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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글 쓰는 사람이다. 대개 매니아적인 글장이를 영어로는 Word Smith라고 부른다. 난 그렇게 불리고자 노력했던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글 쓰는 도구에 대해서는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필기구의 시대에는 몽블랑(Montblanc) 만년필을 글쓰기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리고, 타자기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우리나라엔 그런 시대가 없이 건너뛴 셈이므로...) 태어날 것이 예정된 Computerized Word Processor를 그리며 한동안 살았다. 그러다 PC가 보편화되면서 태어난 영문 및 국문 워드 프로세서를 내 새로운 필기구로 삼았다.

 

워드 프로세서는 몇 가지로 통일되어 있는 셈이라 내게 중요한 글쓰기 도구의 일부는 나와 컴퓨터를 이어줄 입력기인 키보드에 집중되었다. 좋은 키보드를 찾아 쓰는 건 그래서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남들이 PC에 번들된 키보드에 만족하던 시절에 난 꽤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번들용이 아니라 독립된 상품으로서의 훌륭한 품질을 지닌 키보드를 사용했다.

 

그 중 하나가 독일제(지금은 체코에서 생산) 체리(Cherry) 키보드였다. 일제 알프스 키보드나 알프스 키(스위치)를 이용한 IBM이나 LG 등의 키보드를 제외하고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이 체리의 제품들이다. 그 외에는 옴니키보드나 키트로닉 등의 흔히 볼 수 없는 키보드도 나를 거쳐갔고, 비싼 일제 키보드로 유명한 리얼포스 토프레도 사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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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과 사무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체리 키보드. 체리 키보드는 구입한 것이고 Filco의 팜 레스트(palm rest)는 www.iomania.co.kr 의 한만혁 대표가 선물해 준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역시 아이오매니아의 한만혁 대표님이 아래와 같은 노트와 함께 선물을 하나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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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난 이런 I/O 전문가에게 "원조 Word Smith"로 불릴 수 있는 행운을...^^;

 

보내주신 제품은 필코 마제스터치(Filco Majestouch) Convertible 2 / Tenkeyless 키보드이다. 아래와 같이 박스내에 포장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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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소니의 AA 건전지 두 개가 보인다. 블루투스용 키보드인데 전원을 그것으로 공급한다.

 

USB 코드를 이용하는 유선 키보드이기도 하고, 원한다면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무선 키보드로도 사용할 수 있다. 무선으로 사용할 것을 생각해서 부피를 줄인 것인지 오른편에 있어야 할(?) 뉴메릭 키보드를 생략했다. 숫자 입력을 많이하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필요치 않고, 공간만 잡아먹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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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키보드이다. 위의 표시 중 하나는 짚고 넘어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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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것. 예전엔 좋은 키 스위치라고 하면 일본 알프스 사의 제품이 첫 손에 꼽혔다. 이젠 세월이 달라져서인지 오랜 기간 많은 Word Smith들의 사랑을 받아온 체리의 메커니컬 스위치가 타사의 제품에도 채용된다. 필코의 이 제품은 이런 키 스위치를 사용한 제품이므로 당연히 좋은 제품이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을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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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스위치는 갈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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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보드 배열과 제품의 특성 일부, 그리고 번들 액세서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포장 상자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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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내가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체리 키보드는 이랬다. 103 키보드이므로 필코 팜 레스트와 같은 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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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87 키보드이고, 뉴메릭 키보드가 생략되어서 이처럼 단촐하다. 아담한 사이즈인 것이 103 키보드의 크기에 익숙한 처음엔 좀 이상했지만 지금은 이것이 귀엽고도 사랑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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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코 사도 근년에 매우 사랑받는 많은 제품을 생산한 회사이다. 키보드 명가의 하나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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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두 개의 입력기인 키보드와 마우스가 이런 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둘 다 팜 레스트를 사용한다.

 

필코 키보드를 사용해 보니 이것은 체리 키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키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즉, 기존에 사용하던 체리에 비해 소리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는 키보드의 하우징이나 키보드 하단의 기판 처리 등에 있어서 새로운 배려가 주어진 까닭이라 생각된다. 

 

키보드의 노이즈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이에 투여된 물적인 투자가 의외로 큰 덕분인 듯하다. 이 필코 키보드는 뉴메릭 키보드를 생략하여 부피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무게를 재보니 기존의 큰 체리 키보드가 0.9kg인데 비하여, 이것은 사이즈는 작은데도 불구하고 무려 1.06kg이나 나가고 있었다. 작으나 여러 모로 내실을 기한 것이다. 그러려면 하우징으로 사용된 플라스틱의 두께를 늘리던가, 더 견고한 재질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던가, 내부에 다른 키보드들이 가지지 않은 다른 부품을 넣던가 뭔가 다른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필코는 적절한 반발력의 키 스위치가 주는 탄탄한 느낌이 대단히 좋다. 그래서 타자하는 내내 대단히 경쾌한 타자감을 느낄 수 있으며, 그로써 상당히 즐거운 기분으로 오래 타자할 수 있고, 그래도 피곤함이 덜 느껴진다. 이런 느낌이야 당연히 감성적인 부분이지만, 이런 느낌이 장시간의 타자에서 오는 물리적인 피로감을 줄여주는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기존에 사용하던 체리 키보드보다 키의 반발력이 살짝 강해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전자가 오래 사용하여 길이 들었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사용감에 의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키를 가장 많이 눌렀을 때 그 끝에서 느껴지는 아주 미세한 반발력이 오히려 속타를 가능케하기도 했다. 이런 걸 가리켜 워드 스미스들은 "쫄깃한 키보드감"이라고 부르는데, 과연 이런 용어로 이 키보드의 특성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될 지는 모르겠다.^^;

 

난 사무실에서 이 키보드를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는 USB 코드를 물려 쓰고 있다. 하지만 블루투스 기능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가끔 휴대폰이나 안드로이트 태블릿을 사용할 때는 화면 터치를 통해 입력을 하기보다는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하여 입력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당연히 입력 속도도 늘어나고 오타의 가능성도 줄어든다. 이런 때마다 이 필코 유무선 키보드의 장점이 매우 돋보인다.

 

'작은 거인 같다.'는 느낌이 드는 키보드이다. 이 제품과 동일 계열의 104 키보드도 있지만, 이 텐키리스 키보드가 훨씬 더 멋지다.^^

 

제품 관련 정보: http://www.iomania.co.kr/frontstore/Item/item_zoom.asp?item_num=2264&catalog_num=103897&mart_id=iomall&level=&mother_catalog_num=10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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