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경험과 느낌을 기록한 글입니다.
이 글과 관련된 어떠한 제작이나 개조 혹은 이로 인한 후속 사안은 이 싸이트 및 글 작성자와 연관이 없음을 말씀 드립니다.>
남들이 직접 볶는 게 좋다기에 일단 원두-생두를 사들였습니다.
뿌듯하더군요.
"커피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 커피를 잘 볶아야지."
새파란 원두를 오븐 위에서 프라이팬으로 볶아봅니다.
결과야 뻔하죠.
말 그대로 구워지기만 했을 뿐 원하는 갈색 "초컬릿 레브라도 리트리버"는 저 멀리 산책 나가버리고
대신 "28점 무당벌레"만 프라이팬 안에서 굴러다닙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한 뒤 다른 아이디어를 실험해봅니다.
알리에서 구한 땅콩 로스터용 드럼을 선버너(휴대용 프로판 가스 버너) 위에서 돌려봤습니다.
알리에서 파는 로스터 드럼.

잘 안 되더군요.
드럼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온도 컨트롤이 어려웠습니다.
거시적으로 나타나는 온도와 실제 각각의 원두에 적용되는 온도가 다릅니다.
드럼을 외기와 차폐 시켜야한다는 게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로티써리(rotisserie ) "통돌이 바베큐"에 눈을 돌려봅니다.
캠핑장에서 통돼지 꽂아서 빙빙 돌려 굽는 것도 로티써리이고, 코스코 통닭구이 기계도 로티써리입니다.
가정용으로 조그만 것도 있습니다.
드럼이 로티써리 기계 안에 있어 찬바람을 직접 맞을 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조지 포먼 로티써리

지인이 창고정리하면서 무료로 준 로티써리에 부속된 드럼으로 원두를 볶아봤습니다.
비로소 커피답게 생긴 커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두어 달 이걸 잘 씁니다.
근데 뭔가 조금 아쉽습니다.
인터넷의 이야기론 커피 로스팅 할 때 불 지피고 10여 분 지나면 일차 팝핑이고,
이차 팝핑까지 끝나도 걸리는 시간은 18분에서 20분 미만이라는데 제 "로스터"는 자그마치 40분 가까이 소요되는 겁니다.
볶아진 커피 때깔도 다르고요.
사람이란 게 참으로 간사합니다.
이걸 느끼기 전까진 그렇게 맛있던 "셍욱엉젱 소두가배" 스페셜티 커피가
갑자기 우중충하고 쓴맛만 나는 "길표 소태박스 커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때깔이 다른 이유를 따져봅니다.
기실 따져보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출력부족이라는 게 일견에 드러나는데요 뭐.
그래서 불을 더 때야겠다 싶었는데, 문제는 불을 더 땔 여지가 아예 없다는 겁니다.
첫번째. 애초부터 로티써리의 전력 용량이 작고,
두번째, 계속 불을 지펴도 설정온도에 이르르면 안전 문제 때문(화재 우려)에 로티써리 내부 써모스탯이 전원을 차단해버립니다.
결국 아무리 스위치를 오래 켜놓아도 실제론 잔열로 커피를 볶는 셈입니다.
쌀이 붇지도 않았는데 생쌀에 뜸을 들이고 있으니 그 밥이 밥이겠습니까.
이후, 열판을 사다가 바닥에 깔아보기도 하는 등
로티써리에 열을 추가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실험해봤습니다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그래서 로티써리는 치워놓고 다른 방안을 찾습니다.
그게 지금 쓰고 있는 로스터입니다.
세욱표 로스터의 원형은 "테이블 탑 오븐(table top oven)" 일명 "컨벡션 오븐"입니다.
피자나 토스트 굽는 용도의 전자레인지 사이즈의 오븐으로서
이른바 에어 프라이어라는 명칭으로도 판매되는데,
이걸 모디파이해서 커피 로스터로 쓰는거죠.
테이블 탑 오븐

저기 더워서 땀을 흘리고 있는 통닭 자리에
로스터 드럼을 꽂아넣고 스위치를 올리면 닭 대신 꿩-아차! 콩이 구워집니다.
쉽죠 잉.
예...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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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배 안 들어와도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