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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때 쓴 글입니다.
KIDC에서 서버를 빼면서 쓸만한 '블로그 둥지'를 찾는 중인데 크리스마스 때 스펀지에서 이 얘길 다뤘더군요.

노력하는 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가는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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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악의 해난사고도 정치적으로 묻혔지만 역사상 최고의 NEO(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비전투원 후송 작전)도 정치적으로 묻혔던 씁쓸한 기억이 납니다. 항공기 연료 수송을 위해 흥남까지 들어왔다가 14,000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철수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던 7,000톤급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Meredith Victory)의 얘기입니다.

1950년 12월 22일. 선장 포함 47명의 선원이 화장실도 없는 상하층 갑판, 창고, 기관실까지 피난민 14,000명을 16시간이나 걸려 꼭꼭 태워넣고 적 기뢰를 피해 경남 거제 장승포까지 3일간의 후송 작전을 전개했었습니다. 3일간 급식, 급수가 불가능했고 오로지 환기만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없었으며 오히려 항해 중 5명이나 선상에서 태어났더랍니다. 당시의 상황을 알려주는 편지 한 구절이 있습니다. 한 선원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입니다.

"영하 20도의 강추위를 이기기 위해 아이들을 품 속에 넣은 부부가 서로 껴안고 발을 구르는 모습을 보고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장과 선원들은 전후 우리정부와 미국정부로부터 표창을 받았고 지난 2004년 9월에는 기네스북 협회에 의해 '단척에 의한 가장 큰 규모의 구출 작전(The Greatest Rescue Operation by a Single Ship)'으로 공식 인정되었습니다. 현재 재미동포 안재철씨에 의해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World Peace Millennium Park 건립위원회가 활동중입니다.

2006년 3월에는 가수 설운도씨가 뉴욕에서 용감하게(?) 기금 모금 공연을 했었고 그때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소수의 사람들이 용감하게(?) 모금활동을 하려 했으나 재향군인회나 공군전우회 등의 지원만 받았을 뿐 이리저리 밀려서 묻혔던 슬픈 아픔이 있습니다. 각급 학교에서 이분들의 사진전을 진행하려 했는데 모 교직원 단체와 윗선으로부터 상당한 훼방을 받았다는 후문이 전해지는군요. 게다가 지난 6월 25일에는 청계광장에서 진행중이던 이분들의 사진전이 촛불시위하시던 분들에 의해 습격(?)당해 반 이상의 사진이 불에 타고 낙서로 더럽혀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나마 지금 청와대에 앉아 계시는 심각한 이모씨께서 대통령 취임식에 철수 작전 당시 상급 선원이었던 Robert Lunney(79세)씨를 초대해서 마음의 빚을 좀 갚은 듯 합니다. 러니씨는 위의 편지를 썼던 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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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사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938915
위키의 '메러디스 빅토리호' 항목 : http://ko.wikipedia.org/wiki/%EB%A9%94%EB%9F%AC%EB%94%94%EC%8A%A4_%EB%B9%85%ED%86%A0%EB%A6%AC%ED%98%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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