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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701 좋아요 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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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아는 분이 글 하나를 올렸습니다. 어린시절의 동네형이었던 분입니다. 나중에 KBS의 스포츠 전문기자가 되었고, 그분의 현역시절엔 많은 분들이 TV 화면을 통해 얼굴도 친숙했을 분입니다. KBS의 전 홍유표 기자입니다.

 

https://www.drspark.net/jia_warehouse/577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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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bit.ly/3uzIEm9
 

이 페이스북 포스트의 전체 내용은 아래와 같은 것입니다. 

 

<눈이 가르쳐 준 것>

어제 천지사방에

축복같은 서설(瑞雪)이 내렸다고

SNS가 난리였다.

하얀 세상은 그런대로 공평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눈은 누구에게는

축복이지만 누구한테는

재앙같은 것이다.

누구는 눈 경치 이쁘다고

사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 바쁜 반면,

누구는 길이 막혀

출근이 늦어지고

왕짜증이 났다.

소나무 가지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졌고

농작물 키우는 비닐 하우스는

폭삭 주저앉았다.

공평하지 않은 것이다.

눈이 모두에게 내린 건

공평했지만

눈 맞은 사람 모두가

공평하진 않은 것이다.

눈이 가르쳐 주었다.

세상은 이래 저래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는 걸.

뭐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된다.

거창하게 혁신이니 뭐니

감언이설에 빠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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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읽어보면서 생각나는 게 있어서 제가 댓글로 "스키어로서의 변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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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스키를 안 타는 많은 분들에 대한 미안함 같은 걸 느끼고 사는데, 그걸 이런 기회에 살짝 변명을 한 것이지요.^^;
 

박순백: 형님, 전 스키어로서 느끼는 게 있어요. 요즘 스키장들이 자연설에 의존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모두 인공설로 운영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요즘 스키어들은 눈오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런 이유 중의 하나는 눈이 올 때면 리프트 의자가 젖어서 거기 앉으면 척척하고, 눈이 올 땐 스킹 시에 시야가 가려서 위험하기도 하고, 힘이 듭니다. 그래서 오히려 눈 오는 걸 싫어합니다. 물론 이건 눈이 올 때 스키를 타니 그런 것이고, 눈이 온 후에 맑은 가운데 스키를 타는 건 모든 분들이 즐깁니다.

 

어쨌거나 그런 이유 때문에 스키어들이 바라는 건 한 가지이고, 이런 생각을 주로 합니다. '날이 좀 추어야할 텐데...' 눈 내리는 건 싫고, 날이 추워 영하로 내려가면 스키장들은 제설기로 눈을 계속 만들어내니까요. 설질도 추워야 좋게 되고요. 물론 추운 것도 적당한 게 좋긴 합니다. 영하로만 내려가면 제설은 되니 그걸로 족하고, 스키어들이 '설질이 좋다.'고 느끼는 건 영하 5도에서 10도 미만입니다. 그 이하의 기온이 되면 손발이 시리고, 스키도 잘 안 나갑니다.

 

스키가 달리는 스키의 플라스틱 바닥 아래면과 닿은 눈이 녹아 순간적으로 얇은 수막이 형성되는데, 달리는 스키에 의한 눈과의 마찰로 생긴 마찰열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또한 스키는 스키어의 체중이 실리므로 설면과의 접촉면의 압력이 높아지고, 그 압력에 의해 눈의 녹는 점이 낮아지죠. 체중이 많은 스키어가 빨리 달리는 건 이런 이유와 함께 관성이 늘어나기 때문인 거죠.

 

하여간 스키어들은 춥기만 바랍니다. 저도 스키어로서의 이기심이 작용해서 겨울에 기온이 올라가면 '아 씨... 전엔 스키 시즌이 5개월 가까이나 됐지만, 이젠 온난화로 시즌이 겨우 3개월인데 그동안에 날씨라도 도와줘야지 말야...'하고 불평을 합니다. 스키 안 타는 분들이 들으면 욕할 건데...ㅋ

 

저도 양심이 있어서 그런 희망을 할 때마다 사회 일각의 차상위 계층에 계신 분들을 생각하며 속으로는 참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스키가 대중화되었다고 하지만 그건 80-90년대의 진짜 스키가 귀족적인 스포츠라고 할 만한 환경과 비교할 때의 얘기이고, 아직도 스키를 안 타는 분들이 가족들과 함께 1박 정도의 스키 여행을 한다고 하면 그 비용이 만만찮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곤 하지요. 그런 분들이 매주 주말 이틀간 스키장에 달려가는 스키 매니아들을 보면 부러워하기도 하고, 욕을 해대기도 할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속으로는 이런 변명을 합니다. "스키 안 타는 분들이야 모처럼 타려고하면 목돈이 드니까 그러는 거지만, 우리야 그간에 사놓은 장비와 옷이 있으니 리프트 비용만 내면 스키를 탈 수 있잖아? 한 시즌 내내 맘껏 탈 수 있는 시즌권 하나가 30여 만 원에서 여러 스키장 통합 시즌권도 40만 원 초반인데 이 정도면 서민 운동인 거지."라는...(한 번 가려고 해도 수십만 원이 드는 골프에 비하면 이건 3-4개월의 스키시즌 내내 사용하는 것이니...)
 

하여간 형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변명을 해봅니다.^^; 형님 글이 좋아서 제가 좀 퍼 가려고 합니다. 일단 퍼 가고, 불허되면 그 때 내릴게요.ㅋ

 

-----

 

* 참고: 스키장의 온도는 섭씨 0도 정도인 게 가장 좋다. 0도일 때의 마찰계수는 0.04지만, 영하 3∼4도에서는 0.1로 계수가 올라가므로 속도가 낮아진다. 특히 영하 10도 정도의 강추위에서는 마찰계수가 0.2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스키를 탈 때 뻑뻑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으며, 더 온도가 내려가면 마찰계수는 약간 더 올라간다. 기온이 너무 높아도 문제인데, 눈이 질퍽해져도 마찰계수가 올라가게 된다. 그러므로 스키의 속도감은 0도 정도에서 가장 잘 느껴진다. 대체로 영하 1도에서 영상 5도 사이에서는 제대로 속도감있는 스킹이 가능하다. 

Comment '6'
  • ?
    Maverick 2024.02.24 11:31

    여기 모든이들의 마음과 같지싶습니다^^

    솔직한 속내와 사람 향기 나는 훈훈한 글귀들에 잠시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 profile
    Dr.Spark 2024.02.25 09:42
    그렇겠지요. 같은 스키어로서의 느낌이니...^^
  • ?
    헝그리한스키어 2024.02.24 17:56

    기온에 따른 마찰계수로 인한 속도는. 첨 알았네요 항상 스키장 갈 때 영하 3~5도 였음좋겠다 했는데 말이죠. ㅎㅎ

  • profile
    Dr.Spark 2024.02.25 09:43
    아하... 본능적으로 좋은 설질에 대한 범위를 마음속에서 정해 놓으셨던 것이로군요.^^ 그 정도의 범위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 ?
    멀티스키어 2024.02.25 04:24

    마찰계수 대충알고는 있었고 맞는 말인데

    현실적으로  현재 날씨보다  설질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꽁꽁얼었다 살짝 녹을 때가 제일 빠르지요.

    눈 보다 얼음판이 빠른 이치.

    0도 정도 날씨는 금방 영상으로 올라갈 수 있어 

    저는 최고 기온 영하 3-5도를 선호합니다.ㅎ

  • profile
    Dr.Spark 2024.02.25 09:46
    그렇죠. 0도는 잘 달릴 수 있고, 덜 추우니까 좋기는 하지만 불안합니다. 온도가 금방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위의 헝그리한스키어 님도 역시 영하 3-5도를 꼽으셨는데, 그 정도면 정말 좋죠. 온도가 더 내려가면 추워지기 시작하고,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이하가 되어 버리니 곤혹스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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