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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09.09.04 18:40

9월 그리고 편지.

조회 수 3162 좋아요 294 댓글 3


옛날 진주에 김영도의원이라는 병원이 있었습니다.

故 김영도 원장님은 故 김윤양(윤양 병원장)과 연희전문 의예과(현. 연세대 의과대)의 동창으로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명의로 알려졌던 분들입니다.

이 분이 우리가 남강둑에서 행글라이딩 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환갑기념으로 하겠다고

교육요청을 하는 것입니다.

그당시는 보통 60세이면 영면(永眠) 하실 연령입니다.

진주시내의 큰 화제꺼리였습니다.

사회적 지명도로 보나 연령으로 보나.

아마 그 충격으로 영면하신(?) 친구분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나도 행글라이딩만 먼저 했지 나머지 스킨스쿠버, 햄(HAM), 스키 등

그 당시 꿈에도 못꾼 각종 레포츠를 그분께 몇가지 배우기도 했지요.

여자와의 첫미팅도 그분이 주선해주었습니다.

영감님께서(지금 살아계시면 90세 정도일 것입니다.)

자신있다고 너네들 하는 것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분석했다고 꼭 훈련에 임하겠답니다.

우리보고" 미친 넘"들이랍니다.

자기는 미친 넘들이 좋답니다.

사실 미국에서 발간 된 행글라딩잡지를 보면 "crazy boy"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길영씨(진주행글라이딩 창단멤버)과 저가 교관이 되어 훈련을 시켰습니다.

물론 우리도 초창기라 서로 공부해가며 그 힘든 공부를 시작했죠.

그분은 그 동안 즐겼던 모든 취미를 접고 행글라딩에만 몰두 했습니다.

병원 간호과장이 우리에게 간곡히 부탁을 합니다.

"병원 문닫게 생겼습니다.

원장님을 돌려주세요.

제발."

나중에는 우리보다 더 미쳐갔습니다.

무난히 그 힘든 훈련을 잘 견디낸다 싶었는데, 간호과장의 말에 의하면 병원에 돌아오면

자기가 피 멍든 신체에 영양제, 근육이완제, 진통제 등을 처방하여 주사하고 파스 붙이고

병실에 일일 입원 한답니다.

아뭏튼 우리보다 더한 제자를 만났습니다.

행글라이딩은 절대적인 신뢰가 상호간에 존재해야 최소한의 사고를 예방할수있습니다.

팀웍을 위하여 유머도 공부하고 40년 차이 나는 손자뻘 우리들과 친해지기 위하여

자기가 청해서 맞담배 맞술 합니다.

나중에는 가족보다 더 친했고 같이있는 시간이 더 많았졌습니다.

그렇게하여 진주 명석의 나즈막한 산에 있는 활공장에서

그 다음해 어느 봄날 첫 비행을 하였습니다.

어떠한 외부 동력도 사용치 않고 자력으로 알바트로스와 같은 마음으로

생애 첫활공을 한 느낌은 말로 표현할수없는 그 무엇입니다.

그 날 진주시가 난리 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39세 청년의 심장과 감정을 되찾은듯

오랜 시간 우리와 항상 같이 날았습니다.



행글라이딩 노래도 그가 작사 작곡하여 만들고 비행복도 만들고

그의 병원에 장비 격납고와 각종장비 제작소까지 내어주었습니다.

나는 그 이듬해에 군입대를 했습니다.

가끔 62세 먹은 老친구가 편지도 합니다.

"종수야.

잘 있나?

삼천포 와룡산 용두마을에 비행하려 온나.

메롱"



1985년 8월 남해 금산에서 이륙하여 비행하다 타계했다는 소식을

최전방 G.O.P 소대내무반에서 전해 듣고 얼마나 울었던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존경받는 의사로서

인생을 너무나 행복하고 즐겁게

그리고 굵게 살다가

자기가 너무도 좋아하는 것을 하다가 절명한 내 영원한 친구이자 제자인

老친구의 편지가 눈에 보입니다.

지금도 진주 모 라이브카페에 가면 그가 진주에서 처음 도입한 나무로 만든 원드서퍼가

걸려있는 것을 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가를 모릅니다.
Comment '3'
  • ?
    박용호 2009.09.04 18:47
    [ hl4gmd@dreamwiz.com ]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그런데 단 한가지 불만이...... 사진이 너무 작습니다. 크게 올려 주세요.^^*
  • ?
    박기호 2009.09.05 07:54
    [ euac8814@hanmail.net ]

    글귀 하나하나에 진한 그리움, 아쉬움이 물씬 묻어나네요.
    열정을 가진 삶을 주변인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느끼게 해주네요.
    맞담배와 맞술 이야기에서 돌아가신 그분이 정말 멋진 열정을 가진 배려가 깊으신
    분이라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 ?
    박순백 2009.09.08 13:02
    [ spark@dreamwiz.com ]

    그런 훌륭한 분이 비행을 하시다 돌아가셨다니 더 마음이 아프군요.
    더 오래 사셔서 많은 분들에게 교훈을 주셨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김영도 원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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