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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07.07.31 13:49

이번 여름 휴가와 그 휴가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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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3873 좋아요 351 댓글 10
내일부터 3박4일의 휴가를 갑니다. 작년 6월과 8월에 갔던 전북 익산과 전남 영광에 다시 갑니다.

http://spark.dreamwiz.com/cgi-bin/zero/zboard.php?id=talk&page=1&page_num=50&category=29&sn=off&ss=off&sc=on&keyword=영광&prev_no=2705&sn1=&divpage=1&select_arrange=headnum&desc=asc (작년 여행 후기 중 "영광"과 관련한 얘기들)

갔던 곳을 또 다시 가는 게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이번 여름엔 다른 곳에 가고 싶었는데, 또 어쩔 수 없이 그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가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고 집사람의 일과 관련된 것입니다.

집사람은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역사학을 전공한 고고학 박사입니다. 박사학위 논문도 무문 토기에 관한 것이지요. 집사람은 "모든 사람들의 로망"인 고고학을 전공했다는 면에서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고고학자들의 로망은 박물관장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집사람은 오래전부터 '이 담에 토기박물관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개인 박물관으로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해 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꽤 많은 삼국시대의 토기며, 낙랑토기 등을 모았었습니다. IMF 시절에 생활이 어려워지고, 기업이 많이 넘어가는 바람에 시중(시중이라고는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장)에 실제의 값에 비해서는 대단한 헐값에 토기들이 쏟아져 나온 일이 있었는데, 그 때도 수억 원어치의 토기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하긴 그 때 그런 돈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부동산을 사는데 썼겠지요. 하지만 저나 우리 집사람이나 그런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운동이나 취미생활에 돈 쓰고, 공부하는 데 돈 쓰는 건 안 아까워해도 그런 치부, 그 자체를 위한 발악(?)처럼 느껴지는 부동산 투기에는 가급적 신경을 끄고 살자는 우리 결혼 초기의 생각 대로 산 결과입니다.

어쨌든 집사람이 그런 저런 과정을 밟아가면서 어렵게 모은 토기들을 가지고 이 담에 토기 박물관을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인데, 그런 꿈을 구체화시키려다 보니까 우리 나라의 현실이라는 게 개인 박물관을 운영하는 데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들처럼 개인이 그런 문화 사업을 하려고 하면 국비 지원이나 지자체 등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걸 계속 개인들이 부담해 가면서 희생에 희생을 거듭해야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지요.(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개인 박물관들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그래서 결국 집사람은 그간 모아온 토기들을 사회에 기증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하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취미로 모은 동전이나 우표를 남에게 주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데, 필생의 사업을 해 보겠다고 모은 상당히 많은 양의 토기를 남에게 준다는 것이 어떻게 쉬운 일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저희가 집이 좁아서 난리를 치면서도 그 많은 토기들을 상하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이사할 때도 엄청나게 신경을 많이 쓴 물건들인데 그에 대한 정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걸 돈 주고 샀다고 해서 그걸 다시 돈 주고 팔아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문화 사업에 뜻을 뒀던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그건 문화와 역사에 대한 변절이지요.-_-

그 때 상의를 했던 사람 중 하나가 집사람의 대학원 후배인 신복순 박사(서양사 전공, 이집트 고고학 박사)였습니다. 신 박사는 마야문명전이며, 이집트문명전, 러시아문명전 등 여러 고고학 관련 전시회의 기획자이며, 여러 박물관의 창설에 관여한 분이고, 또 다양한 역사 유적의 발굴팀장으로 활동한 분입니다.

신 박사는 몇 년 전 원불교 역사 박물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 박사가 이 박물관의 기획으로부터 건축 등을 총괄하는 일을 수주(?)하여 일하는 몇 년 동안에 어찌나 그 일에 빠져 열심히 일했는지를 나타내는 증거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신 박사가 원불교 그 자체에 빠져 원불교도로 변모했다는 것입니다.-_- 그리고 이름도 원불교도가 되면서 신성해(申性海)란 새로운 이름으로 바꿨습니다.(현 원불교 역사박물관장)

신 박사가 집사람의 얘기를 듣고 원불교의 성지(종사 탄생지)인 전남 영광에 토기 박물관을 만들 예정인데, 그 유물들을 거기 기증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집사람이 거기 응했던 것입니다. 집사람은 기독교도입니다. 원불교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합니다. 저도 원불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종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모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므로 그 단체가 어떤 것이든 그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었기에 그리한 것입니다.

그렇게 기증한 토기들이 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로 향하는 어떤 마을에 있는 폐교를 개조하여 만든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입니다. 아직 다 완성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 토기 박물관의 기획이 다 끝나고, 기존 교사(校舍)의 리노베이션이 끝났는가 봅니다. 아직도 완성이 되려면 좀 시간이 걸리겠지요. 올 여름에 그걸 보러 다시 오라는 전갈을 받은 집사람이 또 거길 가자는 것입니다.-_- 나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여, 따라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내일, 이번엔 우리 아들놈까지 함께 내려갑니다. 이번에 가는 길에 작년에 가서 먹어보고 가끔 다시 생각나곤 했던 법성포의 굴비 백반 큰상을 다시 한 번 맛볼 것이고, 특히 제가 먹어본 중 가장 맛있는 닭요리였던 불갑사 앞 민속정의 닭찜 요리를 다시 한 번 먹어볼 참입니다.(제가 먹는 거 맛을 크게 따지는 사람이 아닌데, 그 요리는 정말 예술의 경지에 달한 음식이라서 이렇게...^^;)


- 바로 이 건데...^^;

여러분도 재미있고, 유익한 여름 휴가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Comment '10'
  • ?
    조준희 2007.07.31 14:09
    [ mcjuni@dreamwiz.com ]

    닭이 아주 먹음직 스럽네요 ^^ 즐거운 휴가 되십시요 ^^
  • ?
    정미희 2007.07.31 14:22
    [ js6014@dreamwiz.com ]

    으앗.....넘 먹음직스러워요~~ 꿀꺽!!

    부사장님, 즐거운 휴가 되세요~~
  • ?
    김현상 2007.07.31 14:32
    [ wecando@dreamwiz.com ]

    부사장님 내외분은 정말 사회적 존경을 받아 마땅할 수 밖에 없는 존재십니다.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님을 알기에 정말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박물관이 완성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대단한 결심에 박수~짝짝짝!!!
  • ?
    윤일중 2007.07.31 15:37
    [ def@chollian.net ]

    우리나라에 무문토기가 수억원 어치나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그 돈 들고 빨간 바지 뒤를 쫓아 다녔으면 지금쯤 재벌이 되셨겠네요.

    혼자 즐거운 대신 수 많은 사람들과 같이 즐거우실 수 있으니 그 또한 좋은 일이겠지요.
  • ?
    전재범 2007.08.01 09:17
    [ hl5fhu@yahoo.co.kr ]

    하지만 그런 일은 종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모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므로 그 단체가 어떤 것이든 그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었기에 그리한 것입니다.
    ==> 추천 백만스물 세표!!!

    제가 먹는 거 맛을 크게 따지는 사람이 아닌데
    ==> 거짓말(?)이다에 삼천오백표..ㅎㅎㅎ
    그많은 음식점, 음식리뷰는 맛 안따지고 먹는 사람은 절대 못 씁니다..

    즐겁고 알찬 휴가가 되실 듯 합니다.
    잘 다녀 오십시요..
  • ?
    이한구 2007.08.01 11:52
    [ hangu99@hanmail.net ]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
    존경스럽습니다.

    행복한 휴가 잘 다녀오세요.
  • ?
    유남형 2007.08.01 20:38
    [ inkyacokr@naver.com ]

    저는 가평 명지계곡으로 갑니다
    ㅋㅋㅋㅋ
  • ?
    정순임 2007.08.02 09:26
    [ leah322@hotmail.com ]

    두분 멋지세요~
    백수해안도로도 좋지요?..
    맛있는 휴가..행복한 가족..되시길 빌께요~^^
  • ?
    유종국 2007.08.02 10:14
    [ figarojk@dreamwiz.com ]

    제 사촌여동생 하나가 원불교 정녀(貞女) 입니다만 원불교에 대해선
    아는바가 없네요... 마누라가 휴가때만 되면 입버릇처럼 하는말이
    전라도 지방을 한바퀴 돌고 싶다는 말인데 올해도 유보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서울에 혼자계시는 장모님이 편찮으셔서..즐거운 휴가
    되시기 바랍니다.
  • ?
    이정희 2007.08.02 22:30
    [ chlee17@airport.or.kr ]

    .........그간 모아온 토기들을 사회에 기증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그 결단 참으로 위대하고도 거룩하기까지 합니다.
    좋은 휴가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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