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를 좋아하다 생긴 버릇
우리 집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슬리퍼는 폴리우레탄 거품으로 만든 폭신한 것이다. 근데 그 밑창이 앞뒤에 부분적으로 붙어있다. 아시다시피 폴리우레탄 거품만으로 만든 슬리퍼들은 습기가 있는 곳에서는 워낙 미끄럽기 때문에 미세한 트레드가 새겨진 고무창 두 개가 앞뒤로 붙어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신발들은 물에 젖기 쉬워서 계속 사용하다 보면 폴리우레탄과 고무 창의 접착 부위가 떨어지는 일이 생긴다. 하긴 그 정도로 오래 쓰면 비싸지도 않은 것이니 하나 사면 될 것이다. 하지만 난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걸 수리한다. 뭔가를 수리하는 데서 오는 기쁨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수리 중인 슬리퍼의 사진이다.
이런 신발 수리를 위해서는 발카른이란 성능 좋은 일제 고무풀(오른편 슬리퍼 옆에 있는...)이 있으면 좋고(국산 고무풀과 성능 시험을 해 본 후에 주로 쓰는 것이 이 제품), 여러 개의 클램프(집게)들이 있어야 한다. 빨간 손잡이가 달린 독일제 Bessev는 아주 좋은 다용도 클램프이다. 그리고 왼편에 보면 카본 혹은 플라스틱 부츠 성형용으로 개조된 미국제의 클램프가 있다.
"접착의 실제"에 관해 말하라면, 제일 먼저 접착제를 더덕더덕 많이 바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강조해야 한다. 그건 적당량으로 접착 부위에 얇게 펴서 바르고, 살짝 건조를 시킨 다음에 클램프로 압착을 시켜야 한다.(적당한 열을 가했다가 식히면서 압착하는 게 더 효과가 좋다.)
근데 압착 시에 바닥과 평평하게 조금 넓은 부위를 눌러줄 나무판자 같은 걸 찾으니 그게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ㅋ 그래서 할 수 없이 집안에 굴러다니는 회색 어댑터 하나와 검정 어댑터 하나, 그리고 큰 DSLR용의 호환용 배터리를 이용해서 압착을 시켜 놨다. 새로운 도구의 발견이다.ㅋ
뭐 세월이 좀 먹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 둔 채로 하루가 꽉차도록 두었더니 처음 슬리퍼를 샀던 것처럼 확실하게 접착이 되었다. 에폭시 접착제를 사용하여 스키판을 수리한다든가, 인라인용 카본 부츠, 혹은 스키 부츠를 개조, 혹은 수리한다든가, 스포츠용 신발을 수리한다든가 하는 일을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가끔 자전거용 부품을 카본이나 케블라를 이용해 제작하기도 한다.ㅋ)
난 역시 호모 파베르. 도구인으로서의 삶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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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멋진 글 입니다 정말 스키에 대한 열정들이 대단한 분들이에요 스키 스키 죽어도 스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