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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Who's Phillip Yoon?), 조용훈 칼럼, [PC-Fi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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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
2010.12.17 04:23

깁슨 베이스기타 구입기

조회 수 4533 좋아요 128 댓글 0
지출의 계기는 우연한 곳에서 생깁니다.
코스코에서 베이스 기타 관련 책을 보자마자 기타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느닷없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베이스 기타 구입한 이야기를 조금 말씀 올릴까 합니다.

군 생활하면서, 그리고 제대 후 이십대 후반에 베이스기타를 조금 만졌습니다.
햇수론 한 7년 쯤 됩니다만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라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은 못 됩니다.
그래도 “금시조”라는 이름의 그룹도 있었고,
비록 촌놈들 앞에서이지만 폼도 조금 잡고 다녔습니다.
뭐 젊었을 때의 치기 정도로 간주해주십시오.

당시 치던 기타는 10만 원짜리 싸구려 카피였습니다.
액션도 둔하고 소리는 무디고.......
가끔 낙원상가에 나가서 오리지널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의 그 박력 있고 팽팽한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리고 그 가격표-물경 300만원-를 확인하면서,
“내가 언제 저런 것 한번 가져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삶이란 참으로 많은 기회를 주더군요.

베이스를 사야겠다고 작정한 뒤 물망에 올린 모델이 몇 개 됩니다.
첫째 펜더입니다.
펜더야 베이스의 거의 종주국 같은 회사지요.
60년대의 빈티지 펜더는 부르는 게 값입니다.
욕심과 호기야 남고도 넘칩니다만 베이스 하나 사면서 4-8천불 지불할 능력이 안 되어 펜더 빈티지는 포기했습니다.
다음으로 후보에 올린 게 뤼켄베커와 뮤직맨 그리고 깁슨인데,
폴 매커트니가 사용했던 뤼켄베커(줄여서 릭)4003이 징징 오래 울고 소리도 좋아서 호감이 가더군요.
근데 깁슨 SG Reissue의 내용을 확인한 순간 “무조건 깁슨!”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유요?
제 손모가지 땜에........

제 신체 가운데는 작은 부분이 없습니다.
어떤 부분도 큽니다.
코도, 귀도, 입도, 그리고 기타 등등.......
키요?
그건 안 재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근데 유독 손이 작습니다.
좌악 펼쳐도 20cm 밖에 안 됩니다.
아시다시피 베이스는 넥이 깁니다.
그래서 제 섬섬옥수로 베이스를 치려면 무지 바쁘고, 머릿속의 풍성한 음악성이 작은 손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근데 이 깁슨 SG는 숏 스케일이라서 넥 길이가 짧습니다.
일반 베이스가 34인치인데 깁슨 SG는 30.5인치입니다.
사용기에도 “무지 빠른 베이스. 그래서 연주가 쉽다.”라는 평이 주종이었습니다.
넘치는 음악성을 거실에 휘날리게 할 수 있는 좋은 악기를 비로소 찾았다는 생각에
다른 모든 모델은 걷어치워 버리고 깁슨 SG를 찾으러 다녔습니다.

SG의 원조는 1960년대 생산된 EB-0입니다.
그게 나중에 SG로 이름이 바뀌었고, 70년대 후반 쯤 단종 되었다가 요 근래 다시 발매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SG Reissue입니다.
SG엔 등급이 세 개 있습니다.
제일 낮은 게 "SG Faded",
중간 게 “SG Standard"
그리고 제일 비싼 게 ”SG Supreme"인데,
페이디드와 스탠다드는 지금도 생산되는 반면 수프림은 단종 되었습니다.
400대 한정 생산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링크로 가시면 스펙과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수프림은 단종이라 자료가 없네요.


http://www2.gibson.com/Products/Electric-Guitars/Bass/Gibson-USA/SG-Standard-Bass.aspx


http://www2.gibson.com/Products/Electric-Guitars/Bass/Gibson-USA/SG-Standard-Bass-Faded/Overview.aspx


세 모델 공히 픽업의 구조와 숫자는 같습니다.
브리지와 넥에 픽업이 따로 따로 붙어 있고 둘 다 험버커입니다.
스탠다드와 페이디드는 피니시(칠)의 두께가 다르다는 점 외엔 차이가 없습니다.
바디는 둘 다 마호가니인데 수프림 만은 마호가니 위에 메이플을 라미네이트 한 구조로 되어 있고, 피크 가드가 없습니다.
칠도 더 두꺼운 걸로 보입니다.

한정 생산된 수프림은 구하기 용이치 않고 가격도 비싸서 구입을 포기하고 스탠다드를 찾으러 다녔습니다.
근데 이게 요지경이더군요.
이베이의 어떤 녀석들은 페이디드를 스탠다드라고 광고하고 파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내용의 차이는 전혀 없고,
핑거보드의 인레이의 모양만 페이디드는 도트, 스텐다드는 사다리꼴일 뿐이니
기본 지식이 없으면 그러나보다 그럴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깁슨 사이트를 검색하지 않았으면 저도 모를 뻔 했습니다.
근데 가격은 거의 두 배나 차이 납니다.
스탠다드는 2,419불, 페이디드는 1,399불입니다.
단종된 것이라 깁슨 사이트엔 수프림의 가격 정보는 없는데,
몇 군데 검색 했더니 MSRP가 약 3,000불 정도 했답니다.

전 물건을 사려면 일단 E-Bay를 뒤져봅니다.
그러면 제품 정보와 가격을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SG도 이베이를 노렸습니다.
그런데 아주 좋은 게 하나 나오더군요.
검은 색 SG인데 이게 밴쿠버에 있는 겁니다.
같은 캐나다 안이라, 그리고 더구나 지역까지 같으니 세금과 송료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딩을 붙었는데.........
낙찰에 실패했습니다.
어떤 녀석이 저보다 더 쓴 겁니다.
“ 내 운이 아닌 모양이다. 비싼 것 사지 말라는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고,
SG의 염가 모델 "Epiphone"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피폰은 SG와 모양과 나무 재질은 같은데 픽업도 하나뿐이고,
무엇보다 “메이드 바이 깁슨 USA"가 아닌 외부 OEM입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나갑니다만 이것은 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피폰은 한국에서 만들었습니다.
가끔 한국 산 이피폰이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도 나왔고, 그리고 요즘은 대부분 차이나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이 회사가 노사분규로 오래 언론에 회자되었던 콜트악기입니다.
콜트악기에선 깁슨 외에도 여러 다른 회사의 유명 기타를 OEM 생산했습니다.
그런데 경영난을 핑계대고 한국의 회사 문을 닫은 다음 공장을 외국으로 옮겨 버려서
근로자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사고 결국 심한 노사분규를 겪었습니다.
경영난은 무슨 경영난입니까.
요즘도 악기만 잘만 만들던데요 뭐........

이피폰의 모델명은 예전 것과 마찬가지로 EB-0입니다.


이피폰 링크.


http://www2.gibson.com/Products/Electric-Guitars/Epiphone.aspx


EB-3란 것도 있습니다. 이건 34인치 정규 스케일로서 픽업도 2개 있고 컨트롤 노브도 예전 SG처럼 4개입니다.


http://www2.gibson.com/Products/Electric-Guitars/Bass/Epiphone/EB-3.aspx


사들인 이피폰은 아주 상태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SG를 사려던 마음에 염가 모델 이피폰은 영 정이 안 가더군요.
그래서 기어이 SG를 사자 작정하고 다시 인터넷을 노려 봤는데........

뉴욕에 물건이 하나 나온 겁니다.
그것도 SG 수프림이 말이죠.
크래그 리스트에 광고가 떴는데, 가격이 자그마치(!) 팔백 불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딸 녀석에게 전화해서 그걸 사 놓으라고 일렀습니다.
근데 그 판매자 녀석이 저랑 철석같이 한 약속을 휴지조각처럼 버린 뒤 딴 곳에 팔아버리더군요.
판매자 사는 곳은 알바니이고 딸은 맨하탄에 있는데, 알바니에서 맨하탄까지 기차로 두 시간 거리랍니다.
“하자 없는 기타를 딸 아이 손에 놓아주면 네가 달란 돈에서 100불을 더 주겠다.”고 말했는데도
녀석이 시장 가격을 알고선,
그리고 뉴욕까지 오기 싫으니까 알바니 근처의 중간상에게 팔아버린 것 같습니다.

열을 또 받았고, 나중엔 오기까지 솟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아예 목표를 높여버렸습니다.

“패 죽여도 수프림 살 거다!”

그리고 이번엔 물건이 많은 이베이를 노렸습니다.
근데, 그 녀석이 팔았던 게 이베이에서 돌아다니더군요.
1470불 가격표를 달고........

제가 누굽니까.
왕소금여사 남편 아닙니까.
소금과 26년 동거하면서 저도 짜져서 나름 젓갈 수준은 된다고 자부하는 놈입니다.
절대 그 돈 주고 못 삽니다.
제가 약 먹었습니까.
두 번 손 거친 물건을 웃돈 주고 사게.........

“웃기지 마라, 그것 말고도 아직 399대나 시장에 돌아다닌다.”


몇 주 전 일입니다. 이베이에 SG가 나왔습니다.

"Fireburst Gibson SG Bass!! Excellent Condition!! "

이게 판매자의 광고문구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좀 이상하죠?
맞습니다.
SG 스탠다드가 아닌, 수프림입니다.
근데 판매자가 이걸 SG라고만 광고를 냈습니다.
아마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나중, 배송 될 때 상품 내역을 보니 그때는 수프림이라고 썼더군요.
낙찰 된 뒤에 안 겁니다.
더구나 배송료는 판매자 부담이었고요.
물건이 많은 이베이이니,
그리고 제품 역사와 위계가 복잡한 SG이다보니 비딩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이걸 스탠다드로 안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경쟁자가 몇 안 되는 상황에서 겁 없이 팍팍 쓰고선 룰루랄라 낙찰 받았습니다.


배송 받아 박스를 열어보면서 또 한 번 입이 찢어졌습니다.
완전 새 것입니다.
조그만 흠집도 없고, 모든 부품과 내용물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체크리스트와 보증서도 그대로, 공구도 다 들어 있고,
심지언 하드케이스도 새 것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하고 한번 보고,
출근 전 한번 만져보고, 그렇게 삽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볼 일입니다.

배 아프시죠?
얼른 화장실 다녀오십시오.
배가 한 번 더 아프시게 될 터이니까요.
기타만 있으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앰프가 갖춰져야 둥둥둥 소리가 나지요.
기타 산 것을 김민수 선생님께 자랑했더니 김 선생님 가게에 기타 앰프가 하나 있답니다.
김민수 선생님은 "Certified 펜더 앰프 Service Man“이십니다.
득달같이 노스밴쿠버로 달려가 팬더 스콰이어 25와트 앰프를 거의 거저 가격으로 가져 왔습니다.
거기다 케이블까지 덤으로 얹어서.......
보통의 연습용 기타 앰프의 스피커 크기는 약 6인치 남짓인데, 이건 10인치나 됩니다.
사운드도 박력 있고 힘도 넘칩니다.
무게도 무지 무겁습니다.
”횡재했다“고 쾌재를 부르면서 집으로 신나게 달려가는 길에 뒷꼭지가 근질거리긴 하더군요.
염치가 너무 없다 싶어서요.
하여튼 요즘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참, 한 가지 잊었습니다.
일렉트릭 기타 픽업의 원리는 전축 바늘과 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축 바늘(슈어 등의 MM 타입)은 자석이 움직이는데,
기타 픽업은 철심이 움직인다는 것뿐입니다.
실은 그래서 이름까지도 둘 다 픽업입니다.
험버커 픽업의 원리는 밸런스 전송에도 적용됩니다.
외부 유도에 의해 기타에서 웅 하는 험이 유도되기 쉽습니다.
험버커 픽업은 두 개의 코일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감깁니다.
그리고 출력에서 한 쪽 코일의 위상을 뒤집으면 출력은 두 배가 되는 한편 험은 서로 역상이 되어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험(hum) 잡는 넘(bucker)"에서 유래 된 험버커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노이즈 없애는 헤드폰과 같은 원리로서, 밸런스 전송의 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아래부터는 염장 성격의 사진이 많이 나옵니다.
입구에서 필립 놈에게 욕을 좀 해 두시는 게 정신 건강에 좋으실 것이고,
혈압 높으신 분은 아예 사진 보시지 마십시오.

열 받으셔서 뇌졸중 단초 되시면 저도 입장이 “곤난하거덩요.”



이피폰 EB-0 앞 모습







수프림과 이피폰을 나란히 놓고.







수프림 케이스 열고.








수프림 앞 뒷 면.







두 개를 나란히.





이피폰은 넥과 보디를 나사로 조였고, 수프림은 한 몸체입니다.
그래서 울림이 많이 다릅니다.








헤드스탁.






하드쉘 케이스 안의 수납공간. 매뉴얼과 보증서 및 공구 따위가 들어 있습니다.







수프림엔 피니쉬가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내추럴, 다른 하나는 파이어버스트.
제 것은 파이어버스트인데 내추럴 사진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추럴 사진을 보시면 바디가 어떻게 되어 있는 것 금방 아실 수 있습니다.












이피폰의 헤드스탁 앞 부분




김민수 선생님께서 거의 거저주시다시피 하신 앰프.




이 커다란 스피커와 자석이 보이십니까.





컨트롤 노브도 많이 달려있습니다.
심지언 리버브까지......

보너스 사진.
엊그제, 보잭을 지하실로 끌고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환경정리를 약간.




젠센 CN-100의 이 화려한 나뭇결을 보십시오.
나무는 애쉬 마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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