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3 14:00
죠슈아 벨(Joshua Bell), 더 아름답게, 더 달콤하게 느껴진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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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슈아 벨 내한공연 프로그램
베토벤 코리올란 서곡 C단조 Op.62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베토벤 교향곡 제 7번 A장조 Op.92
죠슈아 벨(Joshua Bell)이 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남편이 트위터에서 관련 정보를 보자마자 즉시 알려주었다. 바로 티켓을 예매해 버렸다. 왜? 나는 그의 오랜 팬이기에...
죠슈아 벨은 베토벤 코리올란 서곡과 베토벤 교향곡 제7번을 함께 내한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곁에 자리 하나를 만들어놓고 함께 연주했다. 연주 중간 중간에 서서, 혹은 앉아서 자신의 활을 들고 가녀리게, 즐겁게, 강렬하게 지휘하는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그것 또한 즐거웠다.
Mendelssohn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70년대 초반의 대학 새내기 때 당시 경희대 음대 교수로서 날리고 있던 바이얼리니스트 김남윤 교수의 연주회에 가서 들은 이후 좋아하는 곡 목록 최상위에 자리하게 되었다. 어제 몇십 년간 수 없이 들었던 그 곡을 죠슈아 벨의 공연에서 듣게 되었다. 자신이 직접 작곡했다는 카덴차(오케스트라 없이 독주를 하는 부분)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곡은 일어서서 연주했는데 어찌나 가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애절하면서도 강렬하고, 또 아름다운 선율이던지 숨이 멎을 것 같은 희열을 느꼈다. 생머리의 앞부분과 머리 뒷부분이 땀에 젖어 갈수록 그의 연주 기교는 더욱 살아나는 것 같았다.
- 땀에 비오듯 젖은 머리와 얼굴. 세수 한 번 훅 하고 나와 사인하는 모습이 정말 사람 냄새가 난다.
베토벤 교향곡 제7번 A장조 Op.92는 온갖 기교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드라마틱한 강한 리듬과 소용돌이치는 격정적인 선율이 감싸안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순간들을 경험하게끔 해 주는 놀라운 곡이었다.
지난해에 보았던 잊을 수 없는 영화 ‘라벤더의 연인들’(Ladies in Lavender)에서도 죠슈아 벨이 음악 감독을 했었고, 그의 연주가 곁들여 졌다. 얼마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들이었던지 엔딩 자막이 오르고 있었는데도 나가지 못하고 끝까지 서서 그 음악을 다 듣고서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고전시대에 작곡한 곡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런 곡들이었다.
보통은 오페라를 볼 때만 망원경(opera glasses)을 가지고 가는데 이번엔 일부러 망원경을 가지고 가서 그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어떻게 연주하는지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아, 저 부분에서는 저렇게나 빠르게 섬세하게 손가락이 움직이는구나. 이렇게나 화려하고 격정적인 부분에서는 저런 모습이 나오는구나.’ 그의 얼굴 표정 하나 하나, 손끝부터 발끝까지의 제스처 하나 하나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었다.
영국의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로 유명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는 1959년에 창단되어 올해로 52주년이 된다고 한다. 37명으로 구성된 많지 않은 인원이 그와같은 장엄하고 화려한 선율을 구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여성 멤버는 9명이었고, 오케스트라 전 멤버의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백발의 노련한 분들인 점이 눈에 띤다. 지휘자도 없으면서 그 분들이 모두 연주를 여유있게 즐기면서 하는 게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8차례의 에디슨상과 수십회의 골든 디스크 상을 수상했고, 배경음악을 맡은 영화 ‘아마데우스’는 아카데미 음악상을 탔고, 영화 사운드 트랙이 전 세계 1,300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사운드 트랙으로 베스트 사운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공연이 끝나고 밖의 홀에서 죠슈아 벨이 나오길 기다리는 청중들의 모습이다.
죠슈아 벨과 곁에 나란히 앉은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두 사람이 주고받는 따스한 눈웃음과 잘 해내고 있다는 격려의 미소가 지금도 내 마음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격정적인 연주 순간에 죠슈아와 세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나누는 특별한 교감의 모습들도 눈에 선하다.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끝나고 인터미션(Intermission) 시간이 돌아왔는데 청중들은 그의 연주에 감동받아 일어서서 계속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갔다 들어 오길 세 번째에 갑자기 그가 예정에 없던 앙콜곡 "양키 두들(Yankee Doodle)"을 현란한 중음과 상상 이상의 고음을 곁들여 흥겹고도 짜릿한 흥분이 일게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에 더욱 기분이 업 되었다. 2시간 이상 혼신의 힘을 다 한 연주에 피곤함이 몰려왔을 텐데도 길게 늘어선 팬들의 사랑에 답하느라 모두 다 사인을 해 주는 모습 또한 따스했다.
죠슈아 벨을 칭하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인기있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세상 사람들이 유독 그를 사랑하는 이유인 것 같다.
- 함께 공연을 관람한 내 친구가 사인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죠슈아의 눈빛이 참 착해보인다. 마지막까지 남아 자신을 기다리고 사인을 받아내고야마는 청중들이 그 자신에겐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 사인받고 좋아하는 친구의 모습 보니 내 마음 또한 흡족하다.
- 여고시절, 대학생이던 윤형주, 송창식 두 가수가 우리 학교 축제에 참석해 노래를 불렀었다. 그 때 난 송창식의 사인을 받았다.
그 후 받은 사인은 어제의 죠슈아가 처음이다.
- 1996년 죠슈아가 29살 때의 모습이다.
Joshua Bell 내한공연. 대단히 열정적이고 기교 넘치는 섬세하고, 화려한 연주였다. 30대의 그림 같던 모습이 많이 변해 이젠 43살의 중년이다. 29살 때 크라이슬러(Kreisler)를 연주한 그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죠슈아로 인해 크라이슬러의 팬이 되기도 했던 날들이었다. 그러나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발견한 날, 차를 타고 예술의 전당에 갈 때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듣는 그의 연주는 더욱 더 아름답게, 달콤하게 느껴졌다.
[음악/음악가] 조슈아 벨의 내한 공연 - 6/22(화) 예술의 전당 박순백 - http://j.mp/9jRwv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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