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아가씨가 머리를 잘랐다. 아주 예쁘던 머리를 잘랐다.

머리를 자를까말까를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 대개는 자르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작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6:3인데, 아마도 이런 경향은 숫자가 늘어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자르라는 데 찬성표를 던진 사람 중에는 이미 당사자가 머리 자를 결심을 하고 운을 띄운 것(혹은 "선언"한?)이기에 반대표가 소용 없을 듯하여 관심의 표명이라는 관점에서 찬성표를 던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답변 중 여성들의 것은 맹목적인 동조였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도 그런 과정을 거쳤거나(연상) 왠지 언니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여...

난 반대 댓글을 썼다. 당사자는 자르는 데 대한 반대가 많지만 자기는 청개구리 속성을 가졌다고 했다. 역시 미리 그런 식으로 (자르겠다는) 또다른 운을 띄웠다. 이건 자신의 원래 생각을 보강하려는 심리적 속성이라 할 것이다.

그러더니 결국 잘랐다. 그리고 자른 머리칼을 보여주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머리를 자르는 게 낫다고 했다. 난 결코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내 생각의 표현은 유보했다. 자르는 게 낫다는 댓글의 대열을 피해 가기 위해 두 번째 댓글을 달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반대하는 입장이고, 이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삼손의 머리카락은 절대 잘라서는 안 되고, 여성의 머리카락은 안 자른 게 훨씬 낫다. 우리 집사람도 그녀의 머리는 안 자른 게 훨씬 낫다고 했다. 집사람은 그에 덧붙여 긴 머리를 잘라야겠다고 생각하고 머리를 자른 사람 중 자른 모습이 더 예쁜 경우는 전혀 없다고 했다. 자른 직후에만 잠깐 예쁘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생각하(거나 혹은 그렇게 착각하)다가 그렇지 않다는 진실에 접근하고 계속 후회하다가 '아냐, 이것도 괜찮아.'라고 자신을 위로하는 단계가 온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은 긴 머리의 여자를 좋아한다. 마치 모든 세대의 남성들이 20대의 여성을 좋아하는 것처럼... 그건 본능적, 본성적으로 2세의 생산 능력과 관련된 특성이라겠지만, 긴 머리는 본원적 심리 상태와는 달리 보다 여성적인 모습을 보고자하는 남성성의 발로인 듯하다.(그러고 보면 그것도 남성의 본능이란 얘기가 되는데...-_-)

하여간 여성은 머리를 기르는 게 좋다. 긴 머리의 여성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얼굴형에 따라서 다르다는 속설도 있지만, 어떤 얼굴이건 긴 머리에서는 참을 만하다가 짧은 머리를 보면서 실망하는 걸 보면 그 속설조차 무의미한 듯하다.

하지만 잘라야겠다고 결심한 여성은 머리를 자른다. 한 번 사표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처럼 약간의 망설임이 뒤따르고, 몇 번의 포기가 뒤따르지만 결론은 사표를 내는 것이 답인 것처럼 여성은 머리를 자른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를까?"하는 운을 띄고 찬성이 많으면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면서 기꺼이 머리를 자르고, 반대가 많으면 자긴 청개구리 속성이 있어서 머릴 자를 것이니 더 이상 반대하지 말아달라는 숨겨진 (미안함이 섞인) 호소를 하게 된다. 왤까??

뭔가 크게 기분을 전환해야할 필요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겠다. 여성들에게 작은 수고를 통해서 엄청난 외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긴 머리를 자르는 것이다. 얼굴을 고치는 것보다도 더 큰 갑작스런 변화가 그것에서 온다.

이 가을이란 계절이 그렇게 만든 것인가, 아니면 그 이가 떠나간 것인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 이 예쁜 머리칼을 왜 잘랐을까???

- 자른 머리로 귀여운 척해봐야 말짱 헛일이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