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2002.09.03 15:13

우리 딸 지연이

조회 수 6785 좋아요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10) 제목 : 우리 딸 지연이 / 박순백 - 2002-09-03 15:13:53  조회 : 6550



어제 저녁에 실수를 했습니다.
밤늦게, 새벽까지 컴퓨터를 만지다가
집사람과 아이가 자는
안방으로 갔습니다.

식구들의 잠이 깨지않도록 하느라
살금살금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어두운 상태라 더듬대며 들어가다 보니
옆에 자고 있는
나리(마르티스 강아지)의 어느 부분인가를 밟았습니다.
갑자기 나리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고,
집사람이 잠결이지만 그 소리에 깼고,
전 나리를 들어올려 달랬습니다.

"아이구, 우리 딸.
에구, 아빠가 실수했다.
아프지.
에구에구, 우리 딸 지연이..."

그러다 갑자기.
".........................."
당황스러웠습니다.
정말 당황했습니다.

거기서 왜 지연이 이름이...
나리를 둘째 딸이라 불렀었는데,
"우리 딸"이란 말이 앞서니 자동으로 그 이름이...

갑작스레
'집사람이 그 이름을 들었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억지로
"아이구, 나리 아프겠다...." 어쩌고를 반복.

집사람은 그런 내 실수를 들었음직도 한데,
모른 척...
아마도 모른 척.
그걸 들은 걸 내가 알아채면 안 되리라 생각했겠기에
모른 척.

'내가 사랑하는 그 이름인데,
그래서 나도 모르게 부르게 되는 그런 이름인데...
왜 내 딸의 이름을 부르는 것마저
조심해야 하는지?'

그런 생각으로 자리에 누운 후에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잠시 동안
슬픔에 젖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잠들지 못 해
아침엔 늦잠을 잤습니다.
아침도 못 먹고 회사에 나와야했습니다.

지연이.
불효.
아빠 아침도 못 먹게 한 애.

 



지금 9월 4일 수요일 저녁 9시.

지니(Genie) 메신저에 친구 알림 기능을 켜둔 사람이 하나 떴다.
steve
현근이다.

spark: 박현근 님의 지니 로그인을 환영합니다.^^

steve: ㅡ.ㅡ;;;;;;;;;;;;;

steve: ㅡ..ㅡ;;; 모의고사 봤는데..ㅡ0ㅡ 답안지 사이트 들어가서 확인하라 그래서 프린트 하러 와뜸--v 겜 절대 안 함 ㅋㅋㅋ

spark: 게임 좀 하면 누가 뭐래냐? 엄마 모르게 해라.^^

steve: ㅡ.ㅡ;;;;;;;;;;;;;

spark: 지금 집으로 간다. 이따 보자. 내 아들.^^

steve: ㅡ.ㅡ 네 내 아빠..ㅡㅡ

spark: ^^

마지막 메시지에서 난 웃었지만, 그 때 마음속에서는 왠지 모를 것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고, 그렇게 치민 것은 눈을 통해 조금 나왔다.

자식, "내 아들"이란 장난스러운 표현에 "내 아빠"라고 답하다니...ㅜ.ㅜ

현근이,
지연이의 핸디폰 주소록에 "내 덩생"이라 기록된 애.

 

 

 

 

김수일 조용히 읽어 보다, 눈시울이 붉어져 옵니다. 2010/11/19 11:15:49
119.201.120.226
x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142 우리를 떠나간 아이, 지연이 박순백 2001.06.20 14141 1
141 [To: EMPAL Choice] 지연 아빱니다. 박순백 2001.06.20 10972 0
140 혜성처럼... file 박순백 2004.06.14 8714 0
139 Why her? 박순백 2001.06.20 8479 0
138 오늘, 4월 22일 우리의 결혼 기념일 박순백 2004.04.22 8297 0
137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file 박순백 2003.06.13 7968 0
136 가슴에 묻는다는 게... 박순백 2003.08.07 7334 0
135 일주일 전 오늘, 이 시각 박순백 2001.06.20 7249 0
» 우리 딸 지연이 박순백 2002.09.03 6785 0
133 항상 난 결혼 기념일을 잊는데... 박순백 2003.04.22 6642 0
132 지연이가 다시 내 곁을 떠나 갔다. 박순백 2003.05.30 6548 0
131 망봉 조부근이, 아주 나쁜 놈 박순백 2002.11.27 6467 0
130 사위 놈들 박순백 2001.06.21 6355 0
129 문자 메시지 박순백 2001.06.20 6203 0
128 다 키운 딸내미를... 박순백 2001.06.21 6182 0
127 사랑 표현은 결코 늦지 않게... 박순백 2001.06.20 5948 0
126 연이를 만났을 때 왜 그리 못 했는지... 박순백 2003.03.22 5906 0
125 딸아이와의 마지막 드라이브 박순백 2001.06.21 5888 0
124 두고 간 바나나 박순백 2001.06.20 5860 0
123 오늘 네 생일 박순백 2004.02.02 5835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