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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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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곳이 생각난다.

나...

그곳에 가고싶다.

나...

그곳에 가고 있다.

나...

그곳에 서 있다.

 

나...

그사람이 생각난다.

나...

그 사람이 그립다.

나...

그 사람이 보고싶다.

나...

그 사람이 너무 보고싶다.

 

그 사람이 보고픈 건

그곳에 우리의 기억을 흩뿌렸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보고픈 건

그곳에 우리의 추억을 묻었기 때문이다.

 

결국엔

그곳은 늘 가슴 속에 품은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당신이 늘 보고싶다. 

 

'그리움이라는 게... 늘 나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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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곳에만 가면

가슴이 이리 뛰는지를...

 

찾는다.

한 번 더 찾는다.

어쩌다보니 추억 가득했던 그곳에 도착했으니...

 

두리번 거린다.

다시 두리번 거린다.

혹여라도 그리움 한 조각 찾을 수 있을까 해서...

 

놀란다.

깜짝 놀란다.

그저 당신의 옆 모습을 조금 닮았을 뿐인데도...

 

차마 피할 수도 없고

결코 돌아서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는 그 곳...

 

다시 어떤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젠 내가 좋아하여 자주가는 곳에는

어떤 누군가와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어떤 누군가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고

어떤 누군가가 자주가는 곳을 함께 다닐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내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질 듯 싶으니...

 

아! 이런 이기적인 몹쓸 생각같으니라구...

 

'그리움이라는 게... 그곳에 숨어서 나를 늘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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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다.

억지로라도 버린다.

 

하지만 아무리 버려봐야...

기억은 여전히 머릿 속에 남아있고

추억은 아직도 가슴에 묻혀있다.

 

버리지 마라.

억지로 버릴 필요는 없다.

삭아 썩을 때까지 남겨라.

 

그것이 기억에 대한 예의이고

그것이 추억에 대한 의리이다.

 

'그리움이라는게... 늘 나를 주저주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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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라는 게

내 가슴을 쓸고가면 입가에 미소가 감돌고

그리움이라는 게

내 몸을 감싸오면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리움이란 건 늘 기억을 더듬고

그리움이란 건 언제나 추억을 헤치어

온몸이 주체할 수없는 감정으로 휩싸인이게 한다.

 

'그리움이라는 게... 그 예전 나쁜 기억과 슬픈 감정을 온전히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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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그 모습이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그리움이 남아있다는 건

그 감정이 추억 속에 묻혀있다는 것.

 

그리움이 남아있다는 건

그래서 아직은 외롭지 않다는 것.

 

지금 내가 외로운 건...

그 기억이 흐릿해지고

그 추억이 아련해지어

그래서 감정이 살며시 흩어져간다는 것.

 

멀어만 가는 앞을 보고만 있으면

미련스런 자책만 붙잡고 있을 뿐.

이제는 뒤를 돌아서서

스쳐 지나갈 듯 다가서는

또다른 인연을 붙잡아야 한다.

 

그것이 또다른 그리움의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또 기다린다.

 

'그리움이라는 게... 늘 나를 멈춰 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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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읽은 글들 중에서 가장 내 가슴에 다가왔던 글 한 편.

 

난 아버지의 그 까칠한 손이 정말 싫었다.

내 얼굴을 만질 때면 사포 같은 그 손,

냄새도 났다.

아버지 몸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났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냄새,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때 그 냄새,

비 오기 전에 풍기는 흙냄새...

뭐라 딱히 표현할 수 없다.

 

난 음식점 식당보조로 일하시는 아버지가 너무 창피해서

친구들한테는 아버지가 ‘요리사 주방장’이라고 거짓말했다.

소림사 주방장이 무술을 꽤나 잘 한다고 믿을 때였다.

그 당시 아침이면 항상 아버지는

형과 나를 동네 점방(가게)으로 데리고 가셔서

날달걀을 한 알씩 주고 마시라고 하셨다.

그 맛은 비렸다, 엄청...

그런데 그걸 마셔야만 과자 한 봉지씩 사주셨다.

내가 좋아하던 과자는 조립식 로봇이 들어있던 과자였는데,

그 로봇을 모으는 것이 내 어린 시절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다 6년 전 아버지는 하늘로 떠나셨다.

떠나시던 그 날 비가 엄청 내렸다.

그 날 난 병원 원무과와 장례식장을 오가면서 장례 준비에 더 신경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버지 사망소식을 전하느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애도는 커녕 아버지를 그리워할 겨를도 없었다.

 

바보 같은 놈.....

 

39살이 된 난, 생선을 파는 생선장수다.

내 몸에서는 언제나 생선비린내가 난다.

집에 가면 딸아이가 아빠 좀 씻으라고 타박한다.

내 몸에서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내 아버지의 그 냄새가 나는 걸까?

아들 녀석은 내가 자기 얼굴에 손대는 걸 싫어한다.

내 손이 어느새 그 까칠까칠하던 내 아버지의 손이 된 걸까?

 

아버지가 한없이...

때로는 정말 미친 듯이 보고 싶다.

아버지의 그 냄새를 다시 한 번만 딱,

정말 딱 한 번만 맡아봤으면 좋겠다.

 

아내가 묻는다.

“당신은 아침에 그 비린 날달걀이 먹고 싶어요?“라고...

그러면서 애들에게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한다.

“계란 껍질에 병균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좋다고 쭉쭉 빨아 먹어요? 당신 이상한 사람이에요.“라고...

 

난 웃는다.

여태껏 겨울시장 통에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동태를 손질했다.

난 오늘도 날달걀 먹고 나온다.

 

또한 오늘도, 아버지의 그 냄새...

나도 생선냄새를 풍기며 일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 최승용 

 

'그리움이라는 게... 늘 나를 바보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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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만 남은 나무가 외로이 서있고

무채색 하얀 눈이 사방을 덮고

이런 단순함이 겨울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린 초록이 피어오르고

유채색 꽃들이 사방으로 피어나고

그런 단순함이 봄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결국에 아름답다라는 것은

복잡함이 뒤엉켜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단순함 속에 존재할 지도 모른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여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천천히 세상의 중심을 향해 함께 걷고 있는 것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것인지도...

 

'그리움이라는 게... 지극히 단순한 행위들에 대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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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여아에게 아버지가 속삭인다.

나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결혼을 하고 난 후 시아버지가 이야기한다.

나의 며느리가 되어 주어서 고맙구나.

 

함께 걷던 부인에게 노신사가 말을 걷넨다.

인생을 함께해 주어서 고맙소.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고마움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지를...

 

'그리움이라는 게... 결국에는 관심이었고, 사랑이었고, 고마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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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혁     지인  
Comment '9'
  • profile
    Dr.Spark 2015.03.18 21:14

    아름다운 글.^^ 역시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에요.

     

    근데,

     

    ['그리움이라는 게... 결국에는 관심이었고, 사랑이었고, 고마움이었다.'] 글을 여기서 맺고,

    [ 2. 제안(proposal)] 이건 다른 글로 독립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앞의 글의 여운을 좀 더 느끼고 싶었어요.

    뒤의 스키 글은 너무 치열하잖아요?ㅋ

     

  • ?
    으악(박기호) 2015.03.18 21:51

    역시...

    제가 고민했던 부분을 꼭집어...캬캬캬

    '1. 그리움이라는 게... '는 진즉에 쓴 글이었고'
    '2. 제안'이라는 부분은 예전에 생각했던 부분을 어제, 오늘 급하게 쓴 글이었는데...

    그래서 따로 올릴까 , 함께 묶어 올릴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박사님 말씀대로 따로 분리해서 올려야겠어요.^^

    아참! 글을 올리자마자 띄어쓰기 수정해주신 것 감사합니다.
    사실 지금도 반복적으로 글 읽으면서 맞춤법, 띄어쓰기 계속 수정 중입니다.^^;

  • profile
    Dr.Spark 2015.03.18 22:10
    헛, 제 댓글을 읽고 제 의견을 곧바로 반영해 주시다니... 마음 넓은 사람.^^
  • ?
    으악(박기호) 2015.03.18 22:49
    아닙니다.^^;
    마음이 넓은 게 아니고
    이유 타당한 합리적인 방식에 그저 순응했을 뿐 입니다.
    박사님 저 잘했쬬!!!
    딸랑딸랑^^;
  • profile
    Dr.Spark 2015.03.19 08:58
    무지 잘 한 거죠.
    그런 거 알고도 고집으로 안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ㅋ
    훌륭한 사람이여.ㅋ
  • ?
    눈속을가르며 2015.03.19 10:41

    야근 끝나고 조용히 잘려다 맥주 한 캔 따게 만드시는 이 그리움의 정체를 제대로 벗겨 주시는 군요.^^ 


  • ?
    으악(박기호) 2015.03.19 12:10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곱씹을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 맥주 한 캔... 참! 시원하고 맛있었을 듯 합니다.^^
  • ?
    열정 2015.03.19 23:51

    '그리움이라는 게... 결국에는 관심이었고, 사랑이었고, 고마움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리움을 느끼게 해주셔서...

     

  • ?
    으악(박기호) 2015.03.24 10:50
    아닙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그리움을 가지셨다니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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