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컷] #100-47. "이 망할 놈의 개망초."
농부들은 지금도 말한다. “이 망할 놈의 개망초.”라고.
뽑아도 뒤돌아서면 다시 돋아나는 것이 이 개망초라고 하지.
번식력은 또 얼마나 굉장한지 아니? 아무리 잘라도 또 다시 살아나니말야.
망초(亡草)는 한일합방 무렵에 들어온 식물인데,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철도공사를 할 때 철도침목에 묻어온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망초가 퍼지기 시작하며 을사조약이 맺어져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란 의미로 이름을 붙였다지.
아래의 안도현의 시처럼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꽃은 아니더라도
하이얀 개망초가 들녘 가득 핀 모습 보노라면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메밀꽃의 잔형이 남아 무엇보다 아름답다.
개망초 풀섶에 기대 일 보러 떠난 엄마 기다리다
어스름 저녁 무서움에 마음 졸이던 어린 소녀
개망초는 노란 계란꽃 되어 작은 손 흔들며 아이 맘 위로한다.
너무 흔해서, 보잘것 없어 보여서, 지천에 넘쳐나는 꽃이어서
잘디 잘아 우습게 보일지라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예쁜 꽃
너는 망하게 하는 풀이 아니라, 작지만 위로와 사랑을 주는 소중한 꽃인걸.
개망초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