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를 만났을 때 왜 그리 못 했는지...
한 때 난 지연이를 꿈에서 보게 될까봐 많은 걱정을 했었다.
지연일 만나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지연일 만나면 마냥 울기만 할 것 같아서...
그래서 꿈에 지연일 안 보게 해달라고 기도한 일도 있다.
그래선가, 지연이가 떠난 후 한참 동안,
정말 아주 오랫동안 그 앨 꿈에서 안 볼 수 있었나 보다.
아니, 그래선지 난 한동안 난 꿈이란 걸 꾸지 않고 살수 있었나 보다.
아무리 편하게 잔 날도, 아무리 피곤하다가 잠든 날도...
난 꿈 없는 날들을 살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샌가 지연일 꿈에서 보게 되었다.
항상 머리에 두고 살던 아이,
항상 마음에 품고 살던 아이를 꿈에서 보았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만은...
근데 아무런 감동이 없이 꿈에서 보았고,
난 그 애를 꿈에서 만났다는 사실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어렴풋하게 생각이 났다.
'아, 내가 그 애를 만났었구나. 그게 꿈이었구나.'
그러면서 그렇게 무덤덤했던 내가 이상해서 그게 가책이 되곤 했었다.
근데 어제밤, 꿈에서 지연일 만났다.
꿈에서 깨자 난 그게 꿈이란 걸 알았다.
곧바로 내가 거기서 지연이를 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만난 그 애는 우리가 행복하게 살던 그 시절의 지연이였다.
현근이가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 현근이가 또 다른 말썽을 부리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지연이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 네 가족 모두가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꿈속에서 난 단지 지연이를 보고, 그 애와 무심히 얘기했을 뿐이다.
생시처럼 지연이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건 생각도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우린 예전의 그 행복했던 가족의 모습으로만 살고 있었다.
어떻게 현실을 그처럼 잊고, 그냥 그 때로 돌아가 그 당시의 매일처럼
그냥 그렇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도 희한한 일이지만...
내 소원이 무엇이었던가?
살아있는 그 애를 단 한 번 만이라도 만나는 게 아니었던가?
정말 단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그런데 어제밤 꿈속에서는 정말 생생한 그 애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걸 꿈이라 치부하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현실보다도 더 생생한 그런 만남이 아니었겠나?
굳이 그 애가 세상에 없다는 걸 인식하면서 그 애를 슬픈 눈으로,
아픈 마음으로 바라 보는 게 바람직한 건 아니지 않는가?
어차피 이 삶조차도 지나고 나면 꿈 같은 것이 아닌가?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 현실이라 보면 지난 일,
다가 올 일 모두 꿈 같은 것이 아닌가?
왜 현실에서 그 애를 봐야만 하겠는지?
어제 밤 꿈에서 본 그 애의 모습으로 족한 게 아닌가?
이젠 그 앨 꿈에서 보길 두려워하지 않고, 꿈 꾸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사는데...
이젠 꿈에서 그 앨 봐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꿈이라는 것조차 깨어서 알게 되는 것이니,
그 꿈이 또 하나의 삶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그 삶에서라도 그 애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어떻게 그 애를 꿈에서 보게 되었는지?
그런 기회를 준 그 어떤 사람에게 차라리 감사할 일이 아닌가?
그 꿈이 깨어 아쉬운 것은 그 애와 많이 얘기를 했었더라면 하는 것,
그냥 예전처럼 무심히 그 애를 보고, 그냥 쳐다 보고 웃고,
별다른 애정표현이 없이 그렇게 하고 지나간 거다.
거기서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고,
한 번 더 껴안아 줬어도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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