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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에 관한 "질문"[스키 Q&A]에 하시기 바랍니다.
칼럼
2008.12.30 10:00

폴의 역할에 대하여..

조회 수 7689 좋아요 392 댓글 2
스키- 부츠에 이어 마지막으로 스키장비 중 폴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폴은 기본적으로 평지에서 스키의 스케이팅과 함께 전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을 하겠구요. 초보자에게는 넘어졌을 때 지지대 역할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도와주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스키가 다운힐(downhill)만을 목적으로 탄생한 것은 아니므로 당연 스키판과 폴은 서로 떨어져 다닌 적이 없죠. 물론 스키보드, 숏스키 등 뉴스쿨 스키들은 폴을 쓰지 않지만요.

특히 예전 컨벤셔널(conventional) 스키의 경우 지금보다 훨씬 긴 폴로 하나의 스키딩+피봇팅 턴 이후에 뉴트럴 구간을 가져가기 위해 몸을 업(up) 시켜주는데 더 많은 역할을 했었습니다. 지금보다는요.

하지만 지금은 현생인류인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을 구축하듯이 컨벤셔널 스키가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폴에 대한 중요도가 약간은 간과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꼭 스킹을 잘 해서가 아니라 많은 고수들의 스킹을 지켜보면서 얻은 결론은 "역시 폴질을 잘하는 스키어가 스킹도 잘 한다."는 것입니다.  전혀 폴 스윙도 없이 팔이 뻣뻣하게 고정된 형태의 스킹은 아무리 날로 카빙을 잘 그려내더라도 그다지 부드러운 스킹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 물론 폴질을 잘 하면 스킹이 저절로 잘 되지도 않고, 스킹을 잘 하면 저절로 폴질이 잘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스킹의 원리를 알고 제대로 기초부터 기술을 익혀오고, 리듬의 중요성을 아는 스키어는 스킹을 잘 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카빙스키 도입 초기에는 많은 데몬스트레이터들을 중심으로 카빙 숏턴이 유행했었습니다. 발을 절대 붙이지 말고, 어깨넓이로 벌리고 카빙스키의 사이드컷(sidecut)을 이용해 언더 크로스(under cross) 방식의 카빙 숏턴은 기존의 스킹 이론과 배치되는 면도 많았습니다.

카빙 숏턴을 하면 폴 체킹이 사실 필요가 없어집니다. 스키를 멀리 보내 날을 세워 세팅하고 그대로 외력을 최대한 이용해 안으로 감아들어오는 스키를 벤딩(bending/retraction)으로 리바운드(rebound)를 흡수하면서 언더크로스 시키는 과정에서 폴이 업을 도와주거나, 한 턴의 마무리를 도와주는 도움 기능이 필요 없어진 것이죠.

그럼에도 역시 폴 스윙은 꼭 필요합니다. 비록 체킹하지는 않더라도 회전하는 스키의 중앙~테일 부분에 폴의 팁이 따라서 회전하는 방식으로 폴 스윙이 스킹의 회전호의 리듬과 따라가야 합니다.

이는 음악에서 템포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시계추 운동을 하는 장치인 '메트로놈'의 기능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뒤로만 젖혀져있던 폴을 갑자기 홱 끌어와 급격히 체킹한다던지. 너무 빨리 앞으로 끌어다 놓고 한참 기다렸다가 체킹하는 방식으로는 스킹 포지션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정확한 템포로 폴 스윙이 이루어진다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스키의 턴호도 일정하고 부드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 폴 스윙은 카빙 숏/미디움 턴 시 신체를 스키의 진행방향과 비슷하게 내향시키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때문에, 카빙 숏턴이나 카빙 미디움 턴을 구사하고 폴 체킹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폴 스윙을 하지 않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굳이 턴 후반에 스키의 팁과 바인딩 사이를 겨냥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폴을 스키의 궤적을 따라 진행시키려는 템포, 리듬감은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금은 다시 발을 모으고, 스키딩과 피봇팅을 가미한 숏턴이 각광을 받고 있고 때문에 당연히 정확한 폴 체킹도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멋 떄문이 아니라 스키딩 요소가 많이 가미되면서 나타난 현상이죠. 물론 외력을 충분히 살려주는 카빙스키는 이전 컨벤셔널과는 달리 확실하게 찍고 폴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켜 세우기보다는 그저 정확하고 확실하게 체킹하는 쪽으로 변화한 것 같습니다. 컨벤셔널 스키처럼 내력에 많이 의존하기보다는 내력과 외력을 적절히 혼합해서 활용하기 때문이죠.

여기서, 스키딩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폴 체킹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스키딩을 많이 가미한 숏턴을 한다면 좀 더 확실하게 찍고 카빙성향이 더 많다면 약간 흘리듯이 체킹하는 것입니다.

특히 급사면에서는 카빙+스키딩 숏턴을 구사하더라도 아무래도 감속을 위해 스키딩 경향이 많아지고 보다 확실한 업다운을 통한 하중주기와 풀기를 끌어내기 위해 더 확실한 폴 체킹이 필요합니다.

폴의 선택은 키*0.65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115cm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 정도가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사이즈라고 보여집니다. 너무 짧은 폴은 스윙하더라도 멋이 나지 않고 또 지나치게 웅크려진 자세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긴 폴은 그래도 카빙 스키임에도 자세가 너무 높아질 수 있겠구요.

Comment '2'
  • ?
    한상률 2008.12.30 10:50
    [ 19940@paran.comm ]

    요즘 길이 조절 폴을 많이 쓰는 이유가 이렇게 스킹 스타일과 눈 상태 등 조건에 따라 폴 찍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일 겁니다. (천마산리스트들은 거의 다 국산 엔핑 폴을 씁니다. 쉬었다 탈 땐 제 폴 찾느라 불편할 정도 ^^)

    스킹 상황에 적합한 갈이보다 폴이 길 땐 벌려서 찍는 방법도 있지만, 아이스 반 등 콱 찍어야 할 때도 있어서 언제나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 ?
    윤석원 2009.01.06 11:27
    [ yearim@hanmail.net ]

    스키 장비와 기술의 변화에 따른 스키 폴의 역활을 참 잘 설명하여 주셨습니다.
    한상철 선생님 말씀처럼 스키딩과 카빙에 적용 되었을때
    달리 느껴지는 체킹 느낌, 폴 피팅에 대한 엔핑풀 리뷰를 쓸 생각이었는데,
    선생님 글을 근본으로 하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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