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오늘, 이 시각
오늘 6월 20일.
지연이가 떠난 지
꼭 일주일 되는 날.
지금 이 시간 정도에
지연 엄마의 전화를 받았었다.
"큰일났어요.
지연이가 잘못됐어요."
가슴이 철렁하며,
뭘 어찌해야 할 지 몰랐다.
딱 이 시간, 아침나절에...
서둘러 나서며
한동안 출근 못 하리라 하니
직원들이 걱정스레 묻는다.
"무슨 일이???"
"집에 큰 일이 생겼어요.
아주 불행한 일..."
그렇게만 말하고,
담담한 척 회사를 나섰다.
전화를 받은 후부터
가슴 쪽이 계속 답답했다.
마치 가슴이 이상 비대해진 듯한 거북한 느낌.
그런 답답함으로 운전을 하며,
지연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애통해 했다.
겨우 스무해가 아닌가?
그 앤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애가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90년만의 가뭄 끝에
전국이 해갈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출근했던 길.
그 빗길을 달려 집으로 갔다.
차라리 비오는 날이라서 괜찮았다.
그 일주일 후인 오늘처럼 맑은 날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
만약 이랬다면 더 슬펐을 거다.
찬란한 햇살이 더욱 미웠을 거다.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한 세상의 모습이라
싫었을 거다.
오히려 내가 겪는 비극과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이라 현실감이 없었을 거다.
차라리 비가 와 그런 안타까움이 덮여지니
그게 더 좋았다.
하늘이 그 애의 떠남을 슬퍼해 비를 내린다는
유치한 생각이 안 드는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늘 이 맑은 날.
이 오염의 도시 서울에서는
일년에 겨우 10일 정도만 가능한 맑음이란다.
- 봉은교 위로 보이는 북한산 on June 20, 2001.
일주일 전 이 날은 다행히 이처럼 맑지 않았다.
간간이 내리는 비.
뿌연 물안개 같은 회색으로 치장된
그런 날이었다.
그 빗속에 내리는 비처럼 침잠된 깊은 슬픔만 있었던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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