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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2002.05.17 20:05

오늘 받은 편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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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제목 : 오늘 받은 편지 하나 / 박순백 - 2002-05-17 20:05:58  조회 : 3367 


난 내 아이 지연이가 잊혀지는 것이 싫다.
비록 떠났어도,
비록 곁에서 볼 수 없어도
내 마음 속에 항상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애를 기억해 준 모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 애가 떠나던 날처럼
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온다.
난 이런 날이 싫다.

그래도 난 나와 지연이를 기억해 주는 분들 때문에
열심히 살아갈 거다.

나를 살게 하는 따뜻한 말들.
그 중 하나.
경주의 의사분이라 하신다.
그 분의 딸,
좋은 아빠를 두어 행복할 거다.
그리고 그 분은 이 땅의 최고의 아빠 중 하나가 될 거다.

 



번호[크기] # 4/16 [ 3K ] 보낸 날짜 2002/05/17 11:33 [GMT+09:00]
보낸이 JHP ???@medigate.net
받는이 spark@dreamwiz.com
제목 감사합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박사님.
이렇게 불쑥 메일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경주에서 신경외과를 개업하고 있는 JHP라고 합니다.
최근 인라인 스케이트에 매료되어 지역 동호회에 가입하고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처음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려고 했을 때에는 37살의 나이에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많이 망설였지만 인터넷을 뒤지다가 알게 된 박사님의 칼럼이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박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입니다.
제게는 딸과 아들이 있는데 제가 엄격한 아버님에게 교육을 받아서인지 자식들에게 무척 엄격한 편입니다. 사실 마음은 안 그런데도 밖으로는 이상하게 자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자꾸 나오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아내와도 가끔 충돌이 있지만 제 스스로 아이들에게 어떤 규칙을 정해주고 그것을 따르도록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박사님의 게시판을 보던 중 따님의 얘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눈물을 잘 안 흘리는 편인데 그 이야기를 읽던 중 왈칵 눈물이 쏟아짐을 느끼고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마침 환자 한 분이 진료를 위해 들어오다가 눈시울이 붉어진 제 모습을 보고 무척 놀라시더군요.
따님에 대한 아버지의 애절한 사랑이 느껴져서 그랬나 봅니다. 그 날 이후 전 제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고 표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 딸의 생일날 선물 가게에서 선물을 고르면서 마치 결혼 전 아내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었고 선물을 받은 딸이 평소 무뚝뚝하던 아빠가 그런 선물을 준 것에 의아해하면서도 너무나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사실 제가 유행에 민감하지 못해 선물한 머리띠가 좀 웃기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딸은 그걸 하고 학교를 가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왕따 당할 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제 얘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네요. 어쨌든 저는 그날 이후 제 아이들에게 대한 사랑을 많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무척이나 가슴 벅찬 일이기도 하구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박사님께 드리면 박사님의 마음을 또 한 번 괴롭혀 드리는 게 아닌가 해서 무척 망설였지만 그래도 제게 살아가는데 한 가지 기쁨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 주신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글을 올립니다.
저의 글이 비록 경망된 것이라 하더라도 부디 용서하시고 좋은 날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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