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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9 16:54

호기심 천국과 에탄올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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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5048 좋아요 428 댓글 12
호기심 천국과 발수 현상

"호기심 천국"이란 SBS의 교양(?)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CATV 채널인 "Discovery Channel"에서 방영하는 "Mythbusters"라는 프로그램도 있지요.(후자는 떠도는 얘기들을 소재로 하여, 실제로 실험을 통해서 특정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호기심 천국이 이 프로그램을 참고하여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둘 다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처럼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연(蓮) 꽃과 친해진 올여름의 제 호기심 중 하나는 연잎의 발수 현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방수는 안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는 것, 발수는 물이 떨어졌을 때 또르륵 흘러 내리는 현상으로 발수성은 물에 젖기 어려운 성질을 말합니다.) 연잎에 물이 떨어지면 그게 방울져 흐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실제로 연잎에 물을 떨어뜨려 본 경험이 없고, 비오는 날 연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지켜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게 참 궁금했었지요. 그래서 ‘연잎에 물 좀 뿌려봐야지.’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얼마전 두물머리 연지(蓮池)에 갔을 때 일부러 연잎에 생수를 뿌려가면서 그 현상을 시험해 본 것이지요. 당연히 물은 제 등산복이나 방오(防汚) 처리가 된 바지처럼 순식간에 방울져 굴러내리더군요. 그게 연잎 표면의 나노(nano) 돌기와 물의 표면장력 때문임은 쉘러(Schoeller) 등산복에 붙은 태그를 보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위에 떠다니는 곤충들의 경우, 물에 석유를 조금 떨어뜨려 표면장력을 약화시키면 걔네들이 물에 빠진다고 배웠었기에 연잎에 석유를 떨어뜨려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당연히 나중에 그걸 시험해 볼 참이었지요.^^

그랬는데, 그 연잎의 나노 돌기와 발수 현상에 관련된 글의 댓글로 정상임 선생님께서 "물의 표면장력에 의해 연꽃잎의 nano 돌기 사이에 젖음(wetting)이 되지 않습니다. 표면장력이 매우 낮은 에탄올 같은 것을 떨어뜨린다면...(안해봐서 모르겠네요)."라고 쓰셨습니다. 제가 해 보려던 것인데...(석유와 에탄올의 차이는 있지만...) 제가 연잎에 석유를 부어볼 생각을 한 이후의 걱정이 ‘그렇게 하면 연잎이 말라죽을 텐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에탄올은 알콜이라서 석유와는 좀 다르고, 그건 휘발이 된 후에는 잔존물도 별로 안 남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기회가 되면 에탄올을 연잎에 뿌려봐야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실험을 해 봤지요. 오늘 오전 중에는 스케줄이 없기에 회사에 늦게 나간다는 신고를 하고 두물머리에 간 것입니다.(이 경우, 실제로는 하루 휴가를 낸 것이지요.-_-) 집사람과 차를 타고 나서면서 집 앞 약국에서 200원 짜리 에탄올을 하나 사갔습니다.^^ 끝물의 연꽃 사진도 좀 찍고, 그 문제의 실험도 해 보려고요. 그런데 오늘 날씨는 사진 찍기에는 아주 젬병이었지요.-_- 계속 우중충한 날씨였습니다.


- 두물머리의 느티나무는 여전하고...


- 그 앞에 띄운 배는 지난번과 달리 돛을 달고 있고...


- 연지의 연꽃들은 약간 맛이 갔더군요.-_- 6월부터 8월 말까지 핀다더니만...


- 왠지 지지난 주의 연꽃보다는 덜 싱싱한 느낌이 들고...


- 꽃들은 좀 맛이 갔다고 해도, 핏빛 실핏줄을 지닌 듯한 홍련의 생명력이 매우 인상적이고...


- 아니나 다를까, 가을의 전령 고추잠자리가 날아들어 여름꽃인 연꽃의 시대가 감을 예고하고 있었고...


- 이런 연밥보다는...


- 이렇게 말라 비틀어지고, 검게 변한 연밥들이 더 많았고...


- 그래도 이렇게 새로 피어나려고 하는 꽃들도 아직은 많이 남아있었고...


- 연꽃과 함께 사는 이 부평초 중 한 무리는 나름 대로 예쁜 구석이 있었는데...


- 저 물고기는 어쩌다 그 위에 올라와 죽었는지... 튀어 올라왔다가 내려가지를 못 했는지?


- 자세히 보면 개미들과 파리가...-_-

아, 이제 딴소리 그만하고 호기심 해결을 해야죠.^^ 에탄올은 많이 써야할 필요가 없기에 이런 작은 통에 든 걸 산 겁니다.



아래의 연잎을 시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두물머리를 관리하는 양평군에서 이 글을 보면 제게 항의 서한을 보내오실 듯.-_-(두물머리는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소재.) 하지만 많은 분들의 호기심을 양평군의 노고(?)를 통해서 해결하게 되기에 그걸 군에 고마워하는 분들도 많을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용서를...



우선 가져간 물통의 물을 뿌려봅니다. 그래야 나중에 에탄올을 뿌렸을 때와 잘 비교하실 수 있을 듯하여... 플레이 버튼을 눌러야 재생됩니다.(한 번 눌러서 플레이 되지 않으면 한 번 더 누르세요.)



아무리 물을 뿌려도 이 연잎을 적실 수는 없습니다. 조화속이지요.


- 이렇게 연잎에 물방울이 머물러있다고 해도 연잎을 기울이면 이 물방울은 흔적도 없이 밑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그럼 앞서의 연잎에 에탄올을 뿌려봅니다.



표면장력이 낮은 에탄올은 연잎에 닿자마자 나노 돌기 속으로 젖어 들어갑니다. 앞서의 물방울이 세차게 굴러 떨어진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건 이상하다 싶을 정도이지만, 이게 과학인 것이지요.^^


- 에탄올에 젖은 연잎은 이런 모습입니다.



거기서 한 가지를 더 시험해 봤습니다. 에탄올이 젖어 들어간 부분에 물을 뿌리면 어떻게 될까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아, 에탄올이 젖은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물방울은 거기서 흘러 내립니다. 근데 그 부분으로 침투를 전혀 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원래 연잎 위에서 물방울이 구르는 이유는 나노 돌기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그보다 훨씬 큰 물방울이 스며 들 수 없기 때문이지요. 에탄올로 젖은 부분에서는 물도 함께 젖으면서 미끄러지고, 다른 부분에서는 당연히 물방울로 구릅니다. 여하간 연잎과 표면장력에 대한 호기심은 이렇게 해결했습니다. ^^

로터스 123 스프레드싯 프로그램은 MS 엑셀에 밀려서 사라졌다고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왜 Lotus Umbrella 사는 아직 창립되지 않은 걸까요?^^
Comment '12'
  • ?
    박용호 2006.08.29 17:04
    [ hl4gmd@dreamwiz.com ]

    호기심 천국 잘 보았습니다.
  • ?
    정성관 2006.08.29 17:32
    [ skjung@kaist.ac.kr ]

    약간은 의외입니다.
    물을 뿌렸을 때, 에탄올을 뿌렸을 때는 이해가 가는데, 에탄올을 뿌린 다음 물을 뿌렸을 때는 잘 이해가 안갑니다.
    어차피 연잎에 있는 돌기들은 에탄올로 인해서 덥혀버렸다면 (젖어버렸다면), 그 위에 물이 뿌려져도 그 돌기들이 물이 방울지게끔 만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에탄올과 물은 서로 섞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가 잘.... ^^;
    참고로..약국에서 파는 에탄올이 무수(無水)에탄올이 아닌 것으로 아는데, 이런 소독용 에탄올의 경우에는 수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구글 검색을 통해 대략 살펴보니 소독용 에탄올의 경우 70% 정도의 순도를 갖는다고 하니 나머지 30% 좀 안되게는 물이라고 생각됩니다.)


    oooooooooooooooooo <- 물방울
    ^^^^^^^^^^^^^^^^^^^^^ <- 연잎의 돌기
    연잎의 돌기의 영향과 물의 큰 표면 장력으로 인해 물이 방울진다. O.K.

    ____________________
    <- 에탄올 층
    ^^^^^^^^^^^^^^^^^^^^ <- 연잎의 돌기
    에탄올의 경우 표면장력이 낮아서 연잎의 돌기 사이사이로 에탄올들이 들어간다. (젖는다)

    oooooooooooooooooo <- 물방울 ?????????
    _____________________
    <- 에탄올층
    ^^^^^^^^^^^^^^^^^^^^^ <- 연잎의 돌기
    이미 에탄올로 인해 젖어버린 연잎은 연잎의 돌기의 영향보다는 에탄올층과 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물방울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다. (물방울이 생길까???)

    '호기심 천국'이라서 새로운 호기심이 발동하게 되었습니다. ^^;
  • ?
    정덕수 2006.08.29 17:48
    [ osaekri@hanmail.net ]

    두물머리에 두 번 가셨으니 이젠 두 물 모두 보신건가요^^

    촬영 된 동영상 플레이 시키기 어렵습니다.
    세 화면 모두 보다보니 20분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정말 박사님의 열정엔 탄복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실험 하시고자 두물머리까지 다녀오시다니~
    하이디 하우스에만 가셔도 실험 가능하십니다. ^^
  • ?
    정덕수 2006.08.29 17:52
    [ osaekri@hanmail.net ]

    물은 방울로 맺혀지지만 그렇다면 스팀은 어떨까요?
    너무 뜨거운 스팀을 쏘이면 연잎이 데쳐지겠지만 물보다는 밀도가 낮은(?), 어쩌면 가볍기만 할 수도 있겠군요. 그런 수증기 같은 걸 연잎에 닿게하면 과연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다시 궁금 해 집니다.
  • ?
    고진영 2006.08.29 17:56
    [ betty2000@dreamwiz.com ]

    동영상까지 이렇게 찍어서 올리신게 너무 큐트하시잖아요! ㅋㅋㅋ

    신기하고 신기하면서도 이유야 위에서 표면장력이 블러블러블러~ 설명해주셔서 아~ 하고 알겠긴한데,
    그냥 저 사진들과 가서 실험하시면서 사진 찍으시면서 막 이러셨을 것을 생각하니.
    자꾸 웃음이 나서요. ㅋㅋ
  • ?
    김정오 2006.08.29 18:22
    [ catnail@korea.com ]

    물의 표면장력값은 섭씨 20도에서 72.8(dynes/cm)이고 에탄올의 표면장력값은 22.1 입니다. 물에 에탄올을 섞었을때 어떤 비율로 섞었느냐에 따라 표면장력값이 달라지므로 혼합 비율에 따라서 젖음이 시작되는 한계치가 얼마나에 따라서 물방울이 생길수도 안생길수도 있습니다..(허접한 답변이라서 죄송...)
  • ?
    김영인 2006.08.29 18:39
    [ poor2@dreamwiz.com ]

    저희 애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과학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온라인 호기심천국..으로 소개하겠습니다...^^
  • ?
    김윤옥 2006.08.30 15:08
    [ jane7787@dreamwiz.com ]

    정말 호기심 천국이네요....
    어쩜 이런거에 호기심을 가지고 계시다니....
    그래서 그렇게 젊게 사시는 군요...ㅎㅎ 동영상까지 꼼꼼히 올려주시고..
    완전 이해가 쏙쏙 입니다. ^^
  • ?
    이의정 2006.08.31 12:39
    [ spicysauce@hotmail.com ]

    예전에 이런 신기한 자연현상을 실생활에 접목시키려는 연구들을 소개한 프로그램을 봤었는데요...
    그중하나가 꿀병에서 꿀을 떠낼때 쓰는 스푼을 소개하는 걸 봤었습니다.
    일반 티스푼같은것들은 점성이 강한 꿀을 떠내다 보면 옮겨담는 양보다 스푼에 묻는 양이 더 많지요...
    그런데 연잎의 나노 돌기와 동일한 표면을 스푼에 적용한 제품을 사용하니 정말 하나도 묻지 않고
    떠내고 담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꿀을 좋아하는터라 그게 실제 상품화가 되어 팔리면 꼭 사야지 하고 있는데
    몇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보질 못했네요... 혹시 누구 아시는 분 있나요? ^^
  • ?
    박순백 2006.08.31 18:08
    [ spark@dreamwiz.com ]

    [이의정 선생님] 그런 제품(나노 돌기 이용 스푼)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저도 그런 거 필요한데, 혹시 관련 정보를 찾게 되시는 분들은 꼭
    그 정보 좀 이 게시판에서 알려주십시오.

    이 댓글에 이어서 쓰시면, 시간이 지나서 못 볼 수가 있으니 따로 독립
    시킨 글로 써 주십시오. 많은 분들이 그런 걸 필요로 할 듯합니다.
  • ?
    박순백 2006.09.01 16:28
    [ spark@dreamwiz.com ]

    참, 나노 표면 처리 스푼이 없는 경우, 꿀을 덜어낼 때
    스푼을 미리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꿀을 덜어 내면 흘
    리지 않고 깔끔하게 덜어낼 수 있습니다. 이건 생활의
    지혜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지요.^^
  • ?
    이의정 2006.09.01 19:48
    [ spicysauce@hotmail.com ]

    목마른 사람이 우물찾는다고... 박사님께서도 관심이 있으신 듯하여 제가 찾아보았지만,
    아래처럼 'unfortunate' 한 내용만 확인이 되었습니다.
    (FAQ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
    12. Where is the Lotus-Effect® spoon available for sale?

    For demonstrations we employ a spoon with a perfect Lotus-Effect® surface. Honey and
    many other substances roll off without a hint of residue. The spoon is a prototype that is, unfortunately, not for sale.
    -------------------------------------------------------------------------------------
    몰랐는데, 이 Lotus-Effect 라는 용어자체가 등록상표( ® ) 였네요.

    어쨌거나 그런것을 빨리 상품화 한다면 아주 신나게 팔리는 제품이 될것 같습니다.
    (꿀 뿐만 아니라 self-cleaning 의 작용이 있으니 그 응용력이 무한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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