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4279 좋아요 554 댓글 8
'20개국 110여 개 도시에서 65,000회 이상 공연! 관람객 1억명!' 이라는 문구가 아니더라도 클래식 뮤지컬의 백미라는 '오페라의 유령'은 정말 특별했다.


- 팬텀 역의 브래드 리틀에 대한 기사로군요.

세계 110개 도시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었지만, 브로드웨이 현지 출연진과 제작진이 직접 순회 공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이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데, '오페라의 유령'만이 유일하게 투어 프로덕션을 꾸리지 않았다고 한다.


- 공연 전에 노래하는 분수대 앞에서. 제 어머니이십니다.

'캣츠'에 이어 브로드웨이 사상 두 번째 최장기 공연(18년간)을 하고 있으며, 최다 공연 기록의 '캣츠'를 누르는 건 시간 문제라니 가히 놀라운 일이다.

공연에서 가슴을 울려 주는 아리아들이 한 두 곡이 아니다. 'All I ask of you'(오직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 'Music of the night', 'The Phantom of the Opera',  'Think of me', 'Angel of Music', 'The Point of No Return'(돌아올 수 없는 곳). 특히 앞의 세 곡은 지금도 늘 귓전에서 멜로디가 울려온다.

The Phantom of the Opera[Click]

'밤의 음악'(The Music of the Night)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사라 브라이트만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사라 브라이트만이 한 때 부부였고, 앤드루가 사라를 위해 '오페라의 유령'을 만들어 크리스틴 역을 맡긴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극중 팬텀이 크리스틴을 데리고 지하 세계로 가서 부르는 '밤의 음악'은 앤드루가 사라의 생일 선물로 만든 곡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1984년 결혼했다가 1990년 이혼했으나, 앤드루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과 크리스틴의 캐릭터를 자신과 사라와의 관계로 설정해 만든 것이라는 얘기는 흥미롭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30만개의 유리 구슬로 제작된 500kg의 샹들리에가 16m 높이의 천장에서 앞쪽 객석을 통과해 무대 위에 떨어지는 장면, 무대 바닥에는 드라이 아이스가 깔리고, 지하 미궁으로 가는 뱃길 양옆으로 100여 개의 촛불이 켜진 촛대가 무대 위로 미끄러지듯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팬텀의 지하 은신처로 가는 신에서는 팬텀과 크리스틴이 타고 오는 배가 노 저어 관객 앞으로 다가오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팬텀의 절절한 연기와 놀라운 무대장치로 진짜 노를 저어 다가오는 듯한 감이 느껴진다.

'공식 홈페이지의 아름다운 사진 네 장'(메뉴 Multimedia에서 Wall Paper를 클릭해 보세요.)


-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100여 개의 촛대가 무대 위로 미끄러져 올라오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Wall Paper of 'The Phatom of the Opera'


- - 팬텀이 크리스틴을 지하 미궁으로 납치해 데려오는 모습입니다.  Wall Paper of 'The Phatom of the Opera'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으로 도피해 온 라울(오페라 극장의 후원자이며, 크리스틴의 어릴적 친구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과 크리스틴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뒤따라 온 팬텀이 어느새 화려한 황금빛 무대 정면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는 천사상을 타고 살짝 아래로 내려오면서 'All I ask of You'를 부르는 장면은 너무 애절해 가슴이 아려 온다.


- 화려한 황금빛 무대 정면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는 천사상을 타고 팬텀이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이번 공연의 명 장면 중 하나입니다.

All I Ask of You[Click]

팬텀(Phantom) 역의 브래드 리틀(Brad Little)은 1994년부터 1996년까지는 브로드웨이에서 라울 역으로 활동했고, 1996년~2000년까지 미국 투어 공연에서 4년 간 1800여회나 팬텀 역을 맡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예수 역,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토니 역, 미녀와 야수의 야수 역,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역이라는 굵직굵직한 주연을 맡은 실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190cm의 거구에서 나오는 풍부한 성량. 바리톤과 테너의 음역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는 '팬텀의 노래와 몸짓은 마치 세포의 움직임을 세세히 보여주는 듯하며, 그의 심리적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해 내는 최고의 팬텀'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인간의 선, 악과 희로애락을 어찌나 카리스마 넘치는 마술 같은 연기로 자유자재로 표현해 내는지 탄성이 변해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의 역이 얼마나 강했던 지 상대역인 크리스틴과 라울이 다소 미약하다는 생각이 살짝 스며들 정도였다.

타고난 흉측한 외모를 가면으로 가리고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사는 음악 천재 팬텀, 그리고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을 받는 팬텀의 폭발적이고 애절한 노래와 연기력과 흡인력과 특수효과와 무대의 웅장함은('무대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극치'라는 극찬이 헛말이 아니다.) 이 공연을 결코 잊을 수 없도록 만든다.

여주인공 크리스틴(Christine) 역의 Mami Raab은 '캣츠', '마이 페어 레이디' 의 주연으로 소프라노의 한계 음역인 하이 C소화하고 있는데, 탁 트인, 호소력 있는 아름다운 성량으로 눈길을 끈다.

이 공연에서 눈에 띄는 동양 여성이 맥 지리(Meg Giry)역의 노지현인데 눈여겨 볼 만 하다. 11년 간의 런던 무대 생활 뒤에 한국으로 돌아와 '캣츠' 빅탑 공연에서 댄스 캡틴을 맡고, 미녀와 야수 한국 프로덕션에서 스윙과 댄스 캡틴을 맡았다고 한다.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의 극중 극 형식으로 오페라 신이 셋이나 나온다. 1막 1장의 코끼리 모형과 화려한 의상의 '한니발' 신, 1막 9장의 '일 무토(벙어리)', 2막 7장의 '돈 후앙의 승리'는 팬텀이 작곡한 오페라로 설정돼 있다. 국내에 들여 온 무대 장비만 컨테이너 21대 분량이며, 230여벌의 시대를 고증하는 화려한 무대의상이었는데, 망원경으로 그 화려함을 세세히 관찰하는 재미가 꽤 괜찮았다.


- 신년 전야 가면 무도회의 가장 화려한 장면입니다.

이대 음대 17회 졸업생(17명이 입학해서 2명이 졸업했다고 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그 옛 시절에...^.^)이신 나의 엄마와 함께 한 공연이어서 의미 있었다. 여주인공이 고음은 아름다운데 저음에 가서 동그란 음이 나오지 않는 게 아쉽다 라든가 하는 얘기를 나직이 들려주시어 그 또한 이 공연을 더 즐겁게 해 주는 하나의 요소였다.


- '오페라의 유령' 기념품 shop 앞에서 저의 어머니와 함께.


- 공연이 끝난 후,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인데도, 세 곡이 연주되는 동안 모두 서서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과 노래하는 분수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습니다.

이 공연의 매니아들은 벌써 이 공연을 몇 차례나 보았다고 한다. 만만치 않은 티켓 가격에 어떤 이는 예술의 전당을 찾아 공연장 밖 1층에 설치된 모니터로 거의 매일 공연을 본다고도 했다. 오페라 매니아들은 이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 이전부터 돼지 저금통을 채워 왔기에 "돼지 몇 마리를 잡았느냐?"는 말로 이 공연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기도 한단다. 9월 1일까지 공연이라니 나도 지금부터 돼지 한 마리 꼭 채워 다시 한번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이번 공연은 제가 Spark를 처음 만났던 대학 동아리인 KUSA(유네스코학생회) 사람들과의 관람이었습니다. 남자들이 동기이고, 여성들은 대학 시절부터 서로 연애를 했었기에 자주 만나고, 알고 지내 온 오래된 친구들입니다. 제가 뭐 먹는 모임, 주로 을지로 3가 안동장(을지로의 유서 깊은 중국집으로 KUSA 10기 왕용성 사장이 운영)에서 모이는 모임에는 안 나가지만 [공연] 모임에는 신나서 빠짐없이 참석합니다. 연주회나 뮤지컬이나 오페라나 전 이런 것들을 보고 나오면서 말하곤 합니다. 우리 연이(娟)가 예술의 전당에서의 공연을 보고 나오며 늘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Kosa:     "아, 난 이런 연주회만 보면 너무나도 행복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연이(娟): "엄마는 연주회만 오면 돌아가는 길에 꼭 그 소리를 하더라."

연이가 그 어느 때보다 특히나 그리운 한 여름밤이었습니다.



- 익남 씨와 신덕 언니 부부입니다.


- 은경 씨와 순이 씨 부부입니다.


- 창우 씨와 선희 씨 부부입니다.


- 성상 씨와 아들 진세입니다. 엄마가 바빠서 대신 아들이 왔군요.


- 정훈 씨와 은경 씨 부부입니다.


- 여성 멤버들입니다.



새창에서 보기


Comment '8'
  • ?
    정란미 2005.07.19 15:31
    저도 제가 봤던 공연중 최고라고 꼽습니다..3년이 흘렀는데도 그 감동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브로드웨이에서 좋은 자리서 봤거든요.)
  • ?
    김인식 2005.07.19 15:44
    전 dvd 구입해 봤습니다. 수차례 반복해 봤지요 극장 공연도 보고푼데 여기는 지방이라 눈팅만 합니다. 멋진 공연이 느껴집니다. 영화속에서도 아리아를 들을 때 소름이 쫙 돋는데 실제 공연에서는 그 감동이 얼마나 클까요 상상만 해봅니다.
  • ?
    윤용호 2005.07.19 16:11
    사모님의 글을 읽고 부리나케 티켓링크에 예매 신청을 하려 했더니 8월 31일자는 이번주 목요일에 판매 한다는군요. 박사님 내외분과 함께 올해의 멋진 공연에 빠져 볼까 합니다.^^*
  • ?
    윤일중 2005.07.19 18:24
    익남씨라 함은 치과의사 주익남 선생 아닌가요?
  • ?
    박순백 2005.07.19 18:31
    치과의사 주익남이가 제 대학동기입니다.
    저와 KUSA에서 함께 컸지요.^^;
  • ?
    진경안 2005.07.19 21:25
    "마스커리~~" 방금전까지 흥얼거리던 음률이었는데 오페라의 유령 후기를 적어주셔서 잘 읽어 보았습니다. 브로웨이에서 기회가 있어 깊은감동을 받은후 언제 한번 다시 공연을 보아야 겠다고 생각중이었는데 한국에서 공연중이였군요. 안사람이 1주일후면 귀국인데 같이 오붓한 시간 즐길꺼리가 생겼네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
    안수혁 2005.07.19 23:10
    저도 가족들과 보려고 8월 5일자 공연을 예매해둔 상태입니다. 2층 앞열로 4장의 티켓값이 만만치 않더군요. 거의 레이싱 부츠가격과 맞먹네요...ㅠ.ㅠ . 초등학교 4, 6학년인 아이들이 뮤지컬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할수 있으려는지도 걱정이구요. 하지만 교수님의 글을 읽다보니 점점더 커져만가는 기대...^^
  • ?
    정재형 2005.07.19 23:16
    전 2주전 금요일날 보고 왔어요...최고였음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110 문화 이상진님께..<초대권>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3 정란미 2006.09.11 2686 454
109 문화 이 좋은 재즈 곡들을 6,000냥에 두고두고 들을 수 있다는 게... 20 박순백 2008.05.21 4372 266
108 문화 이 노래 아시는 분 계실까요? 6 장혁준 2008.08.15 3864 464
107 문화 융커와 함께하는 클라이밍 다큐 영화 상영회 11 홍윤기 2006.12.06 2211 178
106 문화 원곡과 편곡을 함께 비교해서 들어보면... 5 박순백 2006.08.22 2814 262
105 문화 워낭소리 1 황인규 2009.02.22 2947 401
104 문화 우주전쟁을 두 번 보게 됐습니다. 다시보니... 20 강용희 2005.07.16 3847 335
103 문화 우주전쟁 지구침공실패 책임논란 - 화성연합뉴스 2 강용희 2005.07.18 7712 740
102 문화 욘사마를 슬프게 할 몽골의 안재모 2 박순백 2007.11.07 3701 435
101 문화 왕의 남자..그리고..이(爾) 2 정란미 2006.01.12 2418 236
100 문화 왕의 남자 19 박재영 2006.07.22 2453 262
99 문화 올팍 소마미술관의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4 박순백 2006.09.26 1997 258
» 문화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8 고성애 2005.07.19 4279 554
97 문화 오페라 '마술피리' 관람 후기 4 박영미 2006.04.17 2403 200
96 문화 영화보러 가서 상처받지 말라는 경고 2 박순백 2006.09.03 3337 390
95 문화 영화 "해운대" - "국가대표"보다 몇 배 더 멋진 영화더군요. 4 박순백 2009.08.15 3614 395
94 문화 여자가 아홉 꼬리는 달아야 성공한다. 1 박순백 2008.05.29 2875 360
93 문화 여러분에게 인상깊은 영화는 어떤 것인지? 21 김태정 2006.09.30 2717 180
92 문화 어쿠스틱 기타 연주회 - ED Gerhard 박순백 2006.06.19 2264 394
91 문화 안동, 뜻하지 않은 발견 - 서병문 박순백 2007.10.04 2523 37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