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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177 좋아요 130 댓글 3
저도 스키 좋아하고 스케이트 좋아합니다.
동계 스포츠는 많은 부분이 스피드 위주라 애써 찾아보지는 않더라도 한번씩 보게 되면 정말 흥미진진하게 보기도 하고요.
물론 단순 구경보다는 직접 타는 것을 즐기지만...

하지만 평창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발단부터 동계 스포츠 유치보다는 뭐 한따까리 할 것 없을까 이것저것 쑤셔보다가 옳다구나,
하계 올림픽 때 재미 좀 봤으니 동계 올림픽도 유치해서 이문 좀 챙겨보자 뭐 이런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국내 동계 스포츠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자. 이게 아니라
올림픽 하면 돈이 많이 들어오니까 유치하자. 그러려니 명분이 필요하네? 적당한 거 몇개 찾아다 내걸어라~
이런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거지요.

그나마 그런 경제적인 이득조차도 공평한 분배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고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단지 "돈이 된다. 좋은거다." 이런 포퓰리즘만 횡행하고, 거기에 눈먼 주민들과 반발하는 주민들 사이에
알력이 있는지 없는지 무조건 좋은게 좋은거니까 닥치고 있어라 우리는 한다. 이런 분위기...


그리고 몇몇 분들이 써주셨지만, 동계 스포츠 발전시키고자 하는데 그 수단이 반드시 올림픽이어야만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봅니다.

정말 동계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다면, 올림픽이 아닐지라도 조곤조곤 일어나는 무언가가 있어야만 할 겁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선수 위주의 소수 엘리트 육성이나 피서철 해수욕장 찾아가듯이 스키장 찾는 정도가
아니라 생활의 한부분으로 인식될 정도로 즐기고 사랑하는 문화가 저변에 많이 퍼져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여기에 오시는 분들은 물론 후자에 해당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시겠지만, 같은 목소리로 외치던 예스 평창이
사실은 동상이몽에 다를 바 없었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동계 스포츠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진심으로 외치는 예스 평창도 있었겠지만,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주판알 굴려 나온 돈욕심에 외치는 예스 평창도 있습니다.
마냥 주변 분위기에 이끌려 정말 훌륭한 일이라 철석같이 믿고 외치는 예스 평창도 있었구요.

그냥 평창이 유치되었더라면 한밑천 잡을 사람도 꽤 있을테지만, 급박한 개발의 바람속에 이리저리 휘말리다
터전을 잃고 빈손으로 쫓겨날 사람도 부지기수였을 겁니다.
지금까지 그냥 덮어놓고 모른 척하던 이런 이야기들이 완전히 사장되었을 겁니다.

동계 스포츠를 사랑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무산되어서 아쉬울지 모르겠지만,
평온한 강원도 한 구석에서 일어날 수도 있었던 평지풍파가 무마되어 오히려 조금 안도감이 듭니다.

그리고 평창 대신, 아니 평창보다 더 심한 개발의 날벼락을 뒤집어쓰게 된 소치에 대해서는 약간 미안한(?) 감도 드는군요.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지요.
>
>분위기가 묘~했습니다. 뭐 태백산맥 넘어 일이라 자세한 내막까지는 모르긴 하지만...
>
>
>뭐랄까 동계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열의보다는 경제적인 이득이나 부차적인 효과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더군요.
>
>더 잘 살게 될 거다, 지역 발전에 큰 힘이 될 거다, 그동안 외면받던 강원도가 새로이 떠오를 것이다. 등등.
>
>
>평창 올림픽 유치가 물건너갔다는게 전해진 후 제일 처음 동네에 돌아다닌 이야기가
>
>"그럼 고속도로는 물건너 갔네?" ← 이 내용입니다. 예정되어있던 그 도로 이름이 뭔지 가물가물...
>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동네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야하는지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내용이
>
>찌라시에 보일 정도면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심중에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
>아니라는 것 정도는 눈치채실 수 있을 겁니다.
>
>
>예전에 강릉 공항을 주요 교통로로 제시하했는데. 수년 째 을씨년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공항 청사와 제거된 민간 항공기용
>
>안전 시설을 어떻게 할 지보다는 뭐 공항에서 강릉을 빠져 나오는 시내 도로에 전신주와 전선이 너무 많아 보기가
>
>안 좋다, 좀 도시 미화를 할 필요가 있다느니 뭐 그닥 의미없는 말들만...;;;
>
>
>사회 간접자본 확충이다 뭐다 말은 잘 하는데 사실 작년 홍수에 끊어졌던 도내 국도조차도 복구가 덜된 상태입니다.
>
>5월달까지만해도 둔내 부근 6번 국도가 아예 차단되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공사중인 곳이 여러 곳.;;; 그나마 복구된 곳도
>
>수해 이전으로 고스란히 되돌려 놓은 꼴이라 수해나면 또 무너질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실소만 나옵니다.
>
>'이대로 동계 올림픽 유치해도 막상 그 해 여름에 수해 한방 제대로 맞으면 올림픽은 100% 물건너 간다.'고 생각될 정도니.
>
>1년 전에 끊어진 도로들 하나도 제대로 복구 못한 형편에 동계 올림픽이 유치되면 인프라 확충 운운하니 참 어이가 없었지요.
>
>
>거의 뭐 언론이나 이런 데에서는 평창이 동계 올림픽만 유치하면 뭐든 다 좋아진다는 장밋빛 전망들만 내놓고 있었는데
>
>참 그걸 보고 있자니 난감하더군요. 반대하는 지역민들도 꽤 있는데 역적으로 몰릴까봐 쉬쉬하는 바람에 오로지 찬성하는
>
>소리밖에 안 들리고...
>
>
>분위기 상 평창이 안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고, 그렇게 된 지금 그냥 담담합니다.
>
>소치도 뭐 특별히 잘날 것은 없었겠지만, 평창이 정말 개최지가 되었다면 오히려 IOC의 식견에 약간 실망했을 겁니다.
>
>
>그냥 그렇습니다. 이상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과정을 힐끗 바라본 강원도민 1人...
Comment '3'
  • ?
    한상철 2007.07.07 13:33
    [ schan31@naver.com ]

    윤선생님 글은 멋이 있군요...

    적절한 반대논리는 건전한 의사결정을 위해 아주 중요한 장치입니다. 일부 결정권에 근접한 소수세력이 민주적 제도와 대중을 조종할 수 있는 수단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슬로건이 바로 "영광" 입니다. 영광 앞에 반대는 있을 수 없다는 논리는 너무나 쉽게 대중에 먹혀들 수 있습니다. 히틀러와 게르만 민족이 그러하지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올림픽 등 세계적 대전이 그런 프로퍼건다 전략의 일환으로 유치되었습니다. 서울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죠....

    찰츠부르크 주민들의 반대가 선진국이라고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닙니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 NIMBY 현상, 집단의 표상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소치와 한국의 평창이 '골리앗'으로 불릴 정도로 국가적으로 올인한 것은 또 어찌보면 아직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는 하나 집단주의적 시스템의 잔재가 남은 두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업적' '상징' 등 잔잔한 정채과 시스템 개선 보다는 뭔가 화끈하게 대중에게 보여줘야 뭔가가 먹히고 다른 의도가 성취될 수 있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는 거죠...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이래 거의 모든 대도시가 굵직한 세계제전을 유치하려 뛰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쟁은 뭔가 좀 지니치다는 느낌이고 지나침에는 일정부분 제동도 필요합니다.

    엉터리로 외국관광객 수를 부풀리고 간접자본투자에 따른 고용/외지인 방문효과 등으로 만들어진 "경제적 효과"논리는 대중을 취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는 세계대회 유치 = 수조원의 경제적 이득+ 민족의 영광 = 고장의 발전 이라는 등식이 너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 집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좋은 건 정치인들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나마 좀 더 우리가 잘 살게되면 이런 현상도 점차 잦아들겠죠? 그런 때가 오면 순수하게 세계대회 유치에 열광했던 시절이 그리워질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
    한상철 2007.07.07 14:15
    [ schan31@naver.com ]

    여러 지방 자치단체 들이 세계대회 유치에 올인하는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재정이 취약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자체가 먼저 세계대회 유치에 뛰어들고.. 중앙정부는 좋은게 좋으니 끌려들어가면서 특별 재정지원을 하고..
    중앙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그만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뭔가 은근히 지자체들을 장려하는 측면이 있다는 거죠.. 정치적으로

    결국 세수잉여가 많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온갖 간접세를 올리려고만 하고 어느것 하나 내린는데는 인색하더니 공무원 증원이며 거대 청사며, 세계대회 유치며... 아직도 빈부격차가 뚜렷한 나라가, 사회복지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나라로서 바람직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맹목적인 정치적 경쟁이 있겠죠.. 대구는 뭐 했다더라 인천은 뭐 했다더라.. 하는데 도지사입장에서 휘하 스탭들에게 '내 임기 중 유명한 걸로 하나는 꼭 유치해라" 라고 지시하지 않겠습니까?


  • ?
    한상률 2007.07.09 15:32
    [ 19940@paran.comm ]

    저는 동계올림픽 같은 계기가 없으면 동계 스포츠에 투자할 동기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주 U 대회 때 생각해 보면 대회 유치한다고 뭐 달라지랴 싶기도 하지만, 올림픽이란 건 다른 대회와는 규모와 수준이 다릅니다. 우리가 그레노블, 나가노, 릴레함메르 같은 도시 이름을 올림픽이 아니면 언제 들을 일이 있었겠습니까?

    전 배경이니 뭐니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조그미라도 잘 되기만을 바랐을 뿐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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