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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삼잎국화 - 오랫동안 알고 싶었던 꽃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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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곡1리 마을표지석에 "건강장수마을"이라 썼는데 이런 농촌 풍경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어제 진료차 덕소 도심역의 정형외과(피노키오)에 들른 집사람을 내려주고 난 마르티스 강아지 줄리(Julie)와 함께 도곡1리에 갔다. 차로 1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이라 몇 번 들렀던 곳이다. "가노라 삼각산아..."로 시작하는 시조를 지은 조선조의 관리 김상헌 선생의 석실묘(석실마을)로 향하는 석실로에서 약간 벗어난 그곳. 언제나 느끼지만 정겨운 농촌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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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출에 나서는 우리 둘. 줄리는 4.8kg.

 

그곳엔 "카페 쉼"이 있어서 가끔 들르기도 하지만 어젠 들르지 못 했다. 그 카페에서 날아온 문자에 월,화요일 이틀을 쉰다고 했던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원래 일주일에 하루를 쉬는데 이 때는 휴가를 가시려고 이틀을 쉬시는 듯.) 그래서 도곡1리의 차로 이를 수 있는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봤다. 더이상의 찻길이 없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나와 한적한 곳에 주차를 한 후에  줄리와 함께 동네 산책을 했다.(나중에 확인하니 카페 쉼의 문자는 지난 주 월,화요일을  위해 보낸 것이었다. 요즘 일주일이 하루처럼 빨리 가다보니 그걸 착각한 것이다.ㅜ.ㅜ)

 

도곡1리는 자연과 공존하는 마을이다. 도심역(陶深驛)이나 도곡리(陶谷里)나 모두 도자기 도(陶) 자를 쓴다. 동네 전체가 역사적으로는 사기마을인 곳이란 얘긴데, 도곡1리엔 그런 유적은 없었다. 하지만 집이 있으면, 바로 곁에 밭들이 있는 촌동네이다. 동네를 가로 질러 흐르는 작은 천도 있다. 전날 내린 비로 천의 물이 늘어서 듣기좋게 물소리도 났다. 이번에 천천히 동네를 걸으며 보니까 거긴 여러 마리의 소를 키우는 우사도 있고, 카페 쉼 말고도 세 개의 카페가 더 있었다. 그리고 가장 많은 건 임대용 창고들이었고, 타월공장이나 가구공장 같은 가내수공업 수준의 공장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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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동산 아래 2층짜리 카페가 보인다. 카페의 이름은 Gracias(스페인어로 Thank you). 동네 깊은 곳의 카페인데 사람들이 많이 올까? 하긴 알려지고 나면 단골이 생기긴 하는데...

 

뒷산인 갑산(549m)은 높지 않아 부담이 없고, 그게 있어서 동네 분위기가 더 푸근하게 느껴진다. 전에 한 번 올라가 본 일이 있다. 특별한 언급을 할 필요가 없는 평범한 산이었다. 그냥 동네 뒷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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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곡리 마을 뒷산, 갑산.

 

길을 가다보니 배경색을 예쁘게 칠하고 거기 "아이다움"이라 잘 보이게 쓴 조그만 이정표가 하나 보인다. 그 밑에 작게 킨더가르텐이라 쓰인 걸 보고 그게 유치원이란 걸 알았다. 거기서 좀 더 가니 그 유치원이 나온다. 거긴 조금 다른 배경그림에 같은 내용을 적었는데 역시 예뻤다. 그 동네의 한 집 안에 꾸린 유치원인데 마치 아파트 단지내의 한 집에 작은 팻말을 단 유치원과 비슷한 곳이나 여긴 도시적이지 않고 매우 운치있는, 바람직한 유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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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아이답게 키워주는 킨더가르텐(유치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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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내에 모든 골목까지 다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동네이다. 마을버스가 딱 한 번 내 옆을 지나갔다. 마을버스의 뒷꽁무니를 보는 데 그게 꽤 낭만적인 풍경으로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산책을 나온 줄리는 나를 항상 앞서며 뛰어갔다. 등산을 가면 나를 앞서기보다 뒤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오르막이 없는 곳이다보니 혼자 신나서 뛴다. 여러번 엉뚱한 곳으로 저 혼자 가기도 해서 몇 번이나 불러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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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서 나를 앞서 뛰어가는 줄리.

 

동네 담이나 작은 화단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있었다. 어느 집엔 연(蓮)을 물속이 아닌 화단에 심었는데 거기 빨간 연꽃이 피었다. 그냥 땅에 심은 건데 거기서도 제대로 꽃을 피우니 매우 신기하고도 희한했다. 화단의 꽃들은 대개 잘 아는 꽃들이었다. 월동이 안 되는 구근식물이라 매년 심어야하는 글라디올러스도 보였고, 접시꽃(흰꽃, 핑크색꽃), 원추리, 노란 메리골드, 해바라기, 사피니아, 세이지(허브), 루드베키아 등이 보였다. 밭에 있는 흰 깨꽃도 많이 보였는데 그것도 아주 보기 좋았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첨부한 사진에 있는 노란꽃이다. 꽃대의 길이가 1m나 1m 50cm 정도되는 것인데, 전날의 심한 비로 인해서인지 길가 쪽으로 쓰러져있었다. 내가 어린시절 경기도 하남에서 살 때 우리 집 화단에 여러 포기가 있던 바로 그 꽃이었다. 내가 꽃에 관심이 많고, 특히 이 꽃에 관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흔치 않아 아직 이름조차 모르고 있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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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궁금했던 이 노란꽃의 이름. 줄리는 내가 이 꽃에 관심을 보이자 다가와 꽃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이 꽃은 화원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종류의 꽃이고, 시골에서나 가끔 눈에 띄는 것이다보니 그 이름을 파악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당장 이 꽃의 사진을 찍은 후에 "모야모" 사이트에 접속하여 꽃이름에 대해 문의를 했다. 질문을 한 지 5분도 안 돼서 '빛고을삼손'이란 필명의 친절한 분이 답변을 해주었다. #겹삼잎국화 처음 들어보는 꽃이름이었다. 살아오는 동안 이 꽃이 눈에 띌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문의를 했으나 그 누구도 꽃이름을 모른다고 했었는데 너무나도 쉽게 답이 나왔다.("모야모" 사이트는 위대하다.)

 

모야모에서 답변을 할 때는 항상 우물정자(#)를 앞세워 꽃이름을 해쉬태그로 처리한다. 그래서 그걸 클릭하니 이 꽃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나왔다. 그건 캡쳐하여 그래픽으로 첨부하고, 아래는 그 정보의 일부를 텍스트로 정리한 것이다. 이 꽃의 다른 이름들도 꽤 다양했다.  

 

"겹삼잎국화

 

이명(異名): Golden Glow, 겹꽃삼잎국화, 겹세잎국화, 겹키다리국화, 키다리노랑꽃

상징: 충실한 기다림, 영원한 행복, 평화로운 공존

특징: 루드베키아의 품종이지만 꽃의 모양, 잎의 모양이 모두 다르다. 루드베키아라는 이름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루드베크 부자의 이름에서 유래 된 것이다. 

관상용으로 식재하며 어린 순은 나물로 식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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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야모"의 겹삼잎국화 관련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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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꽃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이게 우리 시골집 마당을 장식하던 꽃이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이 꽃 나무의 순을 따서 이것으로 나물무침을 만들어 주시곤 했기 때문이다. 당시는 내가 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전이었는데 내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강권하셔서 몇 번 먹어보았던 나물이다.

 

'역시 이게 식용할 수 있는 꽃이었구나.'란 생각을 하며 1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속썩이던 아들을 무한한 사랑으로 감싸주시던 분, 나의 강력한 후원자였던 분이다. 놀기 좋아하던 나는 나쁜 길로 빠지기 쉬웠는데 항상 그 막판에서 '엄마를 실망시키면 안 돼. 그간에도 속을 많이 썩였는데...'하는 생각이 떠올라 자제하곤 했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울타리가 되어 그걸 넘지 않게 해주곤 했다. 

 

겹삼잎국화. 이젠 이 이름을 잊지 않을 것 같다. 영어명 골든 그로우(Golden Grow)는 "금빛으로 자라난다"는 의미인데 실제 그래 보인다. 이의 학명이 "Rudbeckia laciniata var. hortensis Balley"인데 품종이 루드베키아에 속한다는 건 의외이다. 꽃의 모양도 색깔도 전혀 다른데... 어쨌든 궁금하던 꽃 이름은 알았는데 또 한 가지가 궁금하다. 나물로서의 그 맛이다. 분명 어릴 때는 입에 맞지 않았는데 현재는 그 맛에 대한 기억이 없다. 이 꽃나무는 흔치 않다보니 이걸 나물로 먹어봤다는 사람은 찾을 길도 없었다. 전에 이 꽃이 눈에 띌 때 함께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면 모두 "처음 보는 꽃"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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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곡1리의 마을버스

 

언제 이 여러 해살이 꽃의 씨가 여물 즈음 꽃씨를 받아두었다가 봄에 파종해야겠다. 자라나는 새순을 따고 그걸로 나물무침을 만들어 보자.^^ 그래야나 겹삼잎국화 나물의 맛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물론 다 뜯어먹지 말고 남겨서 일부는 "금빛으로 자라나게(골든 그로우)" 해야한다. 저절로 어머니에 대한 추억도 함께 돌이켜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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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 거의 10년을 함께 살아온 보라 언니를 떠나 보낸 아이라 이제 집에 혼자 두기 힘들어 항상 데리고 다닌다.

 

얘는 어쩔 수 없을 때 집에 있는 케이지(cage)를 펼쳐놓고, 혹 쉬를 쌀 것에 대비하여 흡수매트를 깔아준다. 물론, 물을 먹을 수 있게 강아지용 급수대를 세워놓은 후에 얘가 좋아하는 푹신한 방석을 깔아둔다. 그럼 거기서 잘 자는 경우가 많으니까...

 

우릴 따라가고 싶어서 안달하는 애를 달래면서 먹을 걸 하나 주고 다녀온다고 하면 다행히 보내준다. 근데 줄리가 어쩔 수 없이 우릴 보내주도록 만든 걸 그 애에게 미안하고도 죄스럽게(?) 여기게 된다. 데려갈 수 있는 경우라면 어디라도 함께 동행하는 게 답이라 대개는 그렇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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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절 위해주는 걸 알아서인지 우리 가족들 중 내 말을 제일 잘 듣는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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