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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엘] 지 12월 호 “뤼엘로그“ 원고

“자전거의 라이프 스타일”

박순백(드림위즈 부사장)


지난 몇 년간 산악자전거(MTB)를 열심히 탔다. 자전거 타기는 그 이전의 인라인 스케이팅과는 많이 달랐다. 인라인은 푸쉬를 한 후에 반대편 발로 지탱하는 시간이 긴 운동이어서 전 체중이 한 발에 집중된다. 그러므로 스키를 타다 무릎 연골 부상을 입은 내겐 그게 안 좋을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자전거는 몸의 중심을 안장에 고정하고, 양발을 교대로 사용하는 것이어서 한 쪽 무릎이 약해도 괜찮다. 특히, 신발창이 페달에 체결되도록 하는 클릿(cleat) 부츠는 부상당한 발을 딛을 때 반대편 발을 끌어올리는 힘까지 더해지니 아무 무리가 없어서, 재활을 위한 운동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산에서까지 자전거를 타겠다고 생각하고 최초로 MTB를 만든 개리 피셔(Gary Fisher)를 난 그간 미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산악자전거를 타 보니 그의 생각을 알 만하다. 긴 오르막에서는 숨이 턱까지 차지만, 내리막을 고속으로 내달리면 트레킹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온갖 스트레스가 다 풀려 나간다. 그리고 도시의 삶에서 찌든 폐 속의 작은 티끌까지 모두 쏟아내고, 전신의 노폐물이 깊은 산중의 맑은 산소로 모두 태워지는 느낌이었다.  온갖 잡념을 다 잊고, 주말마다 운동량이 엄청나게 많은 자전거를 타다 보니 자전거 없는 생활을 할 땐 도대체 뭘 하고 살았던가를 반문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로드 바이크(사이클)를 하나 구입했다. 다양한 삶을 추구하는 내게 왠지 사이클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같은 자전거니 그게 그거려니 했는데 그건 전혀 착각이었다.

MTB는 앞 기어 3단에 뒤쪽 기어 9단으로 합이 27단인데, 사이클은 그게 각각 2단, 11단여서 22단이라 후자는 힘을 덜 들여 언덕을 오르는 데는 약하지만 모든 것이 속도를 내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산에서는 하루에 대략 40~50km를 달렸지만, 로드 중심의 사이클로는 최소한 그 두 배의 거리를 달리게 되고, 전엔 상상도 못 할 160~180km를 달리는 일도 생겼다.

근데 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MTB는 무게가 꽤 나가고, 역시 산꾼들의 자전거로서 사람들의 눈이 많지 않은 곳에서 타는 거라 그 문화가 털털하고 느슨한 편인데, 사이클은 무게가 아주 가볍고, 문화는 세련되고, 매끈하며, 타이트했다.

심지어는 옷을 입는 것도 달랐다. 자전거 져지에서 MTB는 화려함 일색인데, 사이클은 단색으로 평범했고, 전자는 좀 헐렁하고 편하게 입는데, 후자는 피팅감이 확실하게 완전히 달라붙도록 입는다. 마치 작업복과 연미복을 입는 것 같은 차이가 날 정도였다. 거기다 MTB를 탈 때는 도시락을 싸가서 산길에 앉아 점심을 먹는데 사이클 타는 사람들은 굶고 타거나 치즈 케익을 먹고, MTB엔 작은 백과 큰 헤드램프, 미등 등을 다는데, 사이클리스트들은 아무 것도 안 달려는 경향까지 있었다. 심지어 야간에 램프를 안 다는 사람까지 있어서 날 경악케 했다.

소위 “폼생폼사”의 문화가 사이클에 팽배해 있었는데, 그게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비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게 또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이기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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