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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동생(박순관, 전 대한스키협회 프리스타일 분과위원, 도예가)이 서재를 정리하다 나왔다며 아래 사진들을 제게 카톡으로 전송했습니다. "대관령으로..."란 제목을 쓰고, 당시 제가 구독하던 미국의 스키 매거진(Ski Magazine)의 하트(hart) 스키 광고 사진 중 하나를 오려서 표지도 만든 일종의 스키여행 계획서입니다.(그 사진은 당시 미국의 스키 스타 2명을 찍은 것입니다. 당시의 스웨터 및 일래스틱(elastic/쫄) 팬츠와 원피스 일래스틱 스키복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에 관한 건 맨 아래에서 얘기하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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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으로..."의 대관령(大關嶺)은 강원도 강릉시와 평창군을 잇는 고개로, 높이는 832m입니다. 이 높이는 서울 북한산(北漢山)의 최고봉인 백운대가 836m이니 그와 비슷합니다. 대관령이란 이름은 "험한 고개" 혹은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 고개'에서 유래한 것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대관령은 예로부터 영동 지방에서 영서 지방(대관령 고개를 중심으로 해서 나눈 지역. 그 고개 "령"의 동쪽이냐 서쪽이냐로...), 더 나아가 한양으로 갈 때 오르내리던 고개입니다.(신사임당도 거길 넘어서 서울로...) 대관령은 한 때 "큰 고개"란 의미의 대령(大嶺)이라 부르기도 하였으며, 동쪽 경사면의 도로는 아흔아홉구비로 고개가 험해서 여길 오르내릴 때 위의 표현,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 고개’라는 뜻의 대굴령에서 음을 빌려 대관령이 되었다고 하는 설입니다.

 

근데 이건 좀 억지인 것 같고, 또 다른 유래가 더 역사적인 연원을 가진 것 같습니다. 대개 중요한 지역, 즉 군사적인 요충지엔 "관(關)"이 있어서 거길 관리하는 요새를 지었지요. 지금은 이북의 강원도 고산군과 회양군 사이에 있는 높은 고개, 철령(鐵嶺)에 관이 있어서 그걸 철령관(鐵嶺關)으로 불렀는데, 거길 중심으로해서 관동(關東), 관서(關西), 관북(關北) 등으로 불렀던 것입니다. 이의 동쪽이 관동지방(영/嶺의 동쪽이라고 해서 '영동지방'으로도 불린...)인 것이고, 대관령은 "관동(강원도의 동쪽 지역)으로 통하는 큰 관문에 있는 고개"란 명칭에서 대관령이 유래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건 좀 말이 되지요.


어쨌든 여긴 평창군의 끝부분으로 지대가 높은 곳이고, 바다가 있는 강릉 쪽에서 불어오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대관령을 넘어 영서지방의 대륙 편서풍을 만나면서 얼어 눈으로 변하기에 폭설이 많이 내리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 대관령 일대의 야산에서 스키를 탈 수 있었던 것이지요. 당연히 리프트조차 없던 시절이라 야산의 언덕에서 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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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든 스키 스크랩이 있는데 거기 이런 기사를 오려붙였다. 1970년 11월 호 미국의 스키 월간지 Skiing 지 70쪽에 실린 넉 줄의 기사이다.(스크랩한 것은 1971년 3월) 이 단신의 제목이 Exotica인 걸 보면 이걸 얼마나 신기해하며 쓴 것인가를 알 수 있다. Ski Club of Washington, DC(SWDC)의 회원들이 한국에 가서 서울에서 동쪽으로 150마일 떨어진 대관령을 방문해서 스키를 탔는데 당시 그들이 머문 호스텔(바리악산장)에서 그들의 방문을 기념하여 (리프트가 없는 시절이라) 로프 토우(rope tow)를 설치해 주었다고 한다는 내용이다. 그 철로 만든 보트 같은 걸 발동기에 걸어서 바리악산장 옆 언덕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것인데, 이건 실은 그 산장 바로 뒤의 당시 중앙정보부 휴양소에서 당시 국민학교 4학년이던 이후락 정보부장의 아들을 위해 설치했던 것이다. 이 몇 줄을 내가 스킹 지를 읽으면서 당시에 찾아낸 걸 보면 나도 꽤나 스키에 미쳐있었던 것.ㅋ

 

위의 표지를 보면, 이게 세월의 흔적이 제대로 배었네요.^^ 앞뒤 표지가 다 그렇습니다. 아래 뒤표지의 중간엔 당시에 이상적인 스킹 폼으로 알려졌던 스타인 에릭센(Stein Eriksen) 스타일의 로테이션 기술을 보이는 다른 스키어 사진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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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스는 지금 바뉘(니)시라고 하는 것. 일본인들이 Varnish를 와니스(ワニス)로 발음하지만 여기서 '와'를 생략하여 니스라고 쓰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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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그 내용입니다. 1976년이면 제 동생이 대학에 재학하던 시절입니다. 76년 2월이라 쓰여있으니 75/76 시즌이란 얘기고, 그 때는 바로 용평리조트가 개장한 바로 그 시즌인 것이지요. 아래 준비물이며 경비 계획서를 보니 동생은 횡계리에서 민박을 한 것 같습니다. 준비물에 석유버너며 코펠 등이 있는 걸로 보아서요. 그건 당시 경희대 산악부원인 제가 가지고 있던 스웨덴제 스베아(Svea) 버너와 일제 에버뉴(Evernew) 코펠이고, 거기엔 일제 토쿄톱 등산 나이프도 끼어있습니다. 다 등산장비죠. 별걸 다 준비해서 가지고 갔네요. 

8일간에 행할 스키 연습 계획도 있습니다.  그 당시의 스키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반제동 회전, 지금은 거의 안 쓰는 스텝 턴(step turn), 그리고 우리 형제가 스키나 스킹 두 미국 잡지의 영향으로 사용하던 (당시 다른 스키어들은 안 쓰던 영어 표현) 용어인 크리스티(Christie)도 포함되어 있네요. 반제동 회전은 쉬템(독 stemn/영 stem)을 말하는 거고, 크리스티는 사실상 플루그 보겐(독 pflug bogen/영 snowplow) 이후의 자잘한 기술들의 총칭이었죠. 쉬템 크리스티(stemn christie)라고 하여 쉬템이면서 뭔가 좀 더 세련된 턴 같은 걸 그렇게 부르기도 했고, 패러렐도 패러렐 크리스티로 불렀습니다. 이 크리스티(Christie)는 원래 그리스어에서 'carrier of Christ', 즉 '그리스도의 운반자'란 의미입니다. 여행자의 수호 성인인 "성 크리스토퍼"이지요. 그게 노르웨이어로는 크리스챠니야(Christiania 또는 Kristiania)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노르웨이의 현 수도 오슬로(Oslo)의 옛 이름이지요. 당시의 스키 기술 이름이 바로 그 크리스챠니아(영어 크리스티)로 불렸던 것입니다. 스키의 발상지인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가 스키 기술의 총칭이었던 섯이니 이상할 건 없습니다. 일정표를 보면 회전(slalom) 기술에 이르는 단계 중에 원래 대회전(GS)용 기술인 스텝 턴 등이 끼어있는데, 그게 Christie 항목에도 끼어있는 걸 볼 수 있죠. 크리스티 회전 등의 용어도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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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준비물 중에 보면 왁스와 그걸 펴서 문지를 코르크가 보인다. 당시에도 동생과 나는 스키 튜닝을 철저히 했었다. 물론 당시는 컨벤셔널 스키의 시대이고, 우린 룩(Look)의 N17 시스템, 네바다-그랑프리 바인딩이 장착된 일제 카자마 실버글라스(Kazama Silverglass)를 사용했다. 이 스키는 그 당시에 비로소 출시된 신형의 첨단 소재와 최신 제작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스키였다. 우측 위에는 같이 스키를 타기로 한 두 사람의 이름이 있는데, 그중 송은숙은 내 초등학교 동창이다. 나중에 전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고태복 씨와 결혼했다. 그리고 전 KSIA 데몬 둘(고재철, 고명희)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아래 지출 명세 계획을 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당시의 물가를 짐작하게 하는 숫자들이 쓰여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대관령 스키장"이라고 쓰여있지요. 용평리조트가 생기기 전에는 "대관령 스키장"이라고 하여 횡계 일대의 야산들, 지르메, 차항 같은 산, 또는 이름 없는 야산이 눈에 덮인 제3슬로프 같은 걸 통칭하는 말이 "대관령 스키장"이었던 것입니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당시의 그 자연적인 스키장들은 황태덕장에서 동남(?)쪽의 지르메(질러가는 산)가 제1슬로프, 횡계 옆 차항리의 내차항이 제2슬로프, 그리고 오수도리 산장이 있던 횡계의 야산이 제3슬로프였습니다. 그리고 김진록 형(전 국가대표 알파인 스키 선수, 국대 코치 등을 역임. 대관령레이싱스키아카데미/DRSA 김진덕 대표와 김진해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큰 형)에 의하면 새봉령스키장과 목야지스키장에서도 스키를 탔다고 하는데, 새봉령은 대관령목장의 북쪽에 있고, 횡계에서 동북쪽으로 보이는 산인데 높지만 험하지 않고, 목야지스키장은 대관령목장 자체의 경사지로 풀을 베어놓았기 때문에 스키장으로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당시는 어떤 산이든 북향이나 동북향쪽이면 눈이 내린 후에 잘 녹지않았기에 경사가 있으면 거기도 스키장으로 활용되었던 것이지요. 그 외에도 스키 시합을 했던 곳이 더 있는데 횡계 맞은 편의 고루포기산과 용평 가는 길에 있는 버치힐 골프장 맞은 편의 산이 그곳이랍니다. 그 외엔 횡계리의 바리악 산장 앞 언덕에서도 산장에 머무는 사람은 물론 대관령 스키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탔구요.ㅋ 심지어는 국대 감독 전영욱 선생님(현 캐나다 거주)도 그곳에 오셔서 멋진 스킹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했었죠. 이런 여러 산들과 언덕들을 통틀어 대관령 스키장으로 부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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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의 김진록 선수 관련 기사(당시 진록형은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2학년)는 경희대의 주간신문인 "대학주보"에 실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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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기사는 아래 것이고, 진록 형의 경기 모습 사진이 나온 기사는 (상기한 대로) 대학주보에 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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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조선일보 기사에는 어일우 데몬과 관련된 어 씨인 전 국대 알파인 스키선수 어재식 씨의 이름이 나온다. 그리고 오른편에 밑으로 쓰인 것이 "김진록 3남매도 개가"라는 제목. 부친 세대로부터의 대단한 스키 가문이라하겠다.^^ 그리고 기사 중 점프한 선수의 사진은 내 친구인 전 국대 알파인 스키선수 고 김남응이다.(그리고 왼편 아래는 신문에 실린 스키 영화 광고이다. 바로 "하얀연인들"인데, 1968년 프랑스 그레(르)노블 동계올림픽 기록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제곡은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에서도 주제곡으로 사용되었다.( https://youtu.be/LCnxbARNSoM?si=DZpFkAonkQBJi9H3 ) 


실제로 용평리조트가 개장하기 이전의 모든 스키어들은 상기 대관령 스키장에서 스키를 탔고, 리프트가 없으니 스키를 신고 게걸음(사이드 스텝)으로 걸어올라가서 달려내려왔습니다. 당시에 일반인 중에는 패러렐 기술을 가진 사람들조차 거의 없었던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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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2명의 8박9일의 총 예산이 34,900원?ㅋ 대학 등록금이 10만 원 초반이던 시절의 얘기니까 이게 적은 돈은 아닙니다. 아래 횡계리 약도를 보니 바리악 산장, 대관령 산장이 나오는군요. 그리고 "연인의 집"이란 민박집도 보이구요. 그 민박집은 길 건너에 전 국가대표 알파인 스키선수 김진록 형(저의 대학 1년 선배)의 집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민박을 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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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고 진록 형이 이런 카톡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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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버스 루트가 지금과는 다르다. 영동고속도로는 당시에 중부고속도로가 없던 시절이라서 신갈과 용인을 거쳐갔던 걸 알 수 있다. 하긴 그로부터 4-5년전엔 마장동 시외터미널에서 완행 버스로 7-8시간 걸려서 횡계에 도착했었으니... 가다가 비탈에서 추락한 버스 때문에 여러 인명이 희생되는 일도 많았었다.(겨울마다 신문기사에 그런 게 끼어있었다.) 횡계리의 지형지물 중 "동굴다방"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그 다방을 좋아했었다. 해병대와 육군스키부대 사람들이 이 다방에서 시작한 큰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여러 사람 영창에 가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자(?)에는 스키에 대한 내용도 적어놨네요?ㅋ 그리고 여기도 "크리스티아니아(오슬로)"로 표기한 용어가 나오네요. 스키가 한국에 전래된 얘기도 쓰여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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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72년 기준으로 대관령 스키장에 대해 정리한 글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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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래 스키 장비 쪽엔 저도 잊고 있던 내용이 보이는군요. 국산 스키로 대곡(grand valley의 의미)스키나 코오롱(Kolon) 스키가 있었던 건 기억하는데, 코티나(Cotina)란 스키는 기억을 못 합니다. 그리고 이게 또 재미있군요. 코티나란 이름이 어디서 온 것인가를 쉽게 추측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ㅋ 그건 이탈리아의 코르티나(Cortina)이겠지요. 바로 코르티나 담페초이고, 이건 1956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이탈리아의 돌로미티(도로미떼) 산군 중의 한 스키장이죠. 이 스키장에서 정확히 70년만에 또다른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2026년 2월 6일부터 2월 2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제25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죠. 이건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며,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위에 적힌 국산 스키값도 환상입니다.ㅋ 스틱(폴)을 포함해서 13,000원. 스키화는 아직까지도 수제 등산화 메이커로 유명한 을지로 송림화점의 수제 스키화네요. 6,000원에서 10,000원. 그리고 당시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 말도 안 되는 규제는 1982년에 사라짐)인데, 횡계는 해방구였네요.^^ 거긴 통행금지가 없다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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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8년도에 스키인구가 2,000명이라고 했는데, 1976년인 이 때에 그게 6,000명 내외라고 하니 그 몇 년 동안에 스키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입니다. 현대적인 스키장이 생긴 것도 이유 중 하나일 듯합니다. "영동고속도로가 1972년에 완성되면"이라고 쓰였는데, 이게 1972년 당시의 자료를 베낀 거라 그렇게 쓰여있는 듯합니다. 1961년작의 미국 영화 "초원의 빛"의 주인공으로 나온 배우 내털리 우드의 사진이 오른편에 보입니다. 고무도장으로 PARK이라고 찍혀있고, 이름도 고무도장으로 찍혀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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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만 해도 로맨티시즘의 시대여서 제 동생도 로맨티시스트(romanticist)였던 듯하다.^^ 윌리엄 워스워드의 시, "초원의 빛"을 적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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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맨의 배트인 줄... 이건 삽화처럼 풀로 붙여 놨다. 풀이 변색된 게 보인다. 

 

그리고 아래는 위에서 말한 대로 하트 스키 사의 광고 사진입니다. 왼편은 당시에 프리스타일의 신영역을 개척해 가고 있던 미국 최고 레벨의 스키강사이자 영화배우이기도 했던 콜키 포울러(Corky Fower)입니다. 최초의 공중제비(aerial)를 한 사람은 현대 스키의 개척자인 노르웨이의 스키 스타 스타인 에릭센이지만 스키 종목으로서의 프리스타일을 개척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이 콜키 포울러였었죠. 이 사람을 비롯한 몇 사람 때문에 자유형 스키 종목들이 흥하게 됐고, 콜키는 에어리얼의 왕자로서 그걸 프리스타일 종목에 포함되게 하는 데 가장 큰 기여을 한 것입니다. 키커(kicker)에서 뛰어올라 앞뒤 플립(flip 뒤집기)을 자유자재로 해 대던 사람이죠. 그래서 당시 미국의 하트 스키 사에서 그를 후원했습니다.(하트 스키는 예나 지금이나 자유형 스키의 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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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편의 미녀는 프리스타일 스키의 역사에서 발레 스키를 개척한 미인 알파인 스키어(한 때 미국 국가대표 알파인 선수)-turned-Freestyler/Ballet Skier 수지 채피(Suzy Chaffee)입니다. 스키어 출신이나 뛰어난 미모로 영화계까지 넘봤던 여성입니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 스키영화는 보그너(Bogner) 스키복 회사의 대표였던 독일의 전 알파인 스키선수 빌리 보그너(Willy Bogner)가 만든 "Fire and Ice"였습니다.( https://youtu.be/IW1MAlxUC7w?si=4h953URRMO6vbFo3 ) 그녀는 몸 전체가 광고판이었습니다. 얼굴은 본느 벨(Bonne Bell) 같은 화장품 광고에 나왔고, 다양한 스키복 회사가 그녀를 후원했으며, 미국제 하트 스키(당시엔 일제 하트 스키가 없었음.)와 스위스제 헹케(헨케, Henke) 스키화의 모델이었습니다.(아래는 Fire and Ice 영화의  엔딩 크레딧 화면 아래 나오는 빌리 보그너와 수지 채피의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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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광고에서 콜키와 수지가 타는 스키는 당시에 유명한 하트 까마로(Camaro)입니다. 1967년에 최초로 출시된 GM 쉐보레의 하드탑 쿠페 차량의 이름입니다. 스포츠성이 강한 매우 인기있는 모델이었었죠. 까마로란 모델명은 프랑스의 고어로 "친구"를 의미합니다. 그 이름이 1970년대 초에 스키에도 도입된 것입니다. 고급의 자유로운 스포츠성을 가진 차의 이미지를 스키에 가져온 것이지요. 이 스키 까마로는 파이버글라스와 메탈(알루미늄)을 조합한 꽤 고급스런 스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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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이 글을 읽은 동생의 얘기를 들으니 "코티나" 스키가 코오롱 스키의 이름이었다고...^^ 근데 제 기억엔 그건 없습니다. 

 

Comment '21'
  • profile
    일월여신 2024.01.28 15:49

    스키 박물관으로 가야 할 귀한 자료네요. 

     

    박쥐 그림이 2000년대에 나온 배트맨 마크와 비슷한 것도 눈에 뜨입니다. 

     

  • profile
    Dr.Spark 2024.01.28 15:54
    하긴 그 시대에 이렇게 작성한 노트가 지금 남아있기 힘들지. 대관령 지역의 스키역사를 기록하시는 분이 김영교 선생이신데, 이걸 나중에 그분께 기증해야할 것 같네.ㅋ

    박쥐는 우리 형제가 좋아하던 거고, 그래서 내가 도안한 건데, 그러고보니까 이게 한 선생 얘기처럼 2000년대에 등장한 배트맨 로고에 있는 거랑 뭔가 유사하네.^^
  • ?
    레이싱서 2024.01.28 16:41

    박사님의 글을 읽다가 아버지가 그렇게 애지중지 하시던 스베아 버너가

    생각납니다.  알콜로 예열을 시키고 위부분이 달궈지면 밑에 석유탱크를

    펌프질 하면 불이 코펠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세게 올라왔습니다.

     그 당시 생각해 보면 노즐구멍이 대단한 기술이었던 것 같습니다.

     골동품 중에 프라이팬 같은 두꺼운 철판도 ...

    용평에 부산식당에 나오는 것과 비슷...

    거기다가 고기 구워 먹고. 아버지. 어머니 수석 수집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 profile
    Dr.Spark 2024.01.28 17:47
    스베아가 당시에 상당히 비싼 석유버너였습니다. 대부분의 산악인들은 당시 싸구려였던 미군용의 휘발유 버너를 사용했었어요. 근데 고등학생인 제가 겁 없이 스베아 버너는 물론 대부분의 외산 산악장비를 쓰는 바람에 욕 많이 먹었어요.^^;
  • ?
    기로기 2024.01.28 16:51

    하... 대단하십니다. 

    박순관 선생님께서는 예나 지금이나 너무 꼼꼼하시고... 글도 이쁘게 잘 쓰시고... ^^;;

  • profile
    Dr.Spark 2024.01.28 17:47
    동생이 좀 꼼꼼하죠. 예나 지금이나...^^
  • profile
    정재영 2024.01.28 20:24

    동생분의 꼼꼼함과 기록정신, 그리고 그것을 오래동안 보관하는 성격이 한국의 스키 대중화 역사에 큰 유산을 남겼다고 생각됩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어서 교통정보. 가격정보 등을 알기가 쉽진 않았을텐데도 자세하게 나와있어 신기하네요. 저 책자를 만들면서 스키여행을 생각하면 마음설레였을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상상이 되네요(저는 저때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이고요).

    그리고 사진속에 화투, 라면, 그림엽서, 우편 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네요.

  • profile

    저와 동생이 스키에 미쳐있어서 당시에도 미국의 스키 지와 스킹 지를 미팔군을 통해 구독해 가면서 읽었다니까요?ㅋ 대개의 모든 정보들이 그 두 스키 잡지를 통해서 저희 스스로 쌓은 것들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 스키의 영향으로 거의 대부분 일본 용어 위주로 썼어요. 그러니까 오스트리아(독일어 사용국이고 한 때는 같은 나라)에서 스키가 전래한 일본이기에 모든 스키용어가 독일어 중심이었던 거죠.

    그런데 저희는 미국 용어를 주로 썼어요. 미국 잡지의 영향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의 스키 잡지가 생겼을 때 거기 제 칼럼(그 칼럼 이름이 이 홈피 이름인 "박순백 칼럼"이었어요.)이 있었고, 저는 거기서도 미국 용어 위주로 글을 썼었죠. 그 후에 미국 용어들도 많이 도입된 셈이지요. 그리고 제가 96/97 시즌에 스키 저널 사를 통해 "스키.스노우보드 용어 사전"(국내 최초로 이런 짓을...ㅋ)을 출판하고 그걸 전국에 뿌린 영향도 크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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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책이 올려져 있는 상단 기사 속의 제목 좀 보세요. 쟝 끌로드 낄리(킬리) 관련 스크랩(이건 1970년대 초에 제가 만든 것) 때문에 동계올림픽에서 스키를 제외하기로 했다는...ㅋ 이런 시절도 있었답니다. 아마추어리즘을 고수하던 IOC 위원장 브런디지가 그 때로서는 있을 수 없는 프로 스키 선수가 되어  아마추어리즘을 위반했다고 낄리를 미워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스키를 동계올림픽 종목에서 빼려고 했었어요. 별 일 다 있었죠. 

    저 기사가 일본 사포로동계올림픽(1972년)을 앞두고 쓰인 것이라 나오네요. 그러니 1971년 이전에 스키 관련 기사나 쟝 끌로드 낄리 관련 스크랩을 시작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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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oZeppelin 2024.01.28 20:27

    하 낭만의 시대.... 모든것이 낭만 그 자체네요

  • profile
    Dr.Spark 2024.01.28 20:50
    스키 로맨티시즘의 세상이었지요.^^ 지금은 좀 살벌(?)한 스키 환경이 되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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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악(박기호) 2024.01.29 04:45

    역시...

    삼촌이 맞았어요. 왜 자꾸 작은형이라고 하시는지...

    텨 =3=3=3

  • profile
    Dr.Spark 2024.01.29 06:37
    삼촌은 무슨...^^; 형이 오래 전 얘기를 괜히 했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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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지암순이 2024.01.29 10:28

    정성스런 글 잘 봤습니다.지금은 좋은 장비에 리프트,곤돌라로 스키탈수 있어서 감사하네요~~다 스키 대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 profile
    Dr.Spark 2024.01.29 13:04
    리프트조차 없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야 뭐 모든 스키장들이 천국이나 다름 없지요.^^ 스키 신고 게걸음으로 수백 미터를 올라간다고 생각해 보시면... 중급코스 같은 델 올라가려면 그것만으로도 한나절이 걸릴 지도...^^
  • ?
    미뉴에뜨 2024.01.29 12:53

    와!!... 박순관선생님은 레알 로맨티시스트 이셨네요^^...

    부럽습니다^^~~>>>

    제가 인터넷 별명이 여러개 있는데 ㅡ여기 별명 "미뉴에뜨"가 제가 추구하고싶은 스키동작과 관계있어보여 차용했는데 그 뜻은 "18세기 로코코시대 남성들의 우아한 발동작 (발레, 사교춤동작) " 이랍니다.  여성이 아닌 남성에 주목...트 가 아닌 뜨 라는 어감이 우아?

    사토 히사야같은 우아하고,부드럽고,힘있는 스키동작이 저로서는 요원하지만 계속 study하고 있습니다... 목표달성보다는 그 아름다운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는 형편이죠...

     

    캬 !!   "로맨티시즘~~ ".. 박사님께 한수 또 배우고 가네요^^.....

     

  • ?
    반나절스키어 2024.01.29 14:05

    원래 옛날 이야기 듣는 것은 재미있는 법인데 , 옛날 이야기 X 스키 이야기 라서 더 재미있네요^^

    강원도 스키여행을 8박 9일이나 계획하신것도 얼마나 스키에 몰두 해 계셨을지 느껴지고요, 요즘의 유럽배낭여행 계획처럼 꼼꼼히 일정을 세우신 것도 놀랍습니다.

    점심값 200원, 리프트(Left?)비 200원, 그림엽서 20원 등 가격을 보면 단순히 물가가 오른것 만이 아니라 상대적인 가격도 많이 다르게 느껴지네요. 

    얼마전 '오수도리 산장' 이야기도, 이 글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옛날 스키 이야기 들려주세요!

  • profile
    Dr.Spark 2024.01.29 19:03
    옛날 얘기 싫어하진 않아도 관심 없는 분들이 많죠.^^ 뭔가 추억이 연결되는 분들이나 관심을 가지죠.

    용평스키장 개장 첫 해에 하루 리프트비는 4,000원이고, 1회 낱장값이 200원이었어요.
  • ?
    미뉴에뜨 2024.01.29 18:45

    위 "초원의 빛" 시 옆에 아리따운 백인여성 사진은 나탈리우드 인가요??.

    워렌비티, 나탈리우드 주연의 영화 "초원의 빛..." 제가 중고교때 동시상영극장에서 내용이 잘린상태에서

    두어번 봤는데 그 때는 감동이 없었는데 나중에 TV에서 보고 애잔한 느낌이 오더군요...

    덤으로 영화에서 미국문화--- 의상, 집 내부인테리어, 자동차, 파티문화 등을 보고 격하게 감동받은 바 있습니다.

    나찰리우드라 --- 역시 박순관선생님은 대단한 로맨티시스트이시네요^^ ㅋ..

    저는 군대에서 철모안에 선데이서울 정윤희수영복사진을 오려붙이고 쓰고 다녓는데...

    한참 후배들한테 그 얘기 를 해주니 라떼 꼰데소리 들었습니다.ㅋ

  • profile
    Dr.Spark 2024.01.29 19:08 Files첨부 (1)

    IMG_8755.jpeg

    예, Natalie Wood 맞습니다.^^

  • ?
    미뉴에뜨 2024.01.29 19:23

    와!!! 선남선녀가 따로 없군요^^>>
    워렌비티셔츠가 샴브리셔츠 같습니다...

  • profile
    Dr.Spark 2024.01.30 11:56
    예, 사진상으로 딱 봐도 두 색깔이 교차하는 샴브레이 원단으로 만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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