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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3 17:15

그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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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네 

 

게으른 농부의 텃밭엔 감자꽃이 지천이고,

길을 걷다보면 싸아한 라일락향 대신

달콤하나 뒤끝이 쿰쿰한 쥐똥나무꽃 향이 스친다. 

'열렬한 연애' 꽃말의 슬픈 접시꽃이 피어나고, 

날 닮아 수수한 메꽃들이 담장을 타고 오른다.

노랑색, 분홍색 달맞이꽃과 개양귀비가 한창이고,

함박꽃은 시들어가며, 찔레꽃은 절정에 달했다. 

계절의 여왕 장미 만큼 화려한 금계국으로 온세상이 노랗고,

이제 들판의 정복자는 개망초 계란꽃이다. 

어릴 적 해바라기로 착각한 루드베키아도 보이고,

겨울을 이겨낸 인동초는 이제야 꽃을 피웠다. 

살구는 초록색 알이 굵어졌고,

앵두와 오디는 붉게 익었다. 

왕보리수 열매는 파란색부터 빨간색까지 

익어가는 전과정의 베레종(véraison)을 보여준다. 

초여름이지만 결실의 흔적들이 보이니

벌써 가을을 예비하나 싶다. 

유난히 메리골드가 많이 보이는 이 동네.

집안에 놓인 화분엔 다알리아, 페튜니아꽃도 피어났다. 

꽃담에 가득한 분홍찔레꽃은 벌써 꽃잎이 많이 떨어졌다.

그렇게 도곡리는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중이다.

 

2023/05/30(화) 도곡리 화요정례방문시에 본 꽃들

The Village, Dogok-li

 

In that fair hamlet, quaint and serene

Where lazy farmer's plot is seen,

The humble potato flowers bloom,

Their fragrance sweet dispels all gloom.

Instead of lilacs, fragrant and rare,

Wafts the scent of wax tree's subtle snare.

Sad Alcea rosea, symbols of ardent love,

Grace the meadows, reminiscent of,

And modest bindweed, gentle and bright,

Climb the fences, reaching for the light.

Yellow, pink evening primrose in vibrant array,

Alongside field poppy, have their say.

The pinks, now faded, their petals frail,

While Golden-Wave in their prime prevail.

The world is bathed in golden hue,

As Daisy Fleabane the conquest pursue.

And there, the rudbeckia, as a child,

Mistaken for sunflowers, once beguiled.

Winter-defying honeysuckle reveal,

Their blossoms now, their triumph, surreal.

Apricots, green orbs, grow plump and round,

Plums and cherries in crimson abound.

Bo tree fruits, from blue to red they turn,

In veraison's process, fruits discern.

Midsummer reigns, yet signs appear,

Autumn whispers, drawing near.

Marigolds, an abundance doth reside,

In this fair hamlet, they do abide.

Dahlias and petunias, pots arrayed,

Burst with beauty, in home's embrace displayed.

Pink rosa canina, once in full bloom,

Now shed their petals, facing their doom.

Thus, the hamlet transforms its scene,

As summer transitions, in shades of green.

 

May 30, 2023(Tue.) - Visit the Hamlet of Dogok-li every Tuesday witnessing the Blooms as the Fairy of Inbetween Spring &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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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보리수 열매의 베레종(véraison)

 

* 본문을 조병화 시인의 문체로 바꾼 글

 

그 동네

 

게으른 농부의 밭엔 감자꽃이 피어오며,

길을 걷다 보면 라일락의 향기 대신

달콤하되 뒤끝이 쿰쿰한 쥐똥나무꽃 향이 간간이 스며든다.

'열렬한 연애' 꽃말의 슬픈 접시꽃이 피어오고,

날 닮은 수수한 메꽃들이 담장을 따라 올라간다.

노랑색과 분홍색의 달맞이꽃과 개양귀비가 번성하며,

함박꽃은 시들어가며 찔레꽃은 절정에 이르렀다.

계절의 여왕 장미만큼 화려한 금계국으로 온 세상이 노랗게 물들고,

이제 들판을 정복하는 자는 개망초 계란꽃이다.

어릴 적 해바라기로 착각한 루드베키아도 보이며,

겨울을 이겨낸 인동초가 이제야 꽃을 피웠다.

살구는 초록색 알이 커졌고,

앵두와 오디는 붉게 익었다.

왕보리수 열매는 파란색부터 빨간색까지

익어가는 과정인 베레종(véraison)을 보여준다.

초여름이지만 벌써 결실이 보이니

가을을 이미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이 동네에서 특히 메리골드가 많이 보인다.

집안에 놓인 화분에는 다알리아와 페튜니아꽃도 피어났다.

꽃담에 가득한 분홍찔레꽃은 벌써 많은 꽃잎을 떨어뜨렸다.

그렇게 도곡리는 한여름으로 접어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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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치않게 큰 꽃으로 자라난 찔레꽃

 

세익스피어의 문체로 각운을 맞춰 바꾼 시 

 

In yonder place,

 

Where lazy farmer's plot holds blooming taters,

Whilst strolling the path, a scent of pungent rue,

Instead of sweet lilac, fills the air anew.

 

A plate flower of 'ardent love' sadly blooms,

And modest convolvulus climb the fence in full plumes.

Yellow and pink evening primrose, with Mohnblumen in their prime,

The peony flower fades while the wild rose reaches its prime.

 

The world turns yellow, like the golden-wave's reign,

And now, conqueror of fields, the daisy fleabane holds its domain.

Even a rudbeckia, mistaken for sunflower in youth's care,

And the honeysuckle, now unfolds its blossoms fair.

 

Apricots bear green fruits, thickening in their hue,

Cherries and mulberrys, red-ripened, in a vibrant hue.

The Bo tree fruits, from blue to red it turns,

Revealing veraison's stages, as the summer churns.

 

Though early summer, fruits already appear,

As if preparing for autumn, it seems clear.

This neighborhood, abundant with marigold's gold,

Pots within the house, dahlias and petunias unfold.

 

Pink roses, once filled the flower wall with grace,

Now shed their petals, a sign of summer's embrace.

Thus, the wheel turns, transitioning to midsummer's reign,

As the summer daisies dance their vibrant ref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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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렬한 연애" 접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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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찔레꽃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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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익을 살구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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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달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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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달맞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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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뭉터기로 피어난 샤스타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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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꽃 줄(넝쿨, 덩굴)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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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나물꽃


돌나물 O
돋나물, 돗나물 X

발음은 "돌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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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드베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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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 열매,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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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장미 앞의 인동초. 내가 한 때 싫어했으나 존경받을 만한 인물, 고 김대중 선생을 상기시키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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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닥다닥 열린 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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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초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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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끈이대나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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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익어가는 완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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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노랗게 물들여가는 금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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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꽃)양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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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빨간 틈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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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잔화(메리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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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락을 장식한 화분들 - 다알리아와 페(피)튜니아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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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접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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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꽃 만발한 도곡리 길가 - 보라색 꽃은 수레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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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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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초롱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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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져가는 작약(함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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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익어가는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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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국 만발한 도곡리 안골의 길가


초여름 훈향(薰香)을 담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지만 그 드센 개망초마저도 고개를 들지 못 할 만큼의 기개로 왕성하게 핀 노랑꽃. 길가의 작은 언덕에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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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엉겅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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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쿰쿰한 향을 날리는 쥐똥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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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냐, "감자보다 꽃"이냐? 안 따준 건지, 농부가 게으른 건지?

 

감자를 키우기보다 감자꽃을 보려는 취미 농부의 텃밭이라면 지나칠 정도로 로맨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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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돌리면 여기저기 보이는 개망초꽃. 흔치 않았다면 이것도 보기 좋은 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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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닮아 수수한 메꽃. 나 닮은 또다른 꽃은 과꽃이다. 가끔 과꽃까지는 내게 "과"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는데, 대충 그 정도로 살았다, 아니 그 정도로 살고 싶었다.

이경원

날 닮아 수수한? 동의할 수 없네요ㅋㅋ "별난" 이라면 몰라도^^
많은 꽃들 사진과 설명,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순백

이경원 그게 좋게 표현한 건데...^^; 전엔 제가 그런 표현에서 항상 과꽃을 들었어요.(사진: 픽사베이, Gabriela Piwowar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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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표현은 다른 데서는 안 쓰고, 오디오 관련 글을 쓸 때만 썼어요. 특히 CD Player에서 일본제 티액(Teac)의 하이엔드 제품을 얘기할 때. 이 제품이 대략 수백만 원 정도(20년 전 가격)하는데, 어찌 보면 그 가격이 비싸지만 실제 오디오파일들의 진짜 좋은 거라는 건 당시에도 대략 천만 원이었거든요. 그 컴포넌트 하나에...
근데 제가 그 티악 제품에 대해 얘기할 때 이 회사가 CDP의 부품 제작사 중 가장 유명한 회사이고, 대개의 초고가 제품들이 사용한 부품이 이 회사의 것이라는 걸 먼저 밝혀주죠. 만만한 기술을 가진 회사가 아니란 걸...
그리고 이 회사가 자사가 만든 부품을 조립해서 파는 것 중 최고의 제품이니 그들의 CDP가 절대 되는 대로 만든 게 아님도 강조하고... 사실 이 회사의 제품이 나쁜 건 아니고, 상당히 좋은 것이지만 진짜 비싼 것들에 비하여 그래도 뭔가 많이 뒤져요.
그래서 오디오파일들에겐 티악의 하이엔드 CDP가 겨우(?) 가성비 좋은 제품이에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성능은 꽤 좋은... 그걸 수수하다고 표현을 했고, 그걸 꽃에 비유하면 과꽃 같다고 했었어요. 장미 만큼 화려한 건 아니어도 보기에 싫지 않고, 그렇다고 쉽게 질리지는 않은, 그러면서도 계속 바라보면 거기서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소리의 특성도 그렇다고 한 거죠. 어디 치우치지 않고, 착색이 안 된... 말하자면, 모니터 스피커처럼 있는 소리만 잘 뽑아내주어, 그걸로 다른 모든 소리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그러니까 제 생각에 저 같은 사람이 스스로를 과꽃에 비유하면 그건 제가 자신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이고, 제가 스스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인 거에요. 남들이 날 그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이기도 했고...
근데 요즘에 들어서는 과꽃도 제겐 과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래서 저 평범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드러낼 만큼 예쁘지도 않은 메꽃을 보면 그게 과꽃보다 제게 더 친숙한 거에요.
'과꽃마저도 찬찬히 지켜보면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그로써 족하다.' 그게 요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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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3리 어룡마을 표석 하단은 접시꽃, 개양귀비꽃 등으로 가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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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들른 도곡리 안골의 "카페 쉼"

꽃구경하다 늦게 가는 바람에 앙리 마티스 "To Go Cup"에 커피를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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