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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5754 좋아요 168 댓글 2
며칠간 가슴속이 우울함으로 가득했습니다.

특별히 그분을 사랑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

더우기 정치적인 이야기를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언제나 주변을 배회하는 회색의 사람이니까요.

그런데도 가슴이 아파옵니다.

이거는 이거는 아니라며...

그래서 겨우 시간을 내어 공간을 이동해 봅니다.

이천에서 서울까지의 이동...

그속에 제가 느낀 것들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옮겨봅니다...캬캬캬



작년 늦가을 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중...

일부를 발췌하여 먼저 올려봅니다.

이렇게 살아가고자 했던 제자신에 대한 글이었는데...





2008년 10월23일...

된장!... 오늘은 통장에서 카드값 빠져나가는 아주 슬픈날...

거기에다 부슬부슬 가을비까정... 급 우울모드...캬캬캬



어라! 그러나 하늘을 바라보고 주위를 둘러보니...

너무도 상큼하고 신선한 가을 바람...

그리고 적당량의 습기...

적채색 낙엽들이 적당한 습기를 머금고 더한 붉음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다시 똑딱이를 들고나와 세상과의 대화를 펼치려한다.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는 새로울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아름다운 세상과.

그렇게 나는 흠뻑 붉은 가을비에 젖어간다.





누렇게 떠가는 내몸뚱이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 내몸의 일부를 저세상으로 보낸다.

그렇게 나는 오늘... 슬픈 눈물속에 하루를 보내려한다.




내살아 먼저 떠난이를 위해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뿌려준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그렇다면 내가 세상을 등졌을 때...

누군가가 나를 위해 흘려줄 수 있는 진정한 슬픈눈물이 남아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나는 미흡하게나마 세상을 향해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웃으면서 떠날 수 있도록...

내 떠날자리... 내 물러서야할 자리... 그때가 언제인지...

항상 명심하며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

떠나간 한생명이 저리 붉은 열정으로 세상을 환희도 비출 수 있으니...




너무도 이른시기에 너무도 늦은시기에...

뭇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아가며 자신을 굽혀가며 비굴해지지는 말자.

지나면 그 뿐일지라도 초췌하여 굽신거리는 내 뒷모습을 보여주지는 말자.

당당한 환한 웃음을 가진 앞모습을 보여주고 내자리에 앉은 다른이에게  

나의 뒷모습을 보여줄 땐...

그의 입에서 경탄의 붉은 미소가 자리할 수 있도록...

그렇게 떠날 수 있도록 하자.  




10년 전 세상을 먼저 떠난 커다란 밤나무는 변함없이 오늘도 나를 내려보고 있다.

아쉬움이 남아 내가 너를 이런 모습으로 환생시켜 놓았다지만.

  


언제나 너를 올려다보며 미소짓는 사람들이 있어...

나도 그렇게 떠난 후 내자리가 못내 궁금해지기도한다.  

이것은 내가 너를 위해 남겨놓은 마지막 여백과도 같은 것이기에...

내가 나를위해 남겨놓은 여백에는 어떤 그림들이 그려질까?




외로이 드넓은 산길을 걷다가 어느 산사의 처마밑 너의 영혼과도 같은 맑은 소리를 듣고...

미천하게나마 내가 흙으로 너를 다시 환생시켜 놓았으니...

이세상에 맑은 소리로 곱게 울려 퍼지거라.








한켠에 버려진 한평 남짓한 자리에 피어오른 토끼풀...

어느새 너무도 뜨거워진 5월의 햇볕아래 그 생명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복잡한 세상에 던져진 화려한 꽃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이 꽃을 잘 알 수 있는 이유는

한번쯤은 그 행운이라는 희망을 잡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너무도 흔하고 화려함을 갖추지 못한 주변 사람들의 가녀린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너무도 흔한 들풀...

그속에서 우리는 행운이라는 네잎의 돌연변이 변종을 발견하고는 그 희망이라는 단어로

입가에 환한 미소가 올라옵니다.




이들에게도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향을 간직한 듯...

시들어 생명이 다한 그 꽃잎에는 아직도 여분의 단물을 간직하고 있었나봅니다.

그리고 그 남겨진 마지막 단물들을 향한 꿀벌의 힘찬 몸짓들이 있었습니다.



내 살아남아 한때는 나를 찾는 이들에게 희망을 품게 하였고

내 죽어서는 자연의 한 조그마한 생명에게 마지막 남은 내속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다면

이 꽃과 잎들이 남겨놓은 여운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요?    



자! 당신은 어떤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까?

자신도 알 수 없는 자신에게서 피어나오는 인품의 향기...

오로지 타인만이 그향을 맡을 수 있으며 그로인해 얼굴을 찌뿌리거나 환한 웃음을 내보내 줄 수 있는

자신만의 향기...




이 초라한 들풀의 사라져가는 소박한 꿈들속에서

5월의 화려한 장미가 세상에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2009년 5월 27일 오후 2시경 서둘러 일을 마치고 서울을 향합니다.

1호선 지하철을 타고 시청앞에서 내린 후 세상의 빛을 향하여 출구로 향합니다.




언제나 소박하나 환한 웃음을 가진 이의 사진이 출구로 향하는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이사람들은 뜨거운 태양볕아래 그늘진 얼굴을 드리우고

길게 늘어서 있는걸까요?





하얀색, 검은색, 그리고 노란색의 꽃잎들이 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되는 도심속에서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그속에 아쉬움과 희망이라는 깨알같은 글씨들을 남긴채...  





더욱더 환한 미소를 보여주세요.

그 미소속에 지나가던 이들이 더이상 아쉬움속에 눈물짓지 못하도록...





수많은 이들이 수많은 도움속에서 한자리에 이렇게 모였습니다.

그 창백한 한송이 국화를 가슴에 품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약 1km를 걸어 들어가 봅니다.

헤어짐을 앞둔 연인의 창백한 슬픈 미소속, 떨어지는 눈물방울에 비쳐진 딱 그만큼의 빛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번도 한번도 내인생속 어느 여인네와 함께 이길을 걸어본적이 없습니다.

이길은 악명 높기로 유명한 끝이 보이는 사랑의 흔적들을

남겨놓는 이쁜 길이었기에...

그런 슬픈 상처들을 내가슴속에 남겨 놓지 않기 위해서...

  

그런데 그런데 오늘은 홀로 이길에 외로이 서있지만...

마음이 마음이 이렇게 아파오는 이유가 왜 일까요?




푸른 호수에 하얀 포말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린 한 생명이 험한 세상속으로 나와

하얗고, 노랗고, 검은 꽃 주위를 배회하며

마지막 남은 단물과도 같은 깨알같은 꽃씨들 사이로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공간속을 가르며  쓸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광염에 가까운 뜨거운 태양빛, 아스팔트의 열기에 오랫동안 지친 슬픈 사람들을

살며시 위로라도 하려는 듯...







'돌담길과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너무도 파랗다.

세상속 도심은 너무도 빠르게 내주변을 스쳐 지나가는데

나는 이곳에 가만히 서서 한발자욱도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




'ㅆ ㅂ...

하늘은 너무도 파란데...

왜 하늘이 하늘이 이렇게 흐려지는거야...캬캬캬'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아무런 댓가를 원하지도 않으면서...

온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살 수 있다면

이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마지막까지 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가셨습니다.





'2시간여를 기다렸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날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잠깐의 시간속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너무도 파란 하늘밑에서 점점 제가슴도 파랗게 멍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슬픔은 시간과 공간을 꿰뚫어 버리는 걸까?'

서로 살아온 거리 살아온 시간은 다를 지언정...

모두들 마지막으로 고인의 넋을 한마음으로 기리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어지럽고 복잡한 도심속을 걷는다.

'혼자 왔기 망정이지 푸른 하늘이 계속 흐려지는데...'



그렇게 가슴속 한짐을 이곳에 살짝 놓아두고 갑니다...캬캬캬  



고(故)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Comment '2'
  • ?
    고미 2009.05.29 02:05
    [ konami36@드림 ]

    TT
  • ?
    안규태 2009.06.06 15:37
    [ cpplover@paran.com ]

    [ cpplover@paran.com ]

    뭥~~~미.... ㅠ.ㅠ
    ㅜㅜ

    이제 맘좀 다잡고, 맘속에 분노를 삭이고, 일상에서 질기게 맘속에 그분의 뜻을 품고, 살아보려고...
    겨우 맘잡았는데...

    간만에 들러 , 이 사진들을 보니,

    토요일 오후의 한가한 나의 시간을 어찌 뺏어가십니까.. 엉엉....

    또 보니, 또 슬퍼오고, 또 분노가 치밀고....

    에이~~~~... 차라리 보지 말것을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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