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릿 사용 소감

클릿을 장착하던 날 첫 번째 자빠링을 하면서 무릎에 약간의 상처가 생겼다. 다음 날 지하 주차장에서 연습을 하려고 왼쪽발 클릿 끼고 출발하다가 어이없게 자빠링. 하지만 예쁘게 잘 넘어져서 별 상처는 없었다. 이후 주차장을 빙빙 돌면서 클릿 끼고 빼는 연습을 하였다. 페달이 3시나 6시 방향에서는 잘 빠지는데 12시 방향에서는 잘 빠지지 않아서 12시에서도 빼는 연습을 하였다.

이유는 첫째, 그동안 내가 평페달을 쓰면서 정지할 때 습관이 한쪽 발은 6시에 있고 다른 한쪽 발이 12시에 있을 때 12시에 있는 발로 땅을 디디기 때문이고, 둘째, 12시 방향에서 클릿을 빼다가 반대로 넘어지면 반대발은 쭉 편 상태이기 때문에 넘어지더라도 무릎을 찧을 가능성이 낮아질 것 같아서이다. (6시 방향의 발로 클릿을 빼다가 반대로 넘어지면 반대발은 12시 방향에 있으므로 무릎을 구부린 상태이고 이 상태로 넘어지면 무릎에 충격이 크게 갈 것 같아서)

선배님들의 조언에 의하면 왼발 클릿을 빼는 습관을 들여야 혹시 반대 방향으로 넘어지더라도 인도쪽이므로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5번 자빠링을 했는데, 위에서 예쁘게 넘어졌다고 한 한 번만 빼고 모두 다 오른쪽으로 넘어졌다. 그 바람에 변속기에 문제도 좀 생기고...

해서 이것도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가 그동안 평페달을 쓰면서 오른쪽 다리로 땅을 디디는 습관이 있는데 왼쪽 클릿을 뺏지만 습관적으로 오른쪽으로 자전거를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은 클릿에 좀 적응이 될 때까지는 오른발 클릿을 빼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클릿을 장착하고는 배후령과 인근 고개 몇 개를 올라간 것이 다 이므로 아직 사용 경험을 쓰기는 좀 이른 감이 있으나, 몇 가지만 적어 보려고 한다.

(1) 평페달을 쓸 때에는 라이딩 중에 발의 위치를 이리 저리 바꾸며 페달을 돌려야 했는데 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2) 평지를 고속으로 달리다 업힐을 시작할 때 앞기어를 이너로 바꾸면 갑자기 페달 부하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페달에서 발이 이탈되는 경우가 있는데, 클릿을 쓰니 이런 걱정이 없어서 좋다. (줄지어 라이딩 하다가 업힐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발이 페달에서 이탈하게 되면 급당황하게 되고 페달질을 못 함에 따라 속도가 줄면서 뒤에 오는 팀원과의 접촉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

(3) 평페달을 쓸 때에는 누르는 발에 부하를 덜기 위해 반대발을 인위적으로 살짝 드는 느낌을 주었는데, 발이 자유롭다 보니 때로는 발을 과도하게 들면서 발끝이 페달에서 떨어질 듯 한 때도 있었다. 이런 균일하지 못한 페달링은 자세를 흐트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클릿을 쓰면 페달을 자연스럽게 돌릴 수 있으므로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4) 클릿을 장착하고 페달질을 할 때 누르는 반대발에 살짝 힘을 주어 들어 올리니 누르는 발에 부하가 덜 걸리는 느낌이 든다. 배후령을 오를 때 이렇게 해 봤더니 업힐에서 케이던스를 좀 올릴 수 있었다. (평페달 쓸 때에는 업힐 시 페달질 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케이던스 올릴 생각은 할 틈도 없었다.)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힘을 주는 것은 자주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쉬 피곤해 진다는 말도 있으므로 계속 이렇게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반대발을 들어 올리면서 페달질을 하면 반대발이 약간 휴식을 취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 긴 헙힐에서는 가끔씩 이렇게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클릿을 사용함으로써 불편한 점도 있는데

(1) 일단 심리적으로 불안함이 있다. (이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2) 라이딩 나갈 때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면 클릿 슈즈를 따로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3) 누가 내 자전거 가지고 도망갈 때 클릿 슈즈로는 도망가는 놈 잡는 거 포기해야 한다.

(4) 한 발 끼고 다른 한 발로 땅을 차면서 출발을 하는데 가끔 땅을 차는 발이 미끌어질 때가 있다. (자칫하면 넘어질 수도...)

(5) 라이딩 중 휴식을 취할 때 클릿 슈즈 다이얼을 풀어 놓곤 하는데, 출발할 때 다이얼을 조이는 걸 자꾸 잊고 출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걸 풀어 놓고 출발하면 평소처럼 클릿을 빼려고 하다가는 클릿을 못 빼는 수가 있어 클릿 초보자는 급당황하면서 클빠링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배후령 꼭대기까지 잘 올라 가서 클릿 빼고 잘 내렸는데, 사진 찍는다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타고 10여미터 가서 내리다가 자빠링 했는데, 추측컨데 이 때도 다이얼이 풀려 있어서 브레이크를 잡아 멈추려고 했는데 발이 제 때 빠지지 않아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일단 출발한 후 다이얼 안 조인 걸 발견하면 주행 중에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데 평지면 그나마 괜찮은데 업힐 중에는 다이얼 돌리려면 조금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이 기술을 터득했지롱~ 

아무튼 클릿 사용하고 나서는 불안감이 아직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클릿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누구나 다 적응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