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겼던 노래 "한계령"과 사필귀정(事必歸正)
사필귀정(事必歸正)은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는 사자성어이다. 영어에서는 ”Justice will prevail./ Right will prevail in the end.“라 하여, ”정의가 이기기 마련”이라거나 "Truth wins out in the long run..“이라고 하여 “종국엔 진실이 이긴다.”라는 말로 그 의미를 대변한다.
옳은 일임에도 그게 생각 대로 옳은 것으로 인식되지 않거나 오해를 사는 일이 있어서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에게는 저 사자성어가 큰 위로를 준다. 그 사필귀정을 생각나게 하는 일화는 시인 정덕수 선생과 관련된 일이다. 그가 쓴 시가 어느 작사/작곡가에 의해 도용(단어가 너무 강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게 유감이다.)되어 십수 년동안 그 시는 남의 노래로 불렸었다.
바로 양희은이 부른 노래 “한계령”에 관한 얘기다. 그건 원래 정덕수 시인이 19세이던 시절에 “한계령에서”란 제목으로 쓰여진 시였다. 그게 다른 사람에 의해 “한계령”이란 노래로 변신했었다. 이미 알려진 바 있으니 그 당사자의 이름을 밝히자면 시인과 촌장이란 그룹의 하덕규 씨에 의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일을 알면서도 정 시인은 저작권에 대한 관심조차 없어 자신의 노래(시)가 남이 쓴 것처럼 소개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대처를 안 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얘기를 처음에 들었을 때는 황당해 했고, 그 땐 정 시인의 말을 다 믿기가 힘이 들 정도였다. 여러 아름다운 노랫말을 짓고, 음악을 만든 당사자가 그런 비도덕적인 일을 했다고는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시인과의 친교가 깊어지고, 또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었던 배경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내 생각이 달라졌다. 내 전공은 프라이버시법과 관련한 것이지만, 언론학과의 특성상 내 전공의 범위는 저작권법을 아우른다. 그래서 이런 건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 시인으로 하여금 그 문제를 바로 잡으라고 권했다. 그게 벌써 10년 정도 된 일이다.
결국 그게 바로 잡혔다. 이젠 저작권협회 자료를 찾아봐도 작사자로 정덕수란 이름이 등재되어 있다. 노래방 가사집에도 정덕수란 이름이 들어가 있고... 처음에 그런 일에 무감했던 정 시인의 잃어버린 자신의 노래를 되찾는 데 대한 열의는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적었다. “괘씸한 면이 있지만 좋은 게 좋은 거고, 당사자를 만나 뒤늦게 내 노래를 돌려달라는 것도 귀찮고도(?) 힘든 일이니 그냥 두죠 뭐...“라고 답하는 분에게 ”그럼 저도 정말 정 시인의 시가 노랫말이 된 건지에 대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어요.“라는 심한 얘기도 했다.
그 말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것을 되찾겠다는 권리 의식에서인지, 아니면 사회의 부조리를 자신과 관련된 일에서부터 척결하겠다는 의지 때문인지 모르지만, 정 시인은 그 후에 문제의 당사자를 만났다. 그 결과는 의외였다고 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잡아떼더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 증거를 들이댔지만, 그렇게 나오더란다. 그 얘기를 듣고 난 당연히 화가 났다. “본인이 잡아뗀다고 그걸 그냥 두시렵니까? 그건 말도 안 되죠.”하면서 “다시 한 번 따지고 들어서 그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 시인은 그걸 다시 따지고 들었고, 당사자는 그제야 문제에 대해서 인정을 했다. 그리고 그간의 저작권료에 대한 보상을 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정 시인은 당시에 필요하던 것이 있어서 그걸로 대치하겠다고 했단다. 그게 뭔가 물으니 겨우(?) DSLR 한 대였다.-_- 플래그쉽 제품도 아니고 중하급기 정도의 제품이었다. 참 욕심도 없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부정하던 걸 인정해 준 게 고마웠고, 그러는 과정에서 본인도 마음 고생이 많았을 텐데, 그런 사람에게 더 큰 걸 달랄 수는 없었다고 했다. 난 답답해서 “아니, 정 시인이 저작권협회로부터 받아야할 걸 그 사람이 대신 받아간 거고, 그걸 돌려받는 건데 그게 뭐가 문제냐?”고 했다.
과정이 어쨌거나 간에 그 결과를 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은 틀리지 않는 것 같다. 모든 건 바른 길을 찾아가기 마련인 거다.
오늘 정덕수 시인의 블로그를 찾아 들어가면서 검색을 하다 그 검색에 걸린 글 몇 편을 읽어봤다. 다음(daum.net)의 “산골사랑”이란 닉네임을 가진 분이 “한계령에서 만난 한계령작가 한사 정덕수 님”이란 글( http://blog.daum.net/ayh0342/15710635 )을 읽어봤다. 그걸 봐도 이젠 다른 분들이 “한계령”의 노래말은 그 원작자가 정 시인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대관령꽁지”란 닉네임을 가진 분이 “나가수 이은미가 부른 한계령.. 작가를 만나다...한사 정덕수”란 글( http://blog.daum.net/pdi134/16121904 )을 쓰셨는데, 그건 “산골사랑”이란 분의 글을 읽고, 한계령 휴게소와 그곳에서 찍은 한계령 주변의 내설악 사진과 함께 그 사연을 소개한 것이었다.
오늘 2008년에 쓰여진 정덕수 시인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위에서 얘기한 내용에 대하여 본인의 심경을 밝혀놓았다. 그 많은 얘기 중의 일부가 적혀있다. 참, 쉽지 않을 수 있는 감정을 담담하게도 적어 놓은 게 시인답기도 하다.
http://blog.daum.net/osaekri/14589857
한계령 / 한국음악저작권협회( http://www.komca.or.kr/ ) 등록
회원번호 W07344 / 대중부문 작사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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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촌장 하덕규는 저와 한영고등학교 3년동안 같은 반이었습니다.
그 반이 약간 문제있는 애들만 모아서 만든 반이어서 3년동안 같이....
일명 도깨비반......ㅎㅎ
하덕규와 고교시절 별의 별 추억도 많은데......
그 친구 좀 뻔뻔해 졌네요.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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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하덕규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말....
고교시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해서 방황했었다고
동창회에서 그 소리가 나오자 그놈 참 ~동창회 한 번 안 나오더니 한다는 소리가 ...
다들 싸가지 없는 넘이라고....
지금 보니 그 눔이 나쁜 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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