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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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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제목 : 연이 없는 이 6월의 하늘은... / 박순백 - 2002-06-05 11:04:01  조회 : 2803 

지난 일요일,
오후 내내 올림픽 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다.
지연이가 떠난 6월이라,
이 6월의 하늘은 슬프다.
레이스 스케이트로 빠르게 달리면서도
난 자주 연이 생각을 했다.
'그 애가 여기 함께 있었더라면...'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을 보면서
연인,
이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 거라 여겼했다.
난 연이가 떠난 후에 아주 열심히 운동을 했다.
연이를 잊기 위해 운동하는 것처럼...
겨울엔 더할 수 없이 열심히 스키를 탔고,
그리하여 연이 없는 스키장에서도 슬픔을 잊었다.
너무 열심히 스키를 타서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스키 타는 게 지겨울 정도였다.
그래서 일찍 그걸 접었다.
그리고 아주 긴 시즌,
인라인 시즌으로 접어들었다.
전 같았으면 하키 스케이팅을 더 즐겼을 텐데,
그보다 스피드 스케이팅이 좋아졌다.
하키 스케이팅으로는 러닝 하이(running high)를 느낄 만큼,
몸이 극한의 상황에 이르러 고통으로 인한 반대 급부에 이를 만큼,
강한 운동이 되지 못 했었기에...
하지만 그게 슬픔을 이기려는 행동은 아니었다.
단지 난 열심히 살고자 열심히 스케이팅을 했을 뿐이다.

일요일의 스케이팅을 하면서도 난 연이가 차고 있던
Baby G를 차고 있었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다.
못 보던 구두가 하나.



연이의 고등학교 친구 하나가 찾아왔단다.(사진)
나중에 들으니 연이가 만나고 싶어하던 친구란다.
이제 대학 3학년이 된, 그 아이.
친구는 동색(同色)이다.
몇 마디 말을 나눠 보니 역시 연이와 비슷한 성격.
연이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친구였다.
작년에 연이가 떠난 걸 몇 개월 후에 알았더란다.
차마 연락을 못 하고 있다가,
그래도 가보고 싶어 연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란다.
연이 엄만 그 앨 보면 가슴아플까 봐 걱정하다가
오라고 했더란다.
'가슴 아프긴 뭐... 아직도 그럼 안 되지.
친구가 오면 연이도 좋아할 텐데,
왜 걱정을 해?' 생각하며...
난 그 애와 집사람이 나누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가 뭔가 연이의 것을 그 애에게 주고 싶었다.
팔목에 차고 있던 Baby G를 그 애에게 주었다.
아빠와 연이가 함께 테크노 마트에 갔을 때,
연이가 원해서 사 줬던 것이라고,
그 애가 좋아하던 거라 내가 차고 있었다고...
그렇게 말하며, 그 애에게 주었다.



내일이 6일, 현충일.
작년 그 날,
나와 연이 엄마와 연이는
비목(碑木)의 고장 화천에 갔었다.
평화의 댐에 들렀었고...
그 날의 맑은 태양처럼,
그 날의 더운 바람처럼,
이제 초여름의 태양이다.
초여름의 바람이다.

'현충일이 되면
연이를 찾아 추억여행을 가자.
화천의 맑고, 푸른 산하에
한 마리 사슴으로 뛰놀지도 모를
연이를 찾아가자.'
작년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난 못 간다.
안 가기로 했다.
마음이 아플 것 같아
난 못 간다.
연이와 함께 갔던 그 추억의 길을
어찌 다시 가겠나?



아물던 상처가 다시 아파와
요즘은 내리 연이 생각이다.
나만 그렇겠나?
우리 식구들 모두가 그렇겠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연이가 많이 잊혀졌겠지만,
우린 그런 연례행사를 매년 치를 것이다.
그렇게 연이를 기억할 것이다.

짧은 생.
인간의 생 자체가 짧은 건데,
그 조차 다 살지 못 하고 간,
내 사랑하는 딸.
연이.
그렇게 난 통곡하는 마음이 된다.
이 6월에...
이 현충의 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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