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슬로프 카빙 롱턴 질문입니다

로시뇰 Zenith Z시리즈는 제가 타 본 스키입니다. Z5, Z9(=D10Demostyle)는 한 때 사용했고요. ^^
Z1부터 Z9까지 숫자가 높을수록 상급자용인데, 올라운드 성향의 데모 계열 스키로 보면 됩니다. (같은 모델에서도 반경과 특성은 길이에 따라 살짝 다릅니다) Z3는 중급자용이 맞습니다. 반경, 길이 모두 첫 스키로 괜찮고, 성능도 레벨 1 합격할 때까지 충분히 쓸만한 장비입니다. 중상급 슬로프까지는 안 되는 것 없이 다닐 수 있지만, 최상급 슬로프, 강설, 고속 턴에 쓰기에는 모자란 장비입니다. (최상급 슬로프에서도 눈만 좋으면 천천히 다니는 데는 문제 없습니다.) 장비 특성과 성능으로는 고속 롱턴에 알맞지 않습니다. 반경이 15 미터지만, 판이 부드럽기 때문에 잘 휘게 되고 그만큼 반경이 줄어드는데, 타는 사람은 롱턴으로 몰아붙이니 판이 떨리거나 날이 빠지는(턴이 터지는) 일이 날 수 있습니다.

그 스키로 카빙은 중간 경사에서 미디엄 턴까지, 롱턴을 하겠다면 스키딩으로, 천천히 타야 합니다. 실은 스키딩으로 타면 얼마든지 고속 롱턴도 되긴 하나, 짧은 길이로 안정성이 떨어지고 날을 이용해 타는 게 아니라 미끄러지는 게 되어 제어가 어려워 위험하므로 권할 수 없습니다. 급경사 고속 카빙 롱턴을 하려면 더 상위 등급에 길이도 길고 반경이 18m 넘는 대회전 스키를 써야 합니다.

그리고 연식이나 사용 횟수로 보았을 때 정비 시기는 벌써 지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정도 탔으면 스키 바닥이 둥글게 닳아서 볼록해지므로, 직진성이 확 떨어지고 날을 아무리 날카롭게 갈아도 날 먹임이 제대로 안 됩니다.) 떨리는 원인 중에는 정비 상태도 있을 겁니다. 바닥 평탄화, 물길(베이스 스트럭춰) 다시 새기기, 바닥과 옆날 정비 다 해줘야 합니다. 앞의 두 가지는 기계로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는 정비이고요. 정비 비용이 꽤 들겠지만 새로 사는 값에 비하면 한참 싸고, 아직은 쓸만한 스키니 핫 왁싱까지 풀 코스 정비 해서 쓰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