄송할 뿐이다.

황 선생님처럼
지연이를 몇 번 본 분들,
지연이를 잘 알고 계시던 분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그 애가 떠나
그 애를 알던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아픔을 드렸다는 사실에 대하여...
심지어는
그 애를 모르던 분들까지
마음 아파해 주시고,
저희 가족을 위로해 주심에
더 이상 감사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결국은 다가 올
겨울을 두려워한다.
그 애가 없는 겨울을
생각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 애가 없는 스키장의 풍경이
얼마나 낯설 것인가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메어진다.

천마산 스키장은
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관계로
자주 찾던 곳이다.
우리 가족의 스키장이다.
연이도 거기서 스키를 시작하고,
작은애도 거기서 스키를 시작했다.



아직도
천마산 스키장의 홈 페이지에는
연이의 사진이 걸려 있다.
아주 조그맣게...
아무도 모를 지 모르나
우리 가족은 그걸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 왼편 상단 리프트에 앉은 아이들은 연이 고종 사촌인 윤정이, 그리고 가운데가 연이, 오른편은 연이의 사촌인 지예.(99-00 시즌의 사진.) '연이는 그날 따라 내 털모자를 썼구나. 그리고 아빠가 골라 줬던 보그너 재킷을 입고, 저 스스로 고른 데상트 바지를 입었구나...'


- 또 다른 페이지엔 모글을 타는 내 동생 지예 아빠의 사진도...

이렇게 천마산 스키장은
우리 가족의 쉼터였다.
거기 가면
지연이 모든 모습들이
생생히 살아날 거다.
그게 두렵다.

스키는
우리 가족에게
취미 이상의 것이라
항상
겨울 오기만을 바라며 살아왔는데...
이젠 겨울 오는 게 두렵다.
지연이가 없는 겨울이 오는 게
두렵기만 하다.

천마산에 올라
스키장 쪽을 바라보며
묵념해 주셨다는 글을 보며
내가 느낀 감동이
어떠한 것이었겠는가?
정말 감사했다.
연이 역시 그 모습을 보며,
깊이 감사했을 것이다.

내게 주신 모든 말씀들이
나와 내 가족에게
더할 수 없는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런 위로 때문에
아직 내가 살아 있는 것이겠다.
나아가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것이겠다.


- 내가, 이 아빠가 선물한 오클리 선글라스, 그리고 콜럼비아 재킷. 왜 이런 걸 봐도 눈이 시큰해지는 지...

아직도 연이가 떠나갔다는 걸
실감하기 힘들다.
이렇게 생생한 그 애의 사진을 보면
정말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연이는 분명 우릴 떠났고,
우린 다가오는 겨울을 맞아야만 한다.
아름다웠기에 아픈 그 기억들을
지우거나,
아름다움 그 자체로 간직할
그런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집사람이 자신의 홈 페이지 스키란에 올린 글을 보니 이런 게 있다. 나와 다를 바 없다.

번호 #39 /39 날짜 2001년8월6일(월요일) 18:18:10
이름 고성애 E-mail kosa@dreamwiz.com
제목 [Re:38] [동영상] 어제/[ 木 ]자를 보며...

남우 님~
이번 시즌에는 은주가 아주 날라 다니겠는데요. 컨벤셔널 스키로도 그 정도로 잘 탔는데 이제 'T-Power 코브라'로 바꾸신다니 말입니다. 두 분 다 새 스키 장만하신 것 축하드려요. 얼마나 신이 나실 지 짐작되는 바입니다. 저도 컨벤셔널 타다가 Salomon 3V로 바꾸고 나니 스키의 새로운 세상이 보이던걸요. 저 그 때부터 죽자고 열심히 탔다는 것 아닙니까? 그 때부터 장족의 발전을 했지요.^^

이번 12월부터 두 분과 열심히 함께 천마산에 가야만 합니다. 저는... 왜냐? 전 사실 항상 연이와 둘이서 천마산이고, 휘닉스고, 용평이고 밤 11시에 떠나기도 하고 어디라도 늘 둘이 함께 다녔었거든요. 제 큰 걱정은 '다가오는 스키 시즌에 과연 내가 혼자 천마산이나 휘닉스나 용평에 가서 스키를 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특히나 천마산에는 어떻게 혼자 다녀야 할런 지 말이지요.

이번에 '난 지금 휘닉스에'라는 글을 올리면서 스스로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 게 3월 10일의 일이었다니... 그 날 휘닉스에 가서 블루동 바로 앞에 차를 세워 놓고, 날씨가 어찌나 추웠던지 부츠가 얼어서 발이 안 들어가서 둘이 낑낑거리면서 스키화 신으며 깔깔대던 일들이 새삼 떠올라서요.

어디를 둘러 봐도 그 애를 생각나게 해 혼자 눈물짓곤 하지요. 어제는 제가 좋아하는 책을 꺼내다가, 그 속에서 알프스 스키장에 갔다가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 '이걸 어쩌니?' 혼자말 하며 슬퍼했더랍니다. 현근이가 초등학교 4학년, 연이가 중 2 때였는데 '내사랑 알프스'의 이정순 씨가 살던 집 앞 마차에서 찍은 다정스런 그 사진들을 보며 또 서러워지더군요.

그래도 Spark와 저는 그 사진들이나 연이 물건이나 하나라도 없애지 말고 다 두고 가끔 꺼내 보며 서러워 눈물 흘릴지라도 굳세게 이겨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겁이 나서 그 애 물건을 만지지 않고 그대로 둔 상태이고요, 가끔 여기 저기 보이는 그 애 흔적에 울곤 합니다. 그래도 실컷 울고 나면 시원해지거든요.


7월 31일 자 49제가 되는 날까지 [ 悲 木 ]이라고 쓰신 글, 늘 보며 고마워했습니다. 이제 [ 木 ]자만 남은 그 배려심에 다시 한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남우 님과 은주가 있어서 든든해요. 이번 시즌, 그렇게 두 분과 함께 하며 용기를 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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