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꽃처럼 살기를 원했다.
과꽃처럼 살기를 원했다.
박순백
그저 수수하게 살기를 원했다.
눈에 번쩍 띄지는 않더라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꽃이길 바랐다.
빼어나거나 빼어날 수는 없어도
누구 하나 싫다지 않는 존재이길 원했다.
Teac CD가 재생해주는 소리처럼
최고는 아니지만 좋은 소리이고 싶었다.
튀지 않으나 그렇다고 숨지 않는
정도의 수수함으로 살고 싶었다.
과꽃처럼 살기를 원했다.
- 가을은 "과꽃(aster)"의 계절인 걸 잊고 있었다. 코스모스만 피는 계절처럼 착각했었는데... 아,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기도 하구나. 그러고 보니 과꽃은 국화의 일종이다. 가을은 코스모스와 국화의 계절이 맞구나.^^
In Pursuit of Aster's Grace
By Dr. Spark
Merely desired to live modestly.
Even if not dazzling to the eye,
I hoped to be a flower with no missing parts.
Without being exceptional or standing out,
I yearned to be a being who disliked no one.
Like the sound produced by a Teac CD player,
Not the best, but desiring to be a pleasant sound.
Living with a degree of modesty,
not excessive yet not concealing,
I wanted to live like an aster.
- 수많은 꽃이 있는 가운데 과꽃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가진 꽃은 아니다. 그렇다고 보기 싫은 꽃도 아니다. 빼어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꽃이다. 수수한 꽃이라 나를 닮았다. 아니, 내가 과꽃을 닮고 싶어했다.
Yearning for Aster's Grace
By Dr. Spark
Merely aspired to live with modest grace,
Not a dazzling spectacle to embrace.
A flower with no part out of place,
A being cherished by every face.
Like the tunes from a Teac CD Player's trace,
Not the finest, but a pleasing space.
Living modestly, in a gentle pace,
I longed to be an aster, my life's base.
내 오디오 선생, 지금은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살고 있는 오디오파일, 합창단 지휘자, 음악평론가, 전산학석사, 그리고 한 때의 철도청 기관사인 (윤)세욱이가 말했다.
"형님, 이거 뛰어난 건 아니어도 꽤 좋은 겁니다. 초하이엔드는 아니지만 affordable한 가격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소릴 내주는 CD Player는 없습니다. 꽃으로 치면 '과꽃' 같은 기계입니다."
그 이후, 난 과꽃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세욱이가 권해준 Teac의 CDP를 사용하다가 그걸 같은 회사의 오디오 기기인 에소테릭(Esoteric)으로 바꿨다.^^; 가전제품을 오디오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한 것 만큼 차이가 났다. 결국 그 후에 MBL CDP를 하나 더 샀다.
오디오는 더 추구할 게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 자신은 "과꽃" 만큼만 살고 싶다. 수수한 정도에서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
과꽃은 수많은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쇼킹한 핑크 색깔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매력이 있다. 사실 더 수수한 과꽃이 되려면 주황색이 마땅한데, 빨강이나 보라처럼 튀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잘 생긴 빨간 과꽃은 거의 장미 만큼 예쁜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과꽃은 젠 체하고 피지 않는다. 그냥 핀다. 여러 송이가 한 포기에서 피어나고,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그냥 어울려 핀다. 한 송이로 우뚝 서서 자길 드러내지 않는다. 매우 사회성이 좋은 꽃이다.
♥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깊은강번호 | 분류 | 제목 | 이름 | 날짜 | 조회 수 | 좋아요 | |||
---|---|---|---|---|---|---|---|---|---|
232 | 삶 | "부처님 오신 날"의 한 중생 | 박순백 | 2024.05.15 | 141 | 0 | |||
231 | 삶 | 탱자나무와 탱자꽃의 패러독스 | 박순백 | 2024.04.19 | 144 | 0 | |||
230 | 삶 | 사월 중순의 봄비 | 박순백 | 2024.04.16 | 150 | 0 | |||
229 | 삶 | 처형과 조카의 방문, 그리고 몽블랑 2 | 박순백 | 2024.04.14 | 266 | 1 | |||
228 | 삶 | "살균(殺菌)인가 멸균(滅菌)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박순백 | 2024.04.08 | 117 | 0 | |||
227 | 삶 | 페이스북의 만우절 거짓말? | 박순백 | 2024.04.01 | 220 | 2 | |||
» | 삶 | 과꽃처럼 살기를 원했다. | 박순백 | 2023.10.12 | 149 | 1 | |||
225 | 삶 | [Latte Story] 군 제대를 앞둔 시점에서 받은 서신 하나 | 박순백 | 2023.08.04 | 67 | 0 | |||
224 | 삶 | 뒤돌아봐야 보이는 것들(Discoveries in Looking Back) 1 | 박순백 | 2023.07.29 | 58 | 0 | |||
223 | 삶 | 과거의 자신(혹은 자신들)에게 하고픈 말은 뭘까? | 박순백 | 2023.07.29 | 151 | 0 | |||
222 | 삶 | 세대간의 임무 교대(Inter-Generational Shift of Duty) 2 | 박순백 | 2023.07.13 | 136 | 0 | |||
221 | 삶 | 나이가 든다는 건(Being Aged) 2 | 박순백 | 2023.07.02 | 336 | 1 | |||
220 | 삶 | 고요 속의 위로, 휴식의 운율 | 박순백 | 2023.06.29 | 101 | 0 | |||
219 | 삶 | 세월유수(歲月流水) 광음여전(光陰如箭) | 박순백 | 2023.06.01 | 122 | 0 | |||
218 | 삶 | 스키 안 타는 봄날 주말의 한담(閑談) 2 | 박순백 | 2023.03.25 | 199 | 0 | |||
217 | 삶 | 겨울은 갔다. 하지만 봄이 온 건 아니다. - Feat. 박원종 대감 | 박순백 | 2023.03.02 | 576 | 0 | |||
216 | 삶 | 살아선 웬수 같은 남편이었지만, 그 사람 떠난 후 전구다마를 갈면서 눈물 흘렸다. 2 | 박순백 | 2023.02.06 | 338 | 0 | |||
215 | 삶 | 다시 가서 맛 보고픈 이디야 커피 | 박순백 | 2023.01.27 | 149 | 0 | |||
214 | 삶 | 작은 시제(時祭) @ 계림리 | 박순백 | 2022.11.14 | 114 | 0 | |||
213 | 삶 | 도곡3리 스트롤러(Dogok-3ri Stroller) 2 | 박순백 | 2022.10.24 | 511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