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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09.04.13 13:34

한국/일본 술들...

조회 수 3273 좋아요 416 댓글 0
이종국 라파엘입니다.

우째 된 것이 취미 중의 하나가 '와인'이 되어버려서..
와인을 공부하다가 보니 그런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술도 제대로 모르는 것들이 와인에 들떠있다!"

그래서 제가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이 공부가
탁상공론에 끝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술은 구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오히려 일본술이나 와인보다 더 구하기 힘든 것이 한국 전통주입니다.
시골에 물어물어 갔는데... 뭐 아직 담그질 않았다던지, 담그시는 분이 돌아가셨다던지..
그런 경우를 몇 번 당하고 나면 정말 한국 전통주 구할 엄두 조차 못 내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단히 해보겠습니다.

우선 한국술은 술을 거르는 형태로
-탁주
-청주
-소주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탁주라고 해서 막걸리만 생각하시는데, 막걸리가 대표적인 탁주이고, 재주(滓酒), 회주(灰酒)라고 있고, 고급탁주로 이화주, 추모주(秋牟酒) 등이 있습니다.
탁주는 거르지 않은 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청주는 걸러낸 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소주는 청주를 증류시켜서 만드는 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도홍주와 이강주, 문배주와 같은 술들은 분류상 소주입니다.
전통주가 소주 계열만이 상품화된 상태로 남아 있는 이유는 '보관'이 용이해서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징이 술을 빚는 횟수로 술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로, 술을 빚는 횟수로 구분되지요. 삼양주라면? 최고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세 번이나 빚어서 만드는 술이니까요.
이런 한국술들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주세정책으로 가정에서 빚은 술을 밀주라고 해서 엄한 단속을 펴왔습니다.
그런데 이때  일본 사케 업체가 부산에 공장을 세워서 여러 제품을 만듭니다. 그 중의 하나가 '정종(正宗)' 이었고 이 술이 많이 팔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식 청주를 정종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런 한국술에 대한 탄압 정책으로 인해 내다 파는 청주들이 모조리 일본 사케로 되면서 정종이 청주의 대명사로 인식되었습니다.
(정종은 국어 사전에서는 없어져야 하는 단어입니다. 차라리 '사케'라고 해주세요.)

이런 한국술에 대한 정책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극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때는 밀주에 대한 엄한 단속을 해서 아예 사라집니다.
그래서 지금 솔직히 한국술은 몇몇 막걸리와 경주법주, 이강주 등 10개 내외의 술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아니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 파는 '소주'는 안동소주를 제외하고는 '희석식 소주'입니다.
웃긴 것은 원료가 '사탕수수'를 수입하여 발효시키고 거기에 고구마, 쌀 등을 발효시켜 섞습니다. 그래서 주정을 만들어서 거기에 물을 섞습니다.
이 때 그 맛을 좀 좋게 하기 위해서 화학적 조미료를 넣습니다. 그리고 그런 맛을 감쇄시키기 위해서 활성탄을 이용해서 걸러줍니다.
뭐, 대나무 숯을 이용해서 좋다고 하는데.... 활성탄보다는 좋겠지만, 그 숯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맛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한국의 전통주인양 아시는 일반 소주들은 우리나라에서 나지도 않는 사탕수수가 원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고구마, 쌀 등의 곡류를 발효시켜서 만드는 알코올에 화학조미료넣고 물넣고 석탄으로 거른 술입니다.
그런 술을 먹어야 하는 자체가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한국의 전통주는 기본적으로는 '쌀'과 '누룩',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다른 것이 들어가는 것들도 있지만 모두 천연 재료입니다.)

그에 비해 일본술을 보면 아주 다채롭습니다.
일본술도 만드는 방법에 따라,
-탁주
-사케(청주)
-소주
로 나뉩니다.

이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케를 설명드리지요.
일단 사케는 만드는 품종이 좀 틀립니다.(고급사케의 경우에는 특히 이런 품종을 대부분 사용하고,
보통주의 경우에는 일반 쌀도 사용하긴 합니다.)
품종은 야마다니시키(山田錦), 고햐쿠만고쿠(五百萬石)가 제일 유명합니다.
이런 쌀은 일반 밥을 만들 때 사용하는 쌀 보다 1.5배 정도 큰 양조용 품종입니다.
특히 야마다니시키의 경우에는 벼의 키가 크고, 바람에 쓰러지기 쉽고 쌀알이 큽니다. 따라서 2배 정도 비싼 가격입니다.
또한 밥쌀은 10% 정도 정미하는데  비해(정미율 90%)  무진장 많이 정미합니다. 정미를 하면 할수록 술의 품질이 올라가기 때문이지요.

여기서는 위치 등 여러가지 까지 말하면 복잡해 지니까, 일본술의 재료에 따른 분류하고 정미율에 따른 분류만 설명드리겠습니다.

1) 재료에 따른 분류
  - 준마이슈(純米酒 : 순미주) : 순수한 쌀로 빚은 사케
  - 혼조조슈(本釀造酒:본양조주): 주정(양조 알코올) 첨가를 1톤에 120리터 미만으로 제한한 사케, 쥰마이슈에 주정을 넣고 다시 물을 넣어 양을 늘임
  - 후쓰슈(普通酒 : 보통주) : 삼증주라고 불리우기도 함,  혼조조슈에 당분, 산미료, 화학조미료 등을 섞어 물을 넣어 3배 이상 양을 늘임

2) 정미율에 따른 분류
  - 다이긴조(大吟釀: 대음양) : 50%이상 쌀을 깎아냄, 쥰마이슈와 합해져서 준마이다이긴조가 됨
  - 긴조(吟釀 : 음양): 40%이상 쌀을 깎음
  - 도쿠베츠 준마이(特別 純米) : 긴조보다는 아랫등급, 일반적인 준마이슈보다는 윗등급

이 정도만 아셔도 사케드시러 가셨을 때 바가지는 대충 피하실 수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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