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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an Primetime 55 Fusion X, 165cm

 

23/24 시즌을 맞아 필자가 선택한 스키는 전과 다른 유형의 장비이다. 전엔 경기용을 주로 선택했고, 그것도 월드컵(WC) 버전 위주로 탔다. 어쩌다 올라운드(allround) 성향의 스키를 이들 스키와 병행해서 탄 적이 있기는 하지만 타다보면 결국은 WC 버전에 꽂혀서 그것만 타게 되었다. "나이 들어가며 오래 스키를 타려면 스키 바꿔 타는 게 좋을 거다."란 조언을 억수로 들었지만 그게 잘 안 먹혔다. 날카롭고도 정확한 에지 컨트롤을 보장해 주는 스키가 좋았기 때문이다. 무게가 많이 나가서 들고 다니긴 불편하지만 스키 보관소에 맡겨 놓고 다니니 그건 문제가 아니고, 타면서는 무게를 느끼기 힘드니 스킹 후에 찾아오는 노곤함의 상당부분이 그 무게 때문일 것이나 그 역시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다른 스키를 병행하지 않고 올라운드 피스트(alround piste) 모델인 엘란 프라임타임 55 퓨전 엑스(Elan Primetime 55 Fusion X)만 타 볼 예정이다. 이런 스키들은 상급자 혹은 전문가용이란 꼬리표가 붙어있기도 하고, 가격 또한 WC 경기용 스키 수준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한 마디로 고급 스키란 얘기다. 대중적인 스키어들은 경기용 스키를  선택하지 않는다. 단지 매니아 중 일부가 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스키제작사들이 만드는 제품들은 거의 다 비경기용이다. 그리고 그들의 스키 제작 기술의 총화를 이룬 월드컵 경기용 스키가 가진 기술들을 반영하고 있는 최고급의 스키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것이 상급자용 올라운드 스키인 것이다. 이 스키들은 회전 혹은 대회전 성향이 뚜렷한 경기용 스키와는 달리 어중간한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회전 성향의 올라운드나 대회전 성향의 올라운드란 얘기를 하는 분들이 많다.(실제로 전엔 올라운드 스키에 회전, 혹은 대회전을 표시하는 스키들도 있었다. S나 X로 그걸 구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동일한 사이드컷(sidecut: 옆들림) 비례를 가진 여러 길이의 스키를 생산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이젠 자신의 키에 견줄 때 권장되는 스키의 길이를 차트에서 살펴보면 키와 같거나 키보다 약간 작은 길이가 나옴을 볼 수 있다. 아래 표는 스키어의 키에 따른 스키의 권장 길이를 보여준다. 필자의 키는 176cm이기 때문에 아래 표로는 172cm짜리가 권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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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엘란 프라임타임 55의 기술 규격이다. 전기한 대로 이 역시 스키 길이와 상관 없이 같은 머리-허리-꼬리의 비례인 121-69-102mm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스키의 회전반경은 스키의 길이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길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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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면 필자의 키에서는 165cm짜리를 회전 성향(반경 13.7m)으로 탈 수 있고, 179cm짜리(반경 16.5m)를 대회전 성향으로 탈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어중간하게 탄다면 172cm(반경 15.1m)짜리를 선택하면 되겠다. 붐비는 슬로프를 생각할 때 길게 타는 건 왠지 꺼려지니 그간에 친숙했던 반경인 회전 스키의 반경 13m에 가까운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결국 남자 월드컵 회전 스키의 길이 규격이 나온 이래 친숙한 165cm짜리를 선택하게 된다. 

 

"이번 시즌에 탈 스키"란 주제로 스키 사랑방에 글을 쓴 것이 있다.( https://www.drspark.net/ski_talk/5879455 ) 이 리뷰는 세 차례(사흘)에 걸쳐서 엘란 프라임타임 55를 시승한 후에 쓰는 것인데, 사랑방의 글은 그 이전에 썼던 것이다. 그러므로 시승 소감을 쓰기 전에 앞서 쓴 글을 여러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그런 분들이 거의 없는 걸 알기에(^^) 여기서 그 내용들을 간단히 요약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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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24 Elan Primetime 55 Fusion X

 

엘란 사는 77년의 역사를 가진, 1990년대 중반에 세계 최초로 카빙 스키를 발명함으로써 스키의 역사를 새로 쓴 슬로베니아(Slovenia) 회사이다. 그리고 프라임타임이란 모델명은 원래의 영어 단어인 PRIME-TIME에서 하이픈을 빼어 고유명사를 만들고 "절호의 타이밍"이란 원래 단어의 이미지를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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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타임 모델은 그 훌륭한 디자인으로 많은 상을 받았다. 아래에 2022년 이후에 받은 상을 열거한다. 이스포는 그렇다치고 레드닷에서도 상을 받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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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엘란 사는 외형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크게 가진 회사로서 한 때는 현대 디자인에서 일가를 이룬 "포르쉐 디자인(Porsche Design)" 사와 협업한 스키를 만든 적도 있다. 이 스키는 콜렉터들의 아이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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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키 프라임타임은 최소한 중급자는 되어야 탈 만한 스키이고, 대체로 상급자와 전문가를 위한 스키이다.(근데 중급자? 그건 마케팅을 위해 포함시킨 것 같다. 중급자는 힘들다.) 안정된 가운데 고속 주행이 가능한, 전적으로 다져진 슬로프(piste)를 겨냥해서 만든 스키이기도 하다. 위에서 본 머리-허리-꼬리의 비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스키는 오버사이즈드(oversized) 회전경기용 스키의 규격과 비슷하다. 엘란의 월드컵 스키인 Elan Ace SLX(WC SL)가 길이 164cm에서 회전반경 12.8m에 머리-허리-꼬리의 비례가 121-68-104mm의 제원을 가진 것과 프라임타임이 121-69-102mm인 걸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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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mm의 팁 부위. 
 
프라임타임 계열의 스키는 전에 엘란 사가 개발한 웨이브플렉스(Waveflex)와 앰피비오(Amphibio)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부분적으로 개선하여 완성형 올라운드 스키로 만든 것이다. 이는 기술의 이름이기도 하고 모델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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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플렉스 모델은 경기용 스키와는 다른 부드러운 플렉스를 유지하면서도 길이방향의 비틀림(torsion)에 반하는 강성이 대단히 컸기에 부드럽게 순항하는 느낌을 주면서도 강하고도 섬세한 에징(edging)를 추구했다. 여기에 앰피비오 기술이 더해졌다. 여기서 도입된 기술은 라커(rocker)이다. 이에 대해서는 후반부에서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라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키가 원활히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두 요소인 사이드컷(sidecut)과 캠버(camber)에 대한 이해가 선결되어야 한다. 라커 스키에 대한 아이디어는 1996년 유명한 파우더 스키어이자 익스트림 스키어인 셰인 매콘키/Shane McConkey에 의해 확립되고, 2002년 볼란트/Volant 스키에 처음 적용되었으며, 2005년부터 K2를 중심한 여러 스키 제작사들에게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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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란 사가 카빙 스키를 발명한 것은 이 사이드컷의 중요성에 착안했기 때문이다. 기존 스키(conventional skis)들이 최소한의 사이드컷으로 회전하고 있기에 카빙에 취약하므로 사이드컷을 극적으로 키워서 좁은 허리의 스키를 기울이면 바로 넓은 머리 부위가 설면을 파고 들어 카빙에 진입하고, 스키가 진행함에 따라서 설면을 파고든 에지가 넓은 꼬리에 까지 계속 설면에 물려있도록 만든 것이다. 캠버(camber)는 이와는 달리 스키 허리 부분의 바닥면이 머리와 꼬리 부분보다 높이 올라가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스키 위에 서있는 스키어의 체중과 가압 노력이 스키의 앞뒤 전체로 고르게 분포되도록 함과 동시에  에지 그립을 높이며, 스키의 탄력성을 키워 스키가 더 잘 회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엘란 사는 사이드컷의 변형으로 카빙 혁명을 이끈 후 이 캠버에 대해서도 변혁을 시도했다. 그것이 라커(rocker)이다. 라커(rocker: rɑːkə(r) )는 세 가지의 의미가 있다. 원래 라커는 라킹 체어(rocking chair) 즉 "흔들의자"를 의미하거나, "흔들의자의 밑 부분에 대는 활 모양으로 둥글게 휜 나무 막대" 부품을 의미한다. 여기에 흔들의자의 둥글게 휜 나무막대 모양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 캠버, 즉 스키의 리버스 캠버(reversed camber)를 활용하는 라커 기술을  스키회사들이 채용하여 라커란 단어에 새로운 의미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이 라커는 캠버에 대비되는, 캠버가 뒤집힌 듯한 리버스 캠버 형태를 이르는 말인데, 엘란의 앰피비오(Amphibio) 기술은 스키의 안쪽 에지(inside edges) 부위는 원래의 캠버를 유지하고, 바깥쪽 에지 부위는 라커를 도입한 비대칭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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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캠버를 유지한 안쪽 부위는 강한 에지 그립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라커를 채용한 바깥 부위는 뒤집힌 캠버 형태로 보다 빠르면서도 쉽게 회전이 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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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그림이 위의 설명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 것이다. 유효 접설면(effective length)은 스키어의 체중이 가해진 스키 바닥에서 설면과 접촉하는 부위를 의미한다. 이 앰피비오 기술은 스키의 측면(profile) 형태와 관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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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라커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부가키로 한다. 라커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프라임타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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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는 일반 캠버인 경우의 긴 유효 접설면의 길이와 라커가 앞과 뒤로 두 개 적용된 경우의 짧아지는 유효 접설면의 길이를 보여주고 있다. 캠버는 강한 에지 그립, 라커는 쉬운 회전이라는 걸 상기하면 된다. 라커는 하나일 수도 있고, 두 개일 수도 있는데 대체로 라커는 전체 길이의 30% 정도로 만들어진다. 아래는 팁 하나의 라커를 가진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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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캠버와 라커를 다양한 분류로 살펴본다. 중간에 박스 안에 갇힌 엘란 프라임타임 55는 팁 앤 테일의 듀얼 라커(dual rocker)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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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타임 모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파워매치(Power Match)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스키 내부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다 라커 스키의 성향을 강화하는 쪽으로 취한 조치이다. 아래 그림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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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면 스키의 안쪽면은 왼편이고, 바깥쪽면은 오른편이다. 그림에서는 왼편이 높고, 강하며, 오른쪽이 낮고, 약하게 표시하고 있다. 스키의 우드 코어(나무심재)의 색깔이 더 짙은 것은 그것이 더 치밀하고도 단단한 나무임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서 파워매치 기술은 기존 캠버(camber)가 유지된 안쪽 날(inside edges) 부위를 강화하고, 라커로 처리된 바깥날(outsidet edges) 부위를 부드럽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고른 체중 분산을 위한 캠버 형태의 스키는 이미 1850년대에 노르웨이의 텔레마크에서 발명되었다.) 리버스 캠버 형태로 만들어진 부위를 더 부드럽게 만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위의 구조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프라임타임 모델의 내부 구조를 그린 그림이 아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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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 더 명확히 표현된 듀얼 우드 코어. 또한 안쪽의 측벽은 높고, 바깥쪽의 측벽은 낮다.

 

아래의 그림은 파워매치 기술이 적용된 각 부위의 기능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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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타임 55는 대개 월드컵 스키 레벨에서 채택한 것이 항공기용 구조재인 알루미늄 합금 패널 두 장을 넣는 듀얼 티타날(Titanal®) 구조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 소재는 스키의 비틀림을 막고(torsional rigidity), 고속 안정성(high speed stability)을 강화하고, 전체적인 강성(muscular strength)을 더하며, 잔 진동을 흡수(dampening vibrations)하는 기능을 한다.(티타날은 오스트리아금속회사, AMAG의 상표로서, 알루미늄을 인산 알루마이트 처리의 T6 가공을 통해 7000 시리즈 두랄루민인 Al-7068T6 합금으로 만든 것이다.) 게다가 나무심재, 즉 우드코어(woodcore) 역시 듀얼로 구성되어 있다. 안쪽엔 밀도가 높은 단단한 나무를 바깥쪽엔 밀도가 낮은 가볍고도 기공이 많은 부드러운 나무를 사용하고 있다. 이로써 바깥족 라커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대개의 라커 스키들과 구분되는 것이 이 점이다. 이 둘의 조합은 방향 전환 시에 훨씬 더 빨리 회전에 돌입(faster turn initiation)하게 해주고, 역에지(catching edges)가 걸리지 않게 하며(그립이 제한되기 때문에 가능), 밸런스의 유지에 편하고, 동시에 부드러운 눈(soft snow, powder)이나 강한 눈과 부드러운 눈이 혼합된 설면(mixed snow)에서 스키의 팁 부분이 걸리지 않도록 만들고, 파우더와 같은 부드러운 눈에서의 부양력을 높여준다. 프라임타임 55의 올라운드적인 성격은 오히려 이런 점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스키의 플레이트(인터페이스)는 앞부분이 뒤쪽에 비해 더 높게 만들어져 있다. 그럼 이 스키 위에 서면 후경이 되기 쉽지 않을까? 중급자 이하의 스키 레벨에서 이 스키를 타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스키를 타는 스키어의 레벨에서는 발목과 정강이를 굽혀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평소와 같은 수준의 가압을 한다고 해도 더 쉬운 가압과 함께 회전의 시동(initiation)이 더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 일부러 이 플레이트 앞부분의 높이를 생각하면서 균형을 취하니 오히려 균형감이 향상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그런 걸 스킹 시에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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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트(인터페이스)의 앞부분(높다)

 

이 스키의 모델명에 따라오는 "퓨전 X"가 의미하는 것은 이 스키가 플레이트 일체형의 길이조절이 손쉽고, 센터 조절 역시 쉬운 퓨전 바인딩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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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인딩은 레일 홈이 있는 플레이트 위에 새겨진 부츠 쉘의 크기(270mm 부츠이면 쉘 사이즈 315mm)에 앞 바인딩 뒤쪽에 있는 레버를 당겨올려 맞추면 그것이 정확히 센터가 맞게 고정된다.  뒤 바인딩의 경우도 레버를 사용해서 고정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이 바인딩은 DIN 3.5-12를 커버하므로 중, 상급자는 물론 과체중인 경우도 대체로 커버할 수 있다. 이 바인딩이 설치된 스키의 장점은 이 스키의 성능이나 스킹감을 궁금해하는 동료 스키어들에게 쉽게 바인딩을 조절하여 시승해 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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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an EMX 12.0 GW Fusion X 바인딩. DIN/ISO 3.5-12, 브레이크 길이는 85m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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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타임 55의 꼬리 부위에 주요 스펙이 많이 적혀있다. 스키의 길이, 회전반경, 파워매치 기술, 두 가지 밀도의 나무심재가 사용된 것 등을 알려준다.

 

이 스키는 엘란 사가 4D라 부르는 실제로는 3D 입체 형상이 두드러지는 모양이라 전체적인 재료의 사용량이 감소했다. 티타날의 경우는 25%를 적게 썼고, 팁 프로텍터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썼으며, 스키 부피의 70% 이상이 천연 및 재활용 소재로 제작됐다. 스키 상판의 그래픽 인쇄에도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없는 환경친화적 디지털 인쇄 기술을 사용했다. 심지어는 스키의 생산 전공정에서 사용된 에너지는 엘란 공장 지붕을 덮고 있는 태양전지판으로부터 얻은 100%의 친환경 에너지였다. 세상의 트렌드를 아는 회사가 아닌가?

 

시승 소감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시승 소감이다. 과연 엘란 사의 시도가 성공적이었을까? 그렇다고 해도 좋다. 이 스키는 라커 스키이기에 좌우를 바꿔서 탈 수 없다. 실제로 좌우를 바꾸면 스키를 탈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사흘에 걸쳐서 이 스키로 스킹을 해봤다. 겨울비가 폭우로 온 후에 급강하한 온도로 얼어붙은 자갈(snow cookies) 포함의 악설에서도 대단히 안정된 스킹을 할 수 있었다. 스키의 바깥쪽이 부드러운 구조이기에 혹 안쪽 에지가 비 라커 스키들처럼 강한 에지 그립을 가질까하는 선입견(의문)도 여지 없이 깨뜨렸다. 그건 아무 차이가 없었다. 하긴 안쪽은 옆에서 보면 바깥쪽에 비해 프로파일이 높은데, 측벽(sidewall)도 WC 스키와 같은 RST 방식이며, 그 내부의 나무심재까지 강한 밀도의 반발력이 강한 성질을 가진 것이고, 안쪽 에지를 따라 듀얼 티타날이 추가적인 지지력을 부가해 주니 에지 그립이 약할 리는 없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반발력(리바운드)도 상당히 커서 이건 회전 전용의 경기용 스키를 타는 것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회전의 도입은 매우 빨랐다. 스키의 각을 기울이면 바로 팁이 설면을 파고 들었다. 팁 앤 테일 라커는 마치 짧은 스키를 타는 기분이 들 만큼 다루기에 편했으며, 철저한 한 발 하중으로 타는 경우 비 라커 스키와 같은 에지 그립을 유지하고 있으니 특별히 회전이 더 손쉽게 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한 발 하중을 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회전 호가 완성되기까지의 체중이동에서 바깥쪽 스키에 실리는 하중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부위가 라커 처리가 되고,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부위이다보니 이것이 이끌며(lead) 다음 회전이 시작될 때 매우 신속하게 된다는 것이다.(의외로 턴의 시작은 아래쪽 스키의 바깥쪽 날에서 시작되며 진행에 따라 산쪽 스키의 안쪽날로 넘어간다.) 이건 감각이 좀 무딘 스키어라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점: 좌우가 구분된 스키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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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 스키의 특징은 몇 번 말한 대로 좌우 스키가 구분된다는 것이다. 스키 상판에 표시된 좌우 표시 대로 스키를 착용하면 되지만  그게 아쉬움을 주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처럼 스스로 튜닝을 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좌우 표시를 해놓고, 하루 스킹을 하면서 오전과 오후로 좌우 스키를 바꿔 타는 습관이 있다. 이유는 더 신선한, 날카로운 에지를 사용하고 싶은 까닭에서이다. 그런데 라커 스키는 대개의 경우, 하루종일 같은 안쪽 날만 사용해야한다.(물론 중간의 점심 시간에 간단하게라도 날 갈이를 하면 해결되는 일이긴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또 하나의 단점은 필자와 같은 스킹 성향을 가진 분들에게만 국한된 것일 뿐이긴 하겠지만, 필자로서는 좀 심각한 것이라... 필자는 Serious Skier이다. 정말 그말 그대로 "진지한 스키어"이고, 한 턴 한 턴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서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사람이다. 필자에게 스킹은 끊어진 한 턴의 연속인 것처럼 느껴진다.(물론 그렇다고 하여 턴과 턴의 연결성이 없는 스킹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마무리는 새로운 시작이고, 그 사이에도 진지한 스킹이 계속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스키는 다루기 힘든 경기용 스키, 특히 WC 스키처럼 한 땀 한 땀 최선을 다해 설면을 꿰맨다는 기분으로 타기가 힘들다. 처음엔 그렇게 타는데 계속 타다보면 갑자기 '어, 내가 왜 이렇게 헐렁하게 타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곤 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타기가 편하다보니 마음이 풀려서 진지한 한 턴이 아니라 "되는 대로" 타려는 성향이 자꾸 나타난 것이다.(난 그렇게 타기 싫다.) 혹 필자와 같은 성향의 스키어라면 경기 전용의 스키를 선택하시기 바란다. 

위와 같은 흔치 않은 단점 말고는 일부러 찾아보려고 해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었다. 그보다는 장점이 많은 스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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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문의: H-International

https://www.instagram.com/elanskis_kr/
대표: 김한석(010-6254-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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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 Spark at Jisan Forest Resort

  • ?
    으악(박기호) 2023.12.25 19:03

    근래에 들어 제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올라운드 성향의 스키이네요.

    저는 회전반경 15.1m, 길이 172의 스팩이 가장 맘에 듭니다. 거기에 허리가 69면 올라운드 계열로서는 반응 속도도 꽤 만족스러운 느낌일 듯 싶어요.

    엘란 스키의 일부가 가끔씩 이런 비대칭 형태로 출시되는데... 박사님처럼 저도 이런 부분에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 profile
    Dr.Spark 2023.12.26 10:50
    근데 이 스키의 최강점이 스키장에서 오후 정도에 흩어진 눈들이 여기저기 범프를 이루고 있을 때 전혀 걸림이 없이 스키가 떠오르며 회전이 된다는 겁니다. 그런 곳에서 남들이 고생할 때 아주 쉽게 원하는 형태의 스킹을 하며 유유히 내려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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