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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08.06.15 14:53

개고기

조회 수 4070 좋아요 645 댓글 0
서양인들이 과연 개고기를 안 먹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지금의 시각으로 모든 걸 봅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인류가 살아 온 방식을 한번 반추해 봅시다.

과거는 세계 어느 나라나 농경생활을 해 왔습니다.
요즘은 산업 사회에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일주일 일하고 하루 쉬지만
과거는 봄, 여름, 가을은 쉬는 날이 없이 일하고 곡식이 안 자라는 겨울에만 쉬었습니다.
평소에는 일 못하는 비 오는 날이 쉬는 날이었지요.
혹시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날 잠이 잘 오는 분들 안 계시나요?

겨울이 오는 늦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벼, 사과 ,밤 등 모든 농작물을 거두고 생선도 이때 가장 기름지고 맛있고
모든 수확물을 저장해야 기나 긴 겨울을 굶어 죽지 않고 다음 해 수확 때까지
살아남는 겁니다.
(냉장고도 냉동고도 비닐하우스도 저장창고도 물류센터도 없는 상태입니다.)

해서 가을 정확히 말해 늦가을은 살육의 계절인 것입니다.
겨우 내 먹을 음식도 중요하지만 겨우 내 동물들에게 먹일 식량이 없는 겁니다.
사람도 제대로 못 먹고 사는 시기에 동물들에게 줄 식량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해서 가을이 되면 다음 해를 위해 종자로 쓸 가축만 남기고 나머지는 잡는 겁니다.
잡아서 말리거나 훈제하여 장기 저장에 들어가는 거지요.

토사구팽이란 단어도 여기에서 나온 겁니다.
늦가을 초겨울이 오면 첫눈이 내리고 이때 들판에 산에 사는 모든 동물의 발자국이
찍히면 어떤 동물이 얼마나 사는지가 파악되고 그때부터 사냥이 시작됩니다.
산에는 낙엽에 떨어져 온 산이 투명하게 다 보이기도 하지요.
이 때부터 동절기를 대비한 사냥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눈이 많이 쌓이는 본격적인 겨울에는 사냥을 못하지요.
해서 개를 풀어 사냥을 하고 남은 개는 종견만 남기고 잡는 겁니다.

개는 탄생 후 아홉 달 만에 임신이 가능합니다.
보통 한 배에 2~8마리 평균 4마리 정도를 일년에 두 번 낳습니다.
그럼 인간은 그 많은 개들이 편히 죽을 때까지 먹여 살렸을 것 같습니까?
유목민족이라고 해서, 자기 양을 지켜 준 개라고 해서 일년에 10마리 이상 난
그 많은 새끼들을 죽을 때까지 잘 키운 담에 땅에 묻어줬을 것 같습니까?

인간도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판에 말입니다.

하지만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인간의 먹을거리가 풍부해지자
평소 친근하게 인간을 위해 봉사해 온 개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한 겁니다.

과거 60~70년대만 해도 동네 개들은 다 큰 개들이었습니다.
똥개나 진도개, 풍산개, 삽사리 등 한국의 전통 개들은 다 큰개들입니다.
요즘같이 작은 애완견들은 다 서구에서 들어 온 개들입니다.

주거공간이 좁아지고 개들이 뛰어놀만한 널은 공간이나 흙 등이 없어지자
자연 큰개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지요.

요즘 아무도 요크셔테리어나 페키니즈, 쉬즈를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먹을 것 없고 고기도 맛이 없기 때문이죠.

개는 다 용도가 있습니다.
집을 지키는 경비견이 있고 사냥을 하는 사냥견이 있으며
양을 돌보는 양치기 개가 있고 썰매를 끄는 썰매견도 있습니다.
또 주인에게 귀여움을 떨어 먹고 사는 애완견도 있죠.

태어난 잘 생긴 귀여운 외모로 주인에게 귀염을 떨어 먹고 사는 애완견은
충성심은 제로입니다. 아무에게나 귀여움을 떨고 아무에게나 잘 안깁니다.
주인이 바뀌어도 아무런 저항감 없이 잘 살지요.
이런 점을 보면 미모의 여자와 애완견은 상당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의 남자들이 서구의 남자와는 달리 마눌만큼은 미모를 선택하지 않는 것은
또 나이 든 부모들이 며느리의 미모가 뛰어난 걸 싫어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겁니다.
한국에서는 미모란 나중에 밖에서 적당히 구할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 들어 여권이 성장하여 이 같은 방식에 저항이 따르자
미모를 일순위로 선택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과거 먹을거리가 부족한 시대에는 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문제였고
또 아무런 죄책감이나 저항감도 없었습니다.

여름에 개를 잡아먹는 풍습도 더운 여름철에 쉽게 탈진하는 원기를 고기로 보충해야 했고
돼지나 닭 등은 전염병의 위험이 아주 높았습니다.
여름에 돼지 잡다가 콜레라나 염병이 돌아 마을 전체가 죽는 경우가 허다했지요.
하지만 개는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인간이 개고기를 먹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인간이 개고기를 아주 익숙하고 친숙하게 먹었다는 반증입니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아주 다양하고 풍부한 먹을거리가 널려있고
냉장, 냉동, 활어가 년 중 내내 먹을 수 있어 전 세계인이 반감을 가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안티가 있는 개고기를 꼭 먹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주변을 잘 살펴봐도 개고기집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도 않고
또 증가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과거의 개고기는 값싼 서민들의 식품이었습니다.
아주 쉽게 주변에서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엔 쇠고기보다 더 비싸
고기 중에 가장 비싼 고기가 되었고 요리방법이나 부위도 그다지 다양하지 않습니다.

또 개고기가 담백하고 맛이 뛰어나다는 주장도 있지만
강한 냄새 때문에 대부분 강력한 향신료를 첨가하여 솔직히 고기 맛보다는 양념 맛으로
먹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해서 저는 식용 개고기는 점차 소멸될 것으로 보여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한 합법화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생적이지 않은 고기라면 위생적인 유통구조를 만들지 말고 위험을 감수시켜
소멸시켜야한다 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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