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의 한 중생
"부처님 오신 날"의 한 중생
믿음이 없는 사람은 항상 마음 한 켠이 허허(虛虛)롭다. 기댈 데가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절간에 가면 마음이 편해 진다. 불교 문화권에서 자라온 사람들은 다 그러하리라 본다.(내가 아는 한 목사님도 절에 들르면 그렇다고 하시니...^^)
- 부처님 오신 날에 보는 절
한 절에 걸린 현수막을 보니 중생들의 삶은 의미 없이 떠나간다는 것. '맞는 얘기다!' 생각하며 1년에 한 번이라도 그런 생각을 반추하게 해주는 부처님께 감사했다. 삶이란 게 찰라의 기쁨들이 좀 있는 가운데 가시밭길의 연속이 아닌가? 그렇다고 버릴 수 없는 삶이라 꾸역꾸역 살아가는 나 같은 중생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다.
그제 동생이 형수를 위해 홈쇼핑에서 본, 편하게 죽 만드는 기계를 사놨다기에 잠깐 퇴촌에 들렀다. 다른 곳에 비해 기온이 좀 낮다는 그곳에도 쨍한 초여름의 햇살이 비쳤고, 아카시아꽃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화단에 심은 목단과 작약 중에 당연히 전자는 꽃이 진 지 오래이고, 작약꽃만 생생하게 피어있었다. 도시 부근의 작약들이 거의 져가고 있는 걸 생각하면 역시 퇴촌의 기온이 낮긴 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작약꽃이 잘 피어 있는 걸 보면...
- 현재(05/13, 월) 동생네 화단에 생생하게 피어있는 작약꽃. 역시 퇴촌의 기온은 다른 곳에 비해 약간 낮다더니 그래서 아직...
동생이 4월 말 자기네 화단에 핀 목단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게 흔치 않은 핑크색 목단이다. 대개 목단은 빨간 꽃잎에 노란 꽃술을 가진 게 태반이다. 근데 이건 아주 귀한 목단이란다. 제수씨께서 조선전기에 세워진 남양주의 수종사에 다니는 불자인데, 동생이 거길 들렀다가 본 목단이란다. 그게 정말 탐스럽고도 예쁜 꽃이 피어있기에 스님께 물어 수종사에서 거래하는 화원에 가서 그걸 사다 심었다고 한다. 내가 본 것 중 최고로 멋진 목단이었다.
- 4월 말에 동생네 화단에 피었다가 이제는 져버린 목단. 수종사에 있는 목단과 같은 종이라고 한다.
- 동생네 화단에 피었다가 진 핑크색 목단꽃
신록을 배경으로 찍은 작약은 다른 곳에서 본 것이다. 이제 전성기를 지나 시들어가는 중인데도 멋졌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진한 핑크색의 작약은 잎이 거의 다 벌어져 시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다. 어찌보면 이 때의 작약은 으아리꽃(클레마티스)과 살짝 닮은 것 같기도 하다.
- 시들어가는 작약꽃이지만 썩어도 준치.
계절의 여왕, 5월엔 꽃의 여왕 장미가 피어난다. 전에 흰꽃이 핀 걸 봤던 탱자나무엔 이제 탱자 열매가 커가고 있다. 그 위협적인 가시 속에 한 떨기 장미가 피어있는 게 대견해서 그것도 사진에 담았다. 뙤약볕을 좋아하는 난 이 즈음에 피어나는 줄장미를 매우 좋아한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붓꽃도 피어나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가 되면 등산을 포함한 모든 운동에 뛰어들고픈 생각이 굴뚝 같아 진다. 요즘 운동을 잘 못 하고 있다.
- 탱자나무 가시 속에 피어난 한 송이 장미
- 우아한 꽃이다.
- 줄장미가 예쁘게 피어나는 시절이다.
Gallery
- 읽어봐도 알듯말듯하다.
- 동생네 작약꽃
- 동생이 주는 말차를 마시러 차실에 들어가니 요즘 한창인 찔레꽃이 파란색 유리 주전자에 꽂혀있었다.
- 동생네 집 부근에 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 붓꽃.
- 역시 끝물의 작약. 단풍나무 잎이 마치 날아오르는 듯하다.
- 끝물의 작약
번호 | 분류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좋아요 | |||
---|---|---|---|---|---|---|---|---|---|
» | 삶 | "부처님 오신 날"의 한 중생 | 박순백 | 2024.05.15 | 145 | 0 | |||
231 | 삶 | 탱자나무와 탱자꽃의 패러독스 | 박순백 | 2024.04.19 | 145 | 0 | |||
230 | 삶 | 사월 중순의 봄비 | 박순백 | 2024.04.16 | 151 | 0 | |||
229 | 삶 | 처형과 조카의 방문, 그리고 몽블랑 2 | 박순백 | 2024.04.14 | 271 | 1 | |||
228 | 삶 | "살균(殺菌)인가 멸균(滅菌)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박순백 | 2024.04.08 | 118 | 0 | |||
227 | 삶 | 페이스북의 만우절 거짓말? | 박순백 | 2024.04.01 | 222 | 2 | |||
226 | 삶 | 과꽃처럼 살기를 원했다. | 박순백 | 2023.10.12 | 149 | 1 | |||
225 | 삶 | [Latte Story] 군 제대를 앞둔 시점에서 받은 서신 하나 | 박순백 | 2023.08.04 | 67 | 0 | |||
224 | 삶 | 뒤돌아봐야 보이는 것들(Discoveries in Looking Back) 1 | 박순백 | 2023.07.29 | 58 | 0 | |||
223 | 삶 | 과거의 자신(혹은 자신들)에게 하고픈 말은 뭘까? | 박순백 | 2023.07.29 | 151 | 0 | |||
222 | 삶 | 세대간의 임무 교대(Inter-Generational Shift of Duty) 2 | 박순백 | 2023.07.13 | 136 | 0 | |||
221 | 삶 | 나이가 든다는 건(Being Aged) 2 | 박순백 | 2023.07.02 | 336 | 1 | |||
220 | 삶 | 고요 속의 위로, 휴식의 운율 | 박순백 | 2023.06.29 | 104 | 0 | |||
219 | 삶 | 세월유수(歲月流水) 광음여전(光陰如箭) | 박순백 | 2023.06.01 | 125 | 0 | |||
218 | 삶 | 스키 안 타는 봄날 주말의 한담(閑談) 2 | 박순백 | 2023.03.25 | 199 | 0 | |||
217 | 삶 | 겨울은 갔다. 하지만 봄이 온 건 아니다. - Feat. 박원종 대감 | 박순백 | 2023.03.02 | 576 | 0 | |||
216 | 삶 | 살아선 웬수 같은 남편이었지만, 그 사람 떠난 후 전구다마를 갈면서 눈물 흘렸다. 2 | 박순백 | 2023.02.06 | 338 | 0 | |||
215 | 삶 | 다시 가서 맛 보고픈 이디야 커피 | 박순백 | 2023.01.27 | 149 | 0 | |||
214 | 삶 | 작은 시제(時祭) @ 계림리 | 박순백 | 2022.11.14 | 114 | 0 | |||
213 | 삶 | 도곡3리 스트롤러(Dogok-3ri Stroller) 2 | 박순백 | 2022.10.24 | 512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