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rsche
2014.11.28 22:10

앞에 가는 차를...

profile
조회 수 1509 좋아요 0 댓글 5

가끔 길에서 반가운 차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제겐 그게 포르쉐입니다.

 

오래 전, 제가 첫 차를 샀을 때 길에서 다른 포르쉐를 어쩌다 한 번씩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남들의 눈엔 그 차가 안 띈다고 하는데, 제 눈엔 그게 가끔 띄었고, 눈에 안 띌 때라도 제 주변에서 그 차의 배기음이 들려서 눈을 돌려 포르쉐를 찾는 적도 있었습니다.

 

 

porsche-note-640.gif


 

당시엔 겨우 250대 미만의 포르쉐가 우리나라에 있었기에 길을 가다가 동료(?) 운전자를 보면 클락션을 살짝 울리거나(이건 같은 방향일 때), 상향등을 켜서(반대편 차선의 차를 보면서) 서로에게 인사를 할 정도였습니다.  PCK(포르쉐 클럽 오브 코리아) 회원이라 눈에 익은 차가 지나가면 서로 전화를 걸기도 했고요.

 

이젠 심하게 말하면 길에 널린 게 포르쉐라(-_-) 그런 로맨틱한 행위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포르쉐를 소유했으되 포르쉐광이 아닌 운전자마저 출현했습니다. 포르쉐광들은 오랜 기간 그 차를 꿈에 그리다 소유하여 그 차와의 영원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인데(혹은 포르쉐 잠재 오너인데), 이제는 포르쉐가 스포츠 카가 아닌 SUV 카이엔과 승용차

파나메라를 생산하게 되니 포르쉐광이 아닌 운전자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아, 전 포르쉐가 좋아서가 아니고, SUV를 사려고 추천받다 보니 카이엔도 좋다고 해서 선택한 거에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BMW 사려다 그게 너무 흔해서 파나메라를 산 거에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왠지 그런 얘기를 들으면 섭섭한 기분입니다.

 

그 분들은 우리 포르쉐파일들이 보면 포르쉐가 아니라 "카이엔"이나 "파나메라"를 산 거죠. 하긴 그 차들은 first car인 경우가 많으나, 우리 차들은 second car이니까요.

 

porsche_1611.JPG

- 제임스 딘과 최후를 함께 한 포르쉐 550 스파이더(왼쪽)를 생각해 가면서 내 노란차의 미니어처를 서재 한 편에 둔...

 

사무실로 가다가 앞에 가는 차를 봤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저와 같은 차입니다. 같은 브랜드의 스포츠 카를 넘어서 같은 모델의 차입니다. 911의 일곱 번째 모델인 991이고, 저와 같은 4S입니다. 단지 색깔만 다릅니다.

 

 

two-4s.JPG


 

누구인지 모르지만 센스도 있는 사람입니다. 차의 번호가 9991입니다. 자신의 차가 911의 코드네임 991임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한 가지 유감은 몽촌토성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할 때 그 차는 노란불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속을 하여 빨간불에서 코너링을 했다는 것입니다. 운전도 진정한 포르쉐파일답게 했더라면 더 반가웠을 것입니다. 그 운전자의 젊음이 그런 무모함을 가지게 한 것이라면 세월이 그런 행동을 용서하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요.

 

하여간 색상면에서 나와 취향이 같지 않고, 교통신호 준수의 측면에서 나와 방향이 다른 동료(?)의 차를 보면서 한동안 즐거웠었습니다.

 


 

 

porsche_1608.JPG

- 지난 10월 7일 저녁에 방이동 삼거리 내 오피스텔 건물 앞에 세워진 다른 사람의 노란 차. 왠지 그 차를 보면서 그 주인의 취향이 나와 같을 거란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4S는 아니고 그냥 Carrera S였지만...


 

porsche_1609.JPG

- 차 세운 곳을 잊을까봐 휴대폰으로 찍어둔 사진인데, 재미있어서 남겨놨었다.


 

porsche_1610.JPG

- 내 주차 습관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세울 자리가 많아도 굳이 저 자리에 세운 것은 가급적 다른 차의 문짝이 열릴 때 내 차에 손상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KBS 별관 주차장에서의 이 사진은 이정환 선생이 내가 김창근 강사의 주례를 하러 갔을 때 찍은 것.)

 

 

Comment '5'
  • ?
    신명근 2014.12.01 09:37
    노란색 포르쉐가 생각 보다 많이 보이네요.
    독특한 취향의 포르쉐 오너분들이 꽤 있으신 듯. ^^
  • profile
    Dr.Spark 2014.12.01 12:10

    명근아, 그게 독특한 취향이 아녀.
    원래 포르쉐 같은 스포츠 카 계열의 차는 레이싱을 기반으로 하여
    그걸 동경하는 사람들이 모는 차 아닌가?
    근데 레이싱과 관련하여 독일은 실버, 미국은 노랑이 그 상징이야.
    근데 독일 차를 왜 노랑으로 했냐고??
    원래 내 60년대부터의 드림 카는 60년대 말의 미국의 노란색 콜벳 스팅레이(Stingray)야,
    걔네들이 Mellow Yellow라고 부르는 레이싱 칼라인 거여.
    근데 중간에 내가 좋아하는 차가 포르쉐로 바뀐 거여.
    예전엔 남의 이목 때문에 노란 포르쉐를 살 수 없어서 검정이었는데,
    이젠 그런 거 안 따져도 되니까 그걸로 산 거여.
    "레이싱 옐로우" 칼라 버전으로...

    아이폰을 죽자고 16기가로 한다던가,
    집안에 텐트 치고 잔다던가,
    남들이 피하면 좋겠다고 말리던 차를 산다던가,
    별별 악행과 비리와 쪽팔림을 무릅쓰고 사는
    네가 더 독특한 거여.-_-

  • ?
    강정선 2014.12.01 13:04
    그리고 스키 사이트 자기 대문 사진에 수상스키 사진도요...ㅋㅋ
  • profile
    Dr.Spark 2014.12.01 13:05
    BT라니까요?-_-
  • ?
    신명근 2014.12.01 13:26
    독특으로 주고 BT로 받다:
    [속담] 조금 주고 그 대가로는 몇 갑절이나 더 받는다는 말.


    ㅠ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88 Porsche ”주문번호: 996“이 가져온 상념들 2 file 박순백 2023.02.10 672 2
87 Porsche 뒷좌석 등받이가 접혀요?-_- 8 file 박순백 2017.11.09 1454 0
86 Porsche [정보] 도로상의 잔돌이 튀어 앞유리가 깨어지니... 4 file 박순백 2017.08.08 1913 1
85 Porsche [영화] 육체의 고백(1964) file 박순백 2017.07.11 1063 0
84 Porsche 포르쉐 워런티가 끝나면??? 보증수리 연장을 해야... 6 file 박순백 2017.04.20 9269 2
83 Porsche 감동적인 포르쉐 골드 테크니션의 배려 6 file 박순백 2016.11.10 2148 0
82 Porsche 이 사진을 보면 누가 이 차를 타겠나? 3 file 박순백 2015.10.02 1153 0
81 Porsche 까레라가 무엇인가? file 박순백 2015.06.30 740 0
80 Porsche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일 듯. 2 file 박순백 2014.12.27 1109 0
» Porsche 앞에 가는 차를... 5 file 박순백 2014.11.28 1509 0
78 Porsche 전문성 없는 기자의 기사를 읽으면 가끔 짜증이... 7 file 박순백 2014.07.08 1421 0
77 Porsche 언젠가 받힐 줄 알았다.^^; 34 file 박순백 2014.05.19 3371 0
76 Porsche Mockba Today(오늘날의 모스크바) 2 file 박순백 2014.05.11 1442 0
75 Porsche 주차장이 엉망이라 쌩돈을...ㅜ.ㅜ 12 file 박순백 2014.05.02 2438 0
74 Porsche 2010 997(6세대) 카레라 4S by 김태상 6 file 박순백 2013.10.10 1106 0
73 Porsche 가슴이 미어터지게 비싼 싱어 file 박순백 2013.10.09 1092 0
72 Porsche 주차장의 또다른 추억 2 file 박순백 2013.09.27 1217 0
71 Porsche 손맛 30 file 박순백 2013.09.26 1364 0
70 Porsche [뉴스] 그 차 갖곤 모텔 안 가야겠어요.ㅋ 11 박순백 2013.09.17 2420 0
69 Porsche Porsche 918 Spyder의 다양한 색깔들 12 file 박순백 2013.09.14 1639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