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順序)
태어나는 덴 순서가 있다.
그래서 우리 순서대로 산다.
먼저 태어난 이에게 경의를 표하는 건
그 사람의 순서가 빠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순서를 존중하며 산다.
이렇게 길들여지다 보니
우린 가끔 착각을 한다.
오는 데 있었던 순서 때문에
가는 것도 순서가 있는 줄 안다.
먼저 간 사람을 나무라는 사람이 있다.
먼저 온 사람이 먼저 가는 게 순리인가?
그게 그럴 듯 해도
그게 답은 아니다.
가는 덴 순서가 없다.
누구라도 먼저 갈 수 있다.
그러니 먼저 갔다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먼저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먼저 가는 사람보다 행복한 이는
남아 있는 이들이다.
그들은 먼저 가는 사람보다 행복하므로
먼저 가는 이들을 나무라선 안 된다.
단지 먼저 간 이들로 인해 대비되는
자신들의 더 큰 행복에 감사할 일이다.
가는 덴 순서가 없다.
누구라도 먼저 갈 권리가 있다.
나보다 먼저 갔다고
내 사랑하는 딸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괜찮다.
내 딸아...
백 년 후에는
지금 이 세상의 성인은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잠깐이다.
우리의 삶은...
넌 좀 일찍 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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