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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낸날짜 2007/10/03 21:00:15   [GMT+09:00]   
   보낸이 문화관광부 <woollim@mctletter.com> 
   받는이 박순백 <spark@dreamwiz.com> 
   제목 [아침울림] 안동, 뜻하지 않은 발견 - 서병문   



누군가가 “왜 여행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두 가지 매력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첫째는 ‘기대했던 것을 확인’할 때 생기는 기쁨이고,
둘째는 ‘뜻하지 않은 발견’을 할 때 생기는 희열 때문이라고.
이 뜻하지 않은 발견 중 하나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다.

이달 초 출장길에 안동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 안동은 하회마을, 도산서원, 퇴계 유적 등으로 알려진 워낙 유명한 곳이다.
특히 몇 년 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관광지로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안동에 대해서는 꽤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안동 정도면 이미 알려진 곳,
예전에 가봤던 곳을 다시 확인하는 ‘첫 번째 매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동은 기억 속의 그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날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과 한국국학진흥원을 방문했는데,
모두 우리나라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독창적인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우리 일행을 놀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은 ‘정신문화수도’를 지향하는 안동시가
야심 차게 건립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콘텐츠 전용 박물관이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유물과 유물관련 정보로 채워지는 반면,
이 박물관은 후삼국시대 고창전투를 입체(4D) CG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고창전투’,
옛 서당을 디지털게임으로 재현한 ‘장원급제놀이’,
19세기 안동을 디지털로 복원한 ‘사이버안동읍성’, 퀴즈를 통해 문화유적을 배우는
‘퀴즈! 7층 전탑과 봉정사’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안겨주고 있다.

경상북도와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지난 1995년에 설립된 국학진흥원은
주로 민간에 흩어져 있는 유교 관련 문화재를 수집·보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특히 ‘유교문화박물관’과 ‘장판각’이 눈길을 끌었다.
유교문화박물관에는 우리나라의 유교관련 자료들이 집대성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전시물은 단연 ‘만인소(萬人疏)’였다.
만인소란 만여 명에 달하는 재야 유생들이 일제히 연명하여 조정에 올린 상소문으로
그 길이만도 100미터에 달한다.
말로만 듣던 만인소를 안동에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장판각에서도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각 문중에서 전해 내려오는 목판이
무려 5만 4,000여 장이나 수집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국학진흥원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소 10만 장 이상을 수집해
‘유교 10만 대장경’을 완성하고, 팔만대장경에 이어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록시킨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만약 이곳이 아니었다면 유교 관련 목판이 이렇게 많이 있는지를 어떻게 알았을까.
특히 국학진흥원이 단순 기증이 아니라 ‘위탁보관’의 개념을 도입해
각 문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요즘 명절이나 연휴만 되면 외국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천공항이 붐빈다고 한다.
해외견문을 높이는 것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되겠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외국 관광지에 쏟아 붓는 열성‘만큼만’
우리나라에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
이미 다 아는 곳이라는 성급한 짐작은 잠시 접어두고,
뜻하지 않은 발견이 기다리는 ‘우리나라 구석구석’으로 떠나보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서병문
대표적 '문화콘텐츠 전도사'인 서병문님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삼성물산 사업개발이사,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정보통신팀장이사, 삼성전자 미디어콘텐츠센터장 및 부사장 등을 역임했고,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 현재 2대 원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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