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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19.08.10 23:22

일본제품과 나

조회 수 1311 좋아요 5 댓글 3

지난달에 황세연 선생이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스키용품’이란 제목으로

사랑방에 올린 글을 보고 덧붙여 본다.

연중 일본인이 이 땅에서 2조 몇 천억을 쓰고 이 나라 사람들은 일본에 6조

몇 천억을 지출함으로써  4조 이상 적자를 본다는 관광수지의 통계를 보았다.

지난해 여름, 얼마나 더웠던지 동남아 출신이 제 나라보다 더 덥다고 하였다.

미국도 동네마다 편차가 커서 서부 사는 이가 여름에 동부 뉴욕으로 갔다가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무더워 여름여행은 피하는 편이 낫다는 이도 있다.

 

이런 형편에 한일 간에 알력이 생겼다.

종로에서 뺨맞고 과천에서 눈 흘기는 격으로 중국 희토류의 공세에

깨갱한 지 얼마인데 그러함을 이 땅에 전가하려는 일본.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보면서 몇 가지 떠올린다.

 

30년 전 스키를 시작하였을 때 스키장에서 ‘미즈노’스키를 처음 보았다.

뒤에 미즈노는 노르웨이 푸루세스(맞나?)선수를 지원하였다.

그가 미즈노 스키를 신고 최초로 두 발 스킹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하자

일본열도가 들썩였단다. 스키장에서 미즈노 스키를 보고 스키까지 일본제품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우리 생활에 일본제품이

침투해 있고 알게 모르게 일본제품을 선망했다는 방증이 아니었나 싶다.

70년대에 일본 전기밥솥이 어떠했으면 일본을 다녀오는 이마다

그 ‘코끼리 밥솥’을 사오는 바람에 사회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지금 일본밥솥을 찾지 않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다.

 

스키이력을 쌓다보니 지금은 다 아는, 일본스키가 약진하여 스키어들을

설레게 하였지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라고 해서 일본제품을

온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수중비디오 촬영이 업이었기에 소니 제품 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니를 썼고 집에서는 ‘산요’ 비디오 데크로 다큐 프로나 영화를

예약하고 녹화했다. 그 이후 아사이 맥주는 지금까지 열 캔 이내로 마셨고

일본 스키여행 한 번 다녀왔다. 지난 일이고 이까지다.

 

나는 한 번도 ‘지가다비’식(엄지발가락 사이에 끼는 일본 슬리퍼) 슬리퍼를

사 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슬리퍼는 신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여행프로에서 남미 원주민이 이런 신발을 만들어 신은 것은 보았다)

나아가서 ‘~적(的)’이라는 일본식 표현은 20년 전에 졸업했다.

유신을 선포한 이가 ‘한국적 민주주의’란 말을 썼는데 그 ‘적’자를 쓰지 않아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다. 번역한 책을 읽는데 한 페이지에 그 ‘적’자가

스무 번도 더 나와 번역자와 편집자를 쥐어박고 싶은 적도 있었다.

 

알게 모르게 스며든 일본말(심지어 방송마저. 처음 연출하는

아무개 PD가 ‘입봉’ 한다는 말을 들을 때는 아연했다)이 적지 않다.

잘못된 표현(예를 들면 야채는 일본말이고 채소가 우리말이다.

내가 사는 동네의 이 마트에 가면 ‘야채코너’라고 거리낌 없이 써 놓았다)

일본문투, 일본식 문장, 일본식 용어를 버리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생각을 돋워주고 가르침을 준 분이 이오덕 선생님이다.

 

Comment '3'
  • ?
    박수무당 2019.08.11 09:44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글이네요...!
  • profile
    일월여신|한상률 2019.08.12 13:33

    왜정시대가 우리 말과 문화를 버려 놓았고,  정부의 일본 문화 봉쇄 정책은 그것을 더 길고 오래 가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특정인만 독점했기 때문이죠. 조선 시대까지는 대륙의 문물이 우리를 거쳐 일본으로 나갔지만 나라를 잃은 다음부터는 문물이 일본을 거쳐 들어왔고, 해방 이후에도 한 세대가 지나며 일본식 교육을 받고 그들 방식으로 자란 사람들 때문에 우리 것을 되찾기 어려웠죠. 

    일본 문화 개방 이전까지는 잡지, 소설, 시, 영화 무든 게 일본을 거쳐 들어왔습니다. 주부생활은 일본 주부의 벗 잡지 복사판이었고 소년중앙 새소년 내용은 만화부터 기사까지 일본 소년점프 등 소년지를 무단 복제하여 실은 것이고, 이상무 작가의 데뷔작 "노미호와 주리혜"가 실렸던 월간 여학생도 일본 잡지를 그대로 베낀 것이었죠. 일본 잡이의 혈맥형 성격설이 그대로 들어온 것은 덤. 

    위인전, 학습문고, 학습만화 모두 일본 것을 중역하거나 글자만 바꾸어 낸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80년대까지 학습만화에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문의 살 모양을 보고 자모음을 만들었다"는 일본의 주장이 그대료 실려 있기도 했습니다. (해례본인 40년대에 발견되었고 60년대 초에 국보 지정) 해방 되고도 30년쯤, 적어도 70년을 일본 문화 속에서 살았으니 일본식 말과 문화가 벌써 다 없어졌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겁니다. 지금도 연극 무대, 영화판, 공사판에서는 아직도 일본식 용어가 일본 강점기에 교욱받은 조부모도 없는 세대 젊은이들 입이서 나오고 있습니다. 

     

    스키 교본, 용어도 모두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지도자연맹에서 매년 일본 스키지도자들올 모셔다가 지도를 받고, 교재도 일본 것을 참고해 만들었거든요.  일본에 가서 스키를 타고, 일본 책과 비디오를 사 온 일부 열성적인 스키어들, 스키 업체 사람들이 그 용어와 이론을 아무 비판과 검증 없이 그대로 쓰는 바람에 용어와 이론은 아직도 일본식 엉터리 영어가 많습니다. (같은 현상이 등산계 쪽에도 있었고, 60년대 말부터 월간 등산 도로 용어 정화 운동이 일어 많이 고쳐졌습니다.) 스키를 플레이트라고 하고, 사이드컷을 굳이 사이드커브라고 부른다든지, 폴을 굳이 스톡이라고 한다든지, 리트랙션 은 굳이 벤딩이라고 가르친다든지. 특히 일본 물 먹은 티 내려는 사람들이더 그랬죠. (데몬스트레이터라는 옳은 말을 두고 굳이 사람에게 데모라고 하는 것이 저는 제일 꼴보기 싫었어요. -_-) 얼마 전부터 KSIA에서는 일본식 용어와 교습법을 배제하고 국제 공통 용어와 방법을 쓰고 있어서 다행이긴 합니다. 

     

    저도일본 제품 씁니다. 99cm 길이에 폭 100mm 정도의 성능 좋은 정통 스키보드는 일본 메이커에서 블루모리스밖에 안 만드니 어쩔수 없이 씁니다. 다른 족으로는 성능이 뛰어난 일제 붓펜을 쓰고, 일제 시마노 자전거 부품과 다이와 낚시용품을 씁니다. 같은 값으로는 대안이 없는 니콘과 캐논 카메라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 아닌 다른 나라 것도 기분 안 좋긴 마찬가지입니다. 로시뇰 다이나스타 스키를 만드는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악랄한 식민 통지를 했지만 전혀 사과하지 않고 있고, 푈클을 만드는 독일도 나치 침략과 학살은 사과했지만 독일 제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수탈과 학살에 대하여서는 입 싹 닦고 있죠. (https://namu.wiki/w/%EB%8F%85%EC%9D%BC%20%EC%8B%9D%EB%AF%BC%EC%A0%9C%EA%B5%AD) 조선을 일본에 넘기고 필리핀을 챙겼던 K2 등 여러 스키용품 브랜드가 있는 미국도 좋아하지 않긴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국제화된 세상에서 자가 나라에서 잘 하는 거 서로 바꿔 사 주고 팔어먹는 게 국제 분업이고  살아가는 방법이니 기분 나빠도 써야죠. 그래야 다른 나라에서 우리 물건도 사 줄테고요.

     

    요즘 일본이  치사한 짓을 하고 있는데,  덕분에 일본이 투지한 기업, 친일 정치인 토착왜구들을 알게 되었으니 좋은거 같기도 합니다.

     

    - 위에 쓴 제 글에도 분명히 일본식 문장이 있을 겁니다. (~적 이라고 쓴 거 한 군데 나중에 고치기도 했습니다.)

  • ?
    황세연 2019.08.20 02:12
    형님 저 책 나왔는데,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한권 드려야 하는데 급할 거 없으니 보고만 하고 다음에 뵐 때 드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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