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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18.03.20 00:54

겨울 붙잡기

조회 수 867 좋아요 4 댓글 1

약 15년 전에 산 하드테일 자전거를 한동안 방치하다시피 하다가 작년 봄부터 임도로 시작해서 싱글트랙을 열심히 타고 다녔습니다.

부품도 사서 교체하는 등 자전거에 애착을 갖게 되니 스키만큼이나 매력을 느끼게 되었지요. 자전거의 코너링과 펌핑이 스키의 턴과 모글처럼 재미가 있더란 말입니다.
알펜시아의 컨트리 스키코스는 혼자 주행기술을 연습하는 곳이기도 했죠. 
겨울동안 세워 두었던 자전거와 창밖의 봄 풍경을 한 폭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못내 아쉬운 마음은 왜 일까요.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주 또 용평으로 달렸습니다. 15일 아침 용평 골드존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죠. 슬로프에 사람이 없을 거란 예측이었는데 사람이 아주 없더군요. 오전 2시간 동안 슬로프에 다른 스키어를 보지 못했습니다. 저와 리프트 안내원 둘 뿐. 이걸 황제스킹이라고 하나요.

 

'왜 티켓 검사를 안 하시우?'
'에이 자주 오시는 분이잖아요.'

 

2시간 후에 딱 2명의 스키어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1시간을 더 타다가 돌아 왔습니다.

그날 밤, 비는 많은 눈으로 바뀌어 용평은 또다시 설국으로 변했습니다. 이무렵 경기도에 비가 내리면 용평엔 눈이 옵니다. 용평은 연간 평균기온이 서울보다 약 4도 정도 낮다는 걸 5년간 일일온도를 기록해봐서 알고 있기 때문이죠.

 

다음 날 아침엔 스키장 대신 아내와 함께 대관령의 숲을 찾았습니다. 아내는 스키 대신 신설 트레킹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녀는 스패치 차림에 눈 위를 걷고, 저는 스키를 신고 하이크 업을 했습니다. 스키를 좋아하지 않는 집사람과 눈에서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이거 인거죠.
나무가지에 핀 꽃들이 정겹습니다.

눈덮힌 숲길을 걸으며 제가 스키만이 아니라 눈 자체를 좋아한다는 걸 이번 겨울에야 진정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글쟁이 입니다. 작가죠. 저는 화가입니다.
'당신이 무슨 화가예요? 처음 듣는 소리네.'

 

'나는 엄청 큰 백지 위에 그림을 그려요...'

 

저는 5시간 후에 또 눈을 찾아 공항으로 가려고 합니다. 아직 겨울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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