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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나한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을때부터 약하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흐릿하게나마 오백나한 절벽의 모습을 감상할수 있었는데,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 보다가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처럼 기뻐날뛰고 말았다.

그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파우더가 멋지게 터널처럼 생긴 바위들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것은 흡사 노래방 비디오에서나 본듯한 외국의 파우더 스킹 촬영장소와 같았다.

‘우와~ 크레이지 캐네디언들이 보았다면 정말 좋아했을만한 코스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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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백나한 절벽앞 직벽 코스들. 정말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던곳.

순각 곧바로 스키를 신고 내려가보고 싶었지만 지도에서 벗어난 루트였고 어디로 향하는 곳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 좌표만 기록하고 후에 지도에서 루트를 만들어 도전해보기로 하고 윗새오름으로 향하였다.

그곳을 벗어나니 또다른 이국적 풍경이 나온다. 내 키만한 소나무들이 모두 하얗게 눈을 맞아 얼어있었고 그것들은 등산로를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기에 난 마라톤에서 길 양 옆에서 응원하는 갤러리에게 응원을 받는 것처럼 그 소나무들에게 응원을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나무 병풍 길을 벗어나고 나니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이 나온다. 어디로 가야할지 순간 당황했지만 20미터 간격으로 빨간 깃발이 꽂혀있는것이 보인다. 그러나 그곳에서부터 등산로는 사라지고 몇몇 등산객이 길을 내고 걸어갔던 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걸음을 옮길때마다 무릎깊이까지 빠지고 만다.

그렇게 힘겹게 빨간 깃발을 따라가는데, 더욱더 눈발이 거세진다. 그 거세진 눈발이 눈으로 들어가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며 걸어가야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땅을 보고 걸어가다가 더 이상 참고 걸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한 순간

‘스키 고글을 꺼내어 쓸까?’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저 멀리 건물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많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아! 드디어 도착이다.’

제일 먼저 반이상 눈으로 뒤덮힌 대피소가 보였다. 이곳이 바로 윗생름 대피소였고 그 앞으로 늙은 나무가 보이는데, 선명하게 윗새오름이라고 적혀있다.

마치 히말라야 정상에 오른듯 그 옆에 다가가 당당하게 카메라앞에 포즈를 취하고 서둘러 영실코스로 되돌아 간다.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되돌아 가는길에 아까 보았던 몬스터(monster)로 발걸음을 향했다. 몬스터란 나무가 눈으로 뒤덮혀 얼어붙어 점점 그 얼어붙어 가는 눈의 양이 많아서 나무 자신의 몸보다 훨씬 거대해져 보여 마치 괴물같은 모습 때문에 흔히 외국에서 그런 나무를 부르는 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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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의 완전히 눈으로 덮힌 윗새오름 대피소
2. 윗새오름 표지말 앞에서
3. 몬스터(monster)처럼 변해버린 나무들

그 몬스터 밑쪽으로 이글루 같은 둥근 쉼터같은 장소가 보였다. 그곳으로 들어가 배낭을 풀고 간단하게 에너지 바와 쵸코렛등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그 멋진 보금자리를 떠나기 아쉬워 캠코더에 담는다. 이렇게 눈보라가 치는때 이 정도로 안락한 대피처가 또 있을까?

아쉽지만 몬스터를 뒤로한채 영실코스로 서둘러 걸어간다. 아까보다 눈보라가 심해진다. 드디어 고글을 꺼내 눈을 보호하며 걸어가는데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고글을 벗어본다.

그러나 마찬가지다 세상이 온통 하얄뿐 위아래 왼쪽 오른쪽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다만 내 발이 닿아있는 곳이 땅이란것을 알 뿐인데 순간 현기증이 나는것도 같다. 거리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데, 다행히 저 앞쪽에 아까 따라 걸어온 빨간 깃발이 보인다.

‘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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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눈보라로 인해 깃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화이트 아웃(White-out)

‘아~ 이래서 많은 산악인들이 이곳에서 산악 훈련을 하는 구나’
하고 한라산에 대한 경외심이 일어난다.

그 빨간 깃발을 따라 다시 작은 소나무 병풍길에 들어섰을때 마치 거짓말처럼 눈보라가 사라지고 다시 고요해진다. 고글을 벗어 이마에 걸치고 소나무 병풍 하나 하나를 눈에 담는다. 병풍의 도움으로 추위에서 벗어나 다시금 오백나한 앞 산등성이 등산로에 닿았다.

이곳이 바로 백컨츄리 파우더 스킹의 출발점으로 루트를 짰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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