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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336 좋아요 0 댓글 19

전 올해 43살이 됩니다. 

(왜 이곳에 이 글을 남기는 지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제가 오랫동안 드나들었던 사이트이기도 하고, 그리 가벼운(?) 곳이 아닌 것 같아서 글을 남겨봅니다.^^)


대학을 90년도에 들어가서 96년 8월에 졸업을 했었고,

직장생활은 96년 7월에 시작했으니...

어언 18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첫 직장은 대기업이었습니다.

그래도 대기업이라고 다른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시작한 직장 생활을 3년만에 그만뒀었죠.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참 철없는 이유였네요.)


그리고는 1999년에 직원이 6명인 벤처기업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입사해서 법인설립부터 직원채용까지 전부 다 했으니 거의 창립멤버였죠.

아마 박순백 박사님 사이트를 알게 된게 이 때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인라인을 배우고 싶은데 주변에 타는 사람이 없어서 이곳 사이트를 통해 주행방법, 정지방법 같은 걸 배웠었죠.


어느 처자분의 T-스탑 영상도 기억이 나고, 박사님의 하키스탑 영상도 기억나네요.ㅎㅎㅎ


저 벤처기업에서 꽤 오래 있었는데 끝이 안 좋았습니다.

6명으로 시작한 기업이 500여명 규모로 성장했으나, 경영진의 도덕이 그에 미치지 못 하더군요.

결국 회사가 망했죠.


그 이후로 2004년 2월 지금의 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금융기관입니다.

2004년 경영지원팀에 과장 1호봉으로 입사해서, 차장을 달고, 팀장 대행이 되었다가, 3년 전에 팀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부터 회사에서 마찰이 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한 달여 전에 결혼을 했습니다. 회사를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얘기했습니다.


"내 나이, 내 직급... 이런 걸 고려해서 이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당신이 계속 다니라고 한다면 참을 수 있다."라구요.


웃으면서 내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굶어죽겠냐고, 당장 때려치라고 합니다.

당장 때려치우고, 심란하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겉으로는 "오~ 정말?" 웃으면서 대꾸했지만,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내가 정말 전생에 지구가 아니라 우주라도 구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결정을 따르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저렇게 얘기를 해주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해서 사직원을 냈습니다.

처음엔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던 대표이사도 제 결심이 확고하다는 걸 알고는 더이상 말리지 않으시더군요. 


업무 인수인계 때문에 며칠은 더 나가야 할 것 같고, 임원 몇 분의 면담도 남아있긴 하지만...


오늘이 제 삶이 바뀌는 첫 번째 날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Comment '19'
  • ?
    관광모드/하성식 2014.10.01 11:53

    좋은 배우자.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좀 가지고 충전하는 것도 좋습니다.

    잠시 하고싶은 것도 하고 다시 열심히 달리면 됩니다.


  • ?
    홍현무 2014.10.01 11:58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시 열심히 달려서, 저를 믿어준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 ?
    이명규 2014.10.01 12:27

    저 같은 경우에도 S 모 대기업을 12년 정도 다니다 다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둘 당시 나름 직장 생활의 전성기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MS,구글,아마존 등등 글로벌 기업의 President 분들도 만나게 될 기회도 많았구요.^^


    제가 회사를 나올 때도 와이프의 격려가 컸습니다. 오히려 제가 주저주저하고 있을 때 결단을 하도록 push를 하였구요.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초라한(?)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전혀 후회 없이 살고 있습니다.(그래도 물리적으론 직장 생활보다 쉽진 않더라구요. ^^;)


    아무튼 저도 와이프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 ?
    홍현무 2014.10.01 12:45
    전생에 우주를 구할 때 같이 구하셨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 ?
    이웃집다터러 2014.10.01 12:40
    진정한 용기! 같은 학번이네요. Good luck을 빌어 봅니다
  • ?
    홍현무 2014.10.01 12:46
    감사합니다. 정말 Good luck을 찾아봐야겠습니다.
  • ?
    유마 2014.10.01 12:51

    힘내세요. 뭐든 지나가고 과정이고.....  아직은 가능한 나이 입니다. 홧팅!!!

  • ?
    홍현무 2014.10.01 13:18
    예. 감사합니다.^^
  • ?
    여름하늘 2014.10.01 13:41

    저와 같은 나이에 대기업->벤쳐의 수순에 18년차 경력도 같아  놀랍네요.
    저는 시작한 벤쳐가 다시 대기업이 되어..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중입니다.

    언젠가 후기 기대해봅니다. 화이팅입니다!

  • ?
    홍현무 2014.10.01 14:09
    정말 저와 같은 패턴의 삶을 살아오셨네요.^^
    화이팅 감사하고, 여름하늘님도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 profile
    일월여신|한상률 2014.10.01 17:36

    잘 했습니다.

    나이 더 먹고, 식구 늘어나면 못 하는 일이거든요.

    건승을 빕니다.

     

  • ?
    홍현무 2014.10.02 09:14
    감사합니다.
    건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 ?
    지혜로운자 2014.10.01 17:39

    " 인생은 저지르는 자의 것 "   저지르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

  • ?
    홍현무 2014.10.02 09:15
    저지르기 딱 좋은 나이라고 해주시니 새삼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
    김우섭 2014.10.01 18:16

    공감가는 글입니다.
    너무 공감가기에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 ?
    홍현무 2014.10.02 09:15
    엌...그냥 뭐 회사만 그만두는 건데요.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profile
    Dr.Spark 2014.10.01 21:14

    현무야,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구나.

    네가 그리 결정한 거면 잘 한 거다.

    부인이 참 대단하구나.


    나도 1994년, 내 나이 42세 생일이 되기 며칠 전에 그간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이제 다른 일을 해 볼 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아래아 한/글을 만든 회사, (주)한글과컴퓨터로 옮겼었단다.^^


    결정하고 나면 더 나은 앞날을 창조해 나가는 게 답.^^

    건투를 빈다.

  • ?
    홍현무 2014.10.02 09:17
    감사합니다. 제 용기보다는 박사님 말씀대로...제 아내 덕분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사님께서 한글과 컴퓨터로 옮기셨을때가 지금 제 나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힘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부끄럽다는 생각도...
    예. 이미 내린 결정이니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안경혜 2014.10.02 17:34
    아....부럽다. 믿고 따라주는 "아내"가 있어서요.
    전 전생에 우주를 팔았나봅니다. ㅠㅠ 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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