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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스킨라인(국내 최초의 인터넷 인라인 동호회) 자유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얼마 후 독립 도메인으로 분리되었고 지금도 홈페이지가 살아 있지만, 그 때엔 스킨라인이 이 박순백 칼럼의 한 게시판이었습니다.) 그 해 10월에 인라인 스케이팅을 시작했었죠. 그러니까 98--99 시즌 글입니다. 지금 보면 평행 회전 된다는 걸로 스키 다 되는 것인 줄 알던 시절 꽤나 부끄러운 내용이지만,  스키 문답 게시판에 비시즌 운동으로 인라인 스케이팅 효과에 대한 내용 글이 많이 올라오고 해서, 얼굴 두텁게 올려 봅니다.  당시 제가 쓴 스키는 당연 컨벤셔널 스키였습니다. 초보 인라이너라고 글을 시작하긴 했는데, 고교생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학교 마치자마자 롤러 스케이트장(로라장)에 가서 살다시피 한 적이 있어서 스케이팅은 꽤 하는 편이었습니다. 여름부터 비만 안 오면 한 주도 빼먹지 않고 토, 일 양일간 올림픽 공원에서 탔고, 하키 스톱을 조금씩 구사할 정도로는 이 홈페이지 주인장께 배운 다음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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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인라이너 상률입니다.

토요일엔 회사 동료, 처와 함께 새벽 5시에 용평으로 갔었습니다. 일요일(11 월 28일 : 어제)에 올림픽 공원으로 인라인 타러 가기로 했었기 때문에 무리 하면 안될텐데- 걱정하다가 아직 본격 시즌 전이라 할인이 조금 된다는 것을 알고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같이 가게 된 동료들은 중급자 수준이고, 저 는 네댓 번타고 장비만 마련한 초보자, 아내는 스키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상태였지요.


9시에 용평에 도착하여 바로 타기 시작하였는데, 날씨는 쾌청하고 눈도 깨끗 한 것이 최상의 조건이었습니다. 게시판에서 여러 분이 산쪽 에지가 걸려 넘어진 경험을 써 놓았기에 약간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걱정을 하지않았습니다. 계곡 쪽 바깥날이 걸려 넘어진 적은 있어도, 산 쪽 바깥날이 걸릴 일은 없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후경이 되면 안된다는 것만 염두에 두고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다른 분들 말처럼 산 쪽 뒷날이 걸려 그대로 눈 위에 구르고 말았습니다. 앗, 이렇게 넘어진 적은 없었는데? 경사를 내려가자마자 넘어진 것이니 창피하기도 하여 벌떡 일어서서 다시 내려갔으나 두세 번 돌고 나서 다시 같은 이유로 옆으로 호되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후로는 살살 내려와서 다시 리프트에 올랐습니다. 산 위로 올라가면서 생각해보니 역시 뒤로 몸이 기우는 것이 원인인 것 같았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좀처럼 앞으로 체중을 옮기지 못해 걱정이었는데, 그것 때문만은 아닌것 같고, 인라인 탈 때의 자세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번 내려올 때부터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인라인 탈 때의 반대로 한다고 생각하니, 앞쪽으로 체중을 옮기는 것이 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V자(字) -또는 A자- 형으로만 돌거나 설 수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뒤꿈치가 붙으며 회전이 되었습니다. 정지할 때도 인라인에선 안되던 하키스탑이 쉽게 되는 등, 스키 타기가 인라인 덕에 지난겨울과 완전히 달라진걸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나니, 그날 처음으로 스키를 시작한 아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S자를 그리며 옆에서 내려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이는 처음 배우던 날에 엄청나게 넘어지고 구르고 했었는데, 정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같이 리프트에 올라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처음 타본 스키가 인라인에 비해 어떤지. 대답은 "넘어진 적도 몇 번 뿐이었고, 넘어져도 하나도 아프지 않은데다가 , 이렇게 산 위까지 리프트로 올려주어서 그냥 미끄러져 내려오기만 하면 되니 너무 재미나고, 인라인 타는데 비하면 신선 놀음 같다" 였습니다.

 

햄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이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스키를 탔습니다. 네 시까지 타고 일찍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간 일행들은 세 시쯤엔 다리가 아프다, 허리가 쑤신다 하며 양지쪽에서 스키화를 벗고 퍼져 앉아 있는 겁니다. 그들이 가자고 졸라서 네 시에 끝내긴 하였습니다만, 아내와 저는 힘이 남아돌 지경이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평촌 인라인 링크 옆을 지나치게 되었을 때엔 인라인 스케이트를 차에 싣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했었으니까요. 이번 겨울 첫 스키 타기- 그 동안 인라인을 탄 덕에 정말로 재미있게 놀다 왔습니다. 아내도 앞으로 계속 스키를 타러 가자 합니다.

어제(일요일) 오후에는 예정대로 올림픽 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습니다. 두시 반에 도착 하자마자 FDSIG(하이텔 패디동)멤버들과 공원 밖으로 한바퀴 로드런을 하고, 완전히 어두워진 6시 반에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 몸이 뻐근하긴 한데, 딱 기분이 좋을 정도입니다. 4 시간 인라인질이 6시간 스키 타기보다 힘들군요. 오늘밤에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동네를 한바퀴 돌아야겠습니다.

-----------------19940/일월여신

 

원본 링크:

http://www.skinline.kr/nxboard.php?mode=view&boardid=brd_free&sort_query=&asc=&offset=345&val=0&search_str=&no=181

♥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송산     후광  
Comment '2'
  • ?
    후광 2015.05.20 19:23
    스킹에 가장 도움을 주는건 체력, 그리고 하중이동을 통한 바깥발 집중인듯 하네요
    뭣보다 부지런히 자주타야겠습니다 ㅎㅎ
  • ?
    송산 2015.05.26 00:23

    그러하셨군요.

    노력없이 이루어지는것은 헛꿈이겠지요.

    역시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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