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밖은 단풍 - 설악산 (등선대 ~ 주전골)
등선대 조망을 감상하고 다시 내려와 주전골과 오색리로 가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가면서 등선폭포 – 주전폭포 – 십이폭포 – 주전골 - 용소폭포(삼거리)를 지나 성국사와 오색약수를 거쳐 오색리 주차장까지 원점회귀하는 여정이 이어집니다.
잠깐 내려오자 왼편에 좀 전에 올랐던 등선대 봉우리가 우뚝 서 보입니다. 사진을 보니 쌍둥이 바위산이더군요(혹자는 이를 부부바위라고 부른다). 앞으로 5km는 더 가야 하므로 부부바위 아래 양지바른 곳에서 우리 부부는 양식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출발했습니다.
등선대는 칼바람에 겨울 정취였는데, 아래 골짜기로 내려오니 초봄 날씨의 온화한 기운이 맴돌았습니다. 오히려 햇살이 더울 정도였습니다.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장비를 정비하고 출발했습니다. 흘림골에서 올라오는 동안 제가 좀 안쓰러웠는지 아내가 제 등산 가방(룬닥스 그닉 34리터)을 대신 메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런 호의를 절대 거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로 넘겼지요. 대신 저는 아내 것을 짊어졌습니다(도이터 버트레일 16리터).
흔히 하는 말이 큰 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고 하죠. 그만큼 기온차와 날씨 변화가 크다는 말입니다. 흘림골 탐방코스가 간편복으로도 가능한 대중화된 코스라고 하지만, 설악산 등반은 거의 처음인지라 나름 단단히 준비하고 왔습니다. 그래서 겨울용 수준으로 패딩과 집티와 아웃터도 챙겨왔고, 먹을 행동양식과 물도 두둑이 챙겨오느라 약간 과한 34리터를 선택했죠(가벼운 옷은 16리터 도이터 버트레일에 넣고 물과 양식 그리고 두꺼운 옷 등 무거운 것은 그닉 34리터에 분산하여 수납했다).
결과적으로는 이날 온도가 온화해서 20리터 수준의 데일리 백팩으로도 충분한 조건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안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겠죠. 하드셀은 파타고니아 토렌셀을 챙겼는데, 등선대 올라갈 때 바람막이로 잠깐 착용했을 때 아주 유용했습니다. 아무튼 무거운 짐을 아내에게 넘겼다는 얘기입니다.
이제부터는 날씨가 오히려 더운 듯하여 웃옷을 벗고 거의 반팔 차림으로 내려갔습니다.
등선폭포에 다다를 무렵. 마치 정선의 산수화처럼 수직으로 깎아서 조각한 듯한 절벽이 앞에 나타났습니다. 보는 이의 눈을 앞도하는 광경이었습니다. 스케일이 장난 아닙니다.
앞서 사진의 절벽 우측 아래쪽에 등선폭포가 자리하고 있는데, 막상 가보니 등선폭포에는 물이 별로 없었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여전히 높은 기온과 가물고 건조한 탓에 전반적으로 계곡의 물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이런 상황이 결국 금년 가을 단풍을 예년답지 않게 만든 요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설악산의 장대한 골짜기의 풍경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스펙터클한 장면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갑니다. 데크길로 많이 정비되어 있어 걸어가는데 편했습니다. 일부 구간은 낙석 사고 방지를 위해 보호 철망을 데크길 위에 아치형으로 조성해 놓았습니다.
이런 인공구조물의 다리도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 운치 있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죠(여기가 주전폭포 지점인데 물이 많지 않고 폭포가 그리 크지는 않아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다리 건너 저 멀리 기이한 암석 봉우리가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뒤편에는 고개를 한참 뒤로 젖혀야 볼 수 있을 정도의 높은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요.
십이폭포에 다다르니 커다란 소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 멀리 설악산 정상 대청봉으로 가는 능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전골에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할리우드 서부 영화의 세트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커다란 큰 바위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더군요.
가까이 가니 위압적으로 큰 얼굴이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햇빛의 각도가 얼굴의 윤곽을 더욱 그럴싸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이름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팡고른 숲의 엔트족 얼굴처럼 보였습니다.
내려오면서 간간이 뒤를 바라보았는데 이는 뒤로 돌아보는 풍경도 멋지기 때문입니다.
용소폭포 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저기 데크길 끝 큰 나무 아래 삼거리가 있는데 직진으로 가면 용소폭포가 바로 나오고 우측으로 가면 오색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삼거리를 지나 용소폭포로 가면서 뒤돌아 찍은 삼거리 초소 모습입니다(사진의 좌측 길이 오색리로 이어지는 코스). 오색리부터 여기까지는 탐방예약을 안 해도 올 수가 있습니다. 길도 넓고 경사도가 없어 공원 둘레길처럼 편하게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삼거리에 오니 일상복 차림의 남녀노소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습니다. 여기 삼거리에서 용소폭포까지는 데크길로 불과 200미터 밖에 안 됩니다(물론 예약 없이 볼 수 있는 코스이다). 그래서 저희도 직진해서 용소폭포로 향했습니다.
용소폭포로 가는 길 우측을 바라본 풍경(오색리 방향)
데크길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이렇게 구름다리가 바로 보입니다. 저 뒤편으로 용소폭포가 있습니다. 이 길로 계속 가면 한계령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과 만나게 되고 그 지점이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입니다.
<후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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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그런 하루 꼭 만드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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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호의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그런 하루를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
지난 편에 이어 역시 사진이 너무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