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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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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제목 : [고성애] 늘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는데... / 박순백 - 2001-12-27 15:53:19  조회 : 2559 


번호 #184 /184 날짜 2001년12월27일(목요일) 0:52:32
이름 고성애 E-mail kosa@dreamwiz.com
제목 늘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는데...

크리스마스 날이다. 이른 아침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예쁜 파스텔 톤의 은은한 아름다움을 발한다. 토평으로 내달리니 30분 정도 걸려 천마산에 도착했다. 믿을 수 없는 시간이다.

차를 주차시키고 현근이와 Spark가 조금 앞서 가는데 그 뒷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만 하다. 근데? 내 곁에 서서 걸어가며 즐거운 목소리로 재잘거려야 할 연(娟)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니... 갑자기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어떻게 주체할 길 없어 그렇게 한참을 울음 삼키며 걸어갔다. 조금 앞에 가던 Spark가 뭐라 하며 내 모습을 보고 말았는데 짐짓 아는 체를 하지 않고 넘어가 주어 고마웠다.



- 12월 25일 천마산 스키장에서.

늘 하얀 슬로프를 바라보아도, 산 정상에서 산 아래의 모습을 바라만 보아도, 렌탈 하우스에 들어서면서도 설전에서 식사할 때에도 카페테리아에 들어설 때에도 설움 복받쳐 그렇게 눈물이 고인다.

현근이가 자랄수록 아빠 모습을 쏘옥 빼 닮아 가는 것이 신기하고 기쁘다. 그렇게 늘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것이 내게 있어 더없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Spark 역시 나 닮은 연이 모습 보며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연애시절, 날 닮은 딸 하나 갖고 싶다던 그 말이 떠오를 때면 더욱 마음이 아파온다.

- 12월 25일 현근이와 천마산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해 본다. 빛나는 날씨에 캐롤 송이 울려 퍼지니 두 해 전 크리스마스 이브가 생각난다. 연이와 현근이와 조카 찬근이와 지예를 데리고 이곳에 왔었다. 눈이 무던히도 많이 내린 크리스마스 이브 였었는데...

-----------

번호[크기] # 3/355 [ 5K ] 보낸 날짜 1999/12/24 18:28 [GMT+09:00]
받는이 spark@dreamwiz.com
제목 행복한 크리스마스

순백 씨~(연애 할 때 매일 쓰던 편지 생각난다. 그 수백 통의 연애 편지 하늘나라 갈 때 가져가야지!)

너무 행복한 크리스마스다. 눈이 어찌나 펑펑 쏟아지는지 슬로프에 사람들이 한 명도 없을 정도야. 앞이 안 보여도 '97년 2월의 나에바(Naeba) 스키장에서보다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지. 그래서 나는 열심히, 신나게...

눈이 그렇게 많은 데서 타 본지가 얼마만이던가?

괜스레 D코스 찻집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격자 창 밖에서 내리는 눈 풍경을 보니 마치 나에바에서 아침 식사할 때 내리던 아름다운 눈을 보는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졌어요. 나만 행복감에 젖어 미안하더군요.

오늘 모글 코스에 눈이 많이 쌓였고, 사람들이 많이 쓸고 내려가 높이가 꽤 높아졌어요. 내일 천마산 리스트 모글 광들 빛을 발할 시간이군요. 축하해요!

순백 씨,
우리 주위에선 우릴 연구 대상이라고 하지만, 열심히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야. 우리가 육십이 넘어도 스키를 탈 수 있을까 얘기하며 서글퍼 했었지만, 지금부터 열심히 체력을 연마하면 팔십까지 스키를 탈 수 있을까?

내가 어제 돌아와서 힘이 들어 쉬고 싶은데도 숏턴의 연습 연속 세 번 보고, 스키의 돌파구 III 카빙 스키 편을 한 번보고 오늘 연습 좀 했지. 역시 본 대로 하니까 쬐끔 되더라구요.(^.^)

10시 50분부터 2시까지 점심도 못 먹고 나만 열심히 탔어요. 아이들은 눈이 너무 많아서 회전이 안되고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앞이 안 보여서 탈수가 없다는 거에요. 괜히 보드 가져왔다고 한탄! 내가 타는 동안 2시간에 걸쳐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4단 높이로 높게도 만들었더라구요. 형 무등 타고 올라가서 얹었다나요? 예술이었는데 카메라가 없어서 아쉬워했어요. 현근이가 자기 스케줄 바쁘다며 빨리 가자고 리프트 타고 가는 나를 향해 눈을 뭉쳐 던져 대는 거 있죠? 할 수 없이 아쉬움을 커다랗게 남겨 놓고 돌아왔어요.

어찌나 풍경이 아름다웠던지 아이들이 모두 행복해 했어요.

순백씨! 내일 새벽에 떠나 볼까요?(^.^ 나 매일 간다. 연이가 "엄마! 애들 성적은 내고 다니셔야죠?" 으이그! 꿰뚫어요.)

성공적으로 Dreamwiz 화면 개편하시고 조심 운전해 돌아오세요.

1999년 12월 24일 오후 6시 40분 성애가.

 



- Spark: 스키장 부근에서 집사람은 말이 없었다.
대충 짐작하고
말을 붙이는데
답이 없다.
자세히 보니
눈물이 흐른다.
'뻔한 일이다.' 생각하며
입을 닫았다.
그리고 모른 척하기로 했다.

아이는 갔지만,
그래서 그 앨
못 봐 섭섭하지만,
가슴에 품고 사니
딸에 대한
사랑은 전과 다름없다.
그 애가 우리와 함께 살았던
그 세월이 그리울 뿐이다.
그래도 그런 세월이라도 있었다는 게,
위안이 된다.
그 행복한 세월을 부정할 도리는 없으니까...


올핸 지연이를 위한 시즌권을 사 주지 못 했다.
올해 시즌권을 만들 때는
그 애의 키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려고 했는데...



대충 '165cm 정도이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마저도 그 애에게 미안하다.
얼마전 현근이의 키는 182cm였던 것 같다.
아직도 크는 놈이니 나중에 확실하게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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