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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2002.06.13 04:34

연이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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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제목 : 연이 1주기 / 박순백 - 2002-06-13 04:34:04  조회 : 5243 



어느 새 1년이다.

우리 가족 모두 오늘이 그 슬픈 일로부터 1주년이 되는 날임을 알지만
가족들 간에서는 전혀 그에 대한 얘기가 나눠지지 않았다.
누구도 혼자 그 사실을 알고 안으로 삼킬 뿐,
입밖으로 내지 못 한다.
그리고 그걸 서로 말 없이 이해한다.

집 사람의 홈 페이지의 글을 읽다보니
내겐 아무 얘기도 않았던 집사람이 거기다 글 하나를 남겨 놨다.
나도 집사람과 같이 연이와의 또다른 만남을 기원한다.

난 너무 마음이 아파 그 애가 잠든 곳에
꽃을 들고 가는 것조차 싫다.
자주 찾던 고향에 이젠 가기 싫다.
그 애가 잠들어있는 동산이 있는 게 그곳이라
이젠 거기 가기가 싫다.
그냥 멀리 두고 잊고만 싶다.

슬픔을 잊고 싶은 거지,
그게 연이를 잊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애를 어찌 잊고 살 거나?
마음 한 쪽이 그 애와 함께 사라져 허전한데...

눈물을 잊고 살 나이에
그래도 한줄기 샘이 그 애로 인하여 솟아오른다.
내 삶이 메마르지 않게,
그로 인해 적셔진다.

 



번호 #292 /293 날짜 2002년 6월 13일(목요일) 0:16:55
이름 고성애 E-mail kosa@dreamwiz.com
제목 570여년 전의 한 아버지의 절절한 상심

세종대왕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히 아끼고 사랑했던 정소공주(貞昭公主)가 있었다. 12살의 어린 정소공주가 세상을 떠나자 세종은 너무도 상심하여 친히 제문을 지어 어린 딸의 영혼을 달래고자 하였다.

아비는 말하노라. 목숨이 길고 짧은 것은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으므로 비록 움직일 수 없는 바이지만, 부녀간의 지극한 정리는 스스로 끊을 수가 없도다. 슬프다! 너의 일생은 연약한 여식으로 태어나 자태가 단정하고 맑았으며 품성이 곱고 아름다웠도다. 내가 너의 손을 이끌고 다닐 때 너의 행실은 진실로 효성스럽고 우애가 있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어른같이 훌륭하여 자애의 정이 쏠려 너를 어루만지고 사랑하기를 더욱 두터이 하였도다. 네가 혼인하여 함께 편한 삶을 누리려 하였더니 어찌 하찮은 병에 걸려 좀 더 오래 살지 못하고 마침내 이러한 슬픔을 당할 줄 뜻하였으랴.

내가 병 구호를 잘못한 까닭이냐, 너의 고운 목소리와 아름다운 모습은 눈에 완연하건만 곱고 맑은 너의 영혼은 어디로 갔다는 말이냐. 가슴을 치며 통곡하노라. 아무리 참으려 해도 눈물이 가슴을 적시는도다. 이제 현실에 지체하여 나의 슬픈 회포를 풀고자 하노라. 넋이여 앎이 있거든 이 내 말을 부디 들어주려무나.


마지막에 정소공주의 시신을 안고 내 주질 않아서 염이 늦추어 졌다는 기록을 대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570여년 전의 한 아버지의 상심은 몇 백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동시대성(contemporaneity)을 느끼게 된다. 떠나간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애틋하고도 절절한 사랑이 행간에 넘친다.


- 런던에는 두 번씩이나 갔으면서도 연(娟)이 너는 런던에 또 가고 싶다고 했었지. 음식이 불편하기는 커녕 입맛에 딱 맞아 그곳에 아주 눌러 살고 싶다며 깔깔대고 웃던 네 전화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히 들려오는 듯 싶다. 고2 때 영국에 연수 갔다가 돌아오며 엄마에게 사 준 북 마크와 똑 같은 Tower Bridge 사진이다. 엄만 늘 책을 읽으며, 그 북 마크를 사용하며 널 그리워한다.

오늘 연(娟)이 1주기를 맞아 이 글을 읽으니 가슴속이 저며 옴을 느낀다.

연이야~ 부디 하나님 곁에서 평안히 쉬려므나. 우리 기쁘게 다시 만나는 날, 이 세상에서 못다 나눈 우리 가족 사랑, 남김없이 모두모두 함께 나누자꾸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널 사랑한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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