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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Who's Phillip Yoon?), 조용훈 칼럼, [PC-Fi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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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니까 아마 1971(주: 정정합니다. 1970년이 맞습니다.초등학교를 1969년에 졸업했거든요.)년일 겁니다.
군대 가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머리를 박박 깎고,
책상 걸상으로 사열대 비슷한 걸 만들어서 부동자세로 앉아 사열식을 구경했습니다.
학생회가 아니고 학도호국단.
학생회 간부 명칭 역시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
소위 교련이란 것이지요.
어떻게 학교까지 병영(兵營)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한마디로, 권력에 환장한 놈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고,
물감의 색깔이 많을수록 여러 스펙트럼이 나온다고 예전부터 떠들어 왔으니
그런 정신 나간 극우보수반동도 인간의 한 유형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대충 덮어두겠습니다만
이런 유형의 인간에 대한 관용은 관뚜껑 덮일 때 까지도 안 생길 것 같습니다.

"인시 알라!"

줄 잘 맞춰 행진하는 것으로 학교장 진급 서열을 만든 문교부 덕분에
공부 대신 날마다 열병(閱兵)하고 분열(分列)하는 것으로 날이 가고 해가 가던 시절의 이야기-
고등학교 교련 훈련 시간의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나팔 불고 북치는 악대가 선두에 서고
각반(脚絆)차고 목총을 둘러멘 학생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연병장을 돌 때
교장실에서 흐뭇하게 이 광경을 바라보고 계시는 교장 “선생님”을 의식하셨는지
해병대 모자와 군복을 위엄 있게 차려입은 교련 “선생님”이 연단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줄 맞춰!”
“2학년 빠르다!!!”
“야 이 새끼야. 발 틀리잖아!!”

“동작 그만!”

갑자기 교련 선생이 행진을 중지시킵니다.
한 학생의 발이 틀린 모양입니다.
발 틀린 학생이 연단에 끌려 올라가 쥐어 박혔습니다.
그리고 다시 행진이 시작됩니다.
근데 몇 십초도 지나지 않아 행진이 다시 멈춥니다.
행진을 멈춰 세운 선생이 아까의 학생을 또 불러올렸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격식에 따라 좌우를 몇 차례 다시 올려붙인 “선생님”께서
이번엔 학생에게 너 혼자 행진해 보랍니다.
갑자기 학생 사이에서 커다란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걷기 시작한 녀석의 오른손과 오른발이 동시에 앞으로 나가는 겁니다.

사람은 손과 발을 반대로 흔들며 걷습니다.
왼발이 나가면 왼손은 뒤로 빠집니다.
근데, 시골에서 공부만 하다 온 이 샌님 학생이 선생 고함과 체벌에 놀라,
그리고 왼손으로 목총을 받쳐 들고 착착착 걸어가는 행진이 평소 걸음걸이와 다른 바람에
걸을 때의 손발 리듬이 깨져버린 겁니다.

지금도 그때의 광경을 떠올리면 웃음도 나오고 한편 열통도 터집니다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노라니 그런 시절이 다시 돌아오나 싶어
마음 한구석이 어둡습니다.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만.......

제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오디오 대신 터무니없는 교련 이야기를 드렸는데,
이유인즉슨 “위상(位相)”에 대해 몇 말씀 올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오디오에 있어서 위상이란 게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나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소리와 관련해선 언뜻 와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상을 설명 드리기 위한 예를 찾아보자고 생각했던 게 이쪽으로 흐른 것이고요.

백과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위상이란 진동이나 파동과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어떤 시각 또는 어떤 장소에서의 변화의 국면을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랍니다.
이 글만 봐선 저 역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틉니다.
위상이 뭔지는 모르되 위상이 맞는 것과 안 맞는 것을 찾아보면
위상의 정체가 뭔지 대충 감이 잡힐 것 같습니다.
교련 시간에 발이 맞는 것.
이게 위상이 맞는 겁니다.
걸을 때 손과 발이 조화롭게 움직이는 것, 이것 역시 위상이 맞는 겁니다.
그러니까 손과 발이 동시에 나간 저희의 신체조 선수는
위상이 맞지 않는 걸음을 걸었던 겁니다.

오디오에 있어서의 예라면 좌우의 스피커가 될 수 있겠습니다.
두 개의 스피커에 같은 신호를 넣으면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청취자 쪽으로 스피커의 콘지가 나오든 흑은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든
들어온 신호가 같다면 움직이는 것도 같아야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같은 시간상의 움직임을 말하는 겁니다.
같은 모양으로 움직이긴 하되 한쪽은 들어가는데 한쪽은 튀어 나온다면,
그리고 한쪽이 이미 들어갔다가 나오려고 하는데 그때야 비로소 들어가려 하는 것이라면
그건 위상이 맞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그 위상이 맞지 않으면 다음 그림에서 보시는 것과 같은 찌그러짐이 발생합니다.


image18.jpg

 

 위의 그림은 기음과 모든 배음의 위상이 맞았을 때와
제2차 배음(2khz)의 위상이 90도 틀어져서 합성되었을 때의 파형의 모습입니다.
엄청나게 다르지요?
하지만 스펙트럼만 보면 위상 문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번 말씀드렸듯, 하나의 측정지표만 가지고선 모든 걸 파악하기 어려운 예의 하나입니다.

위상이란 스피커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앰프에서도 물론 위상 문제가 많이 대두 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단순하게 하기위해, 그리고 직관으로 이해하시기 쉽도록,
오늘은 주로 스피커를 통해서 설명 드리고 있습니다.

위상차 찌그러짐이 나타날 수 있는 흔한 경우가 멀티웨이 스피커입니다.
멀티웨이 스피커란 주파수를 여러 대역으로 쪼개고
각 대역용 스피커를 따로 두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고음도 잘 내면서 저음도 묵직한 스피커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무거운 것은 무거운 것을 잘 내고,
가벼운 것은 가벼운 소리를 잘 냅니다.
그래서 일견으로선 스피커가 멀티웨이하면 할수록,
다시 말해 대역분할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있어선 이 위상 문제 때문에 그게 쉽지 않습니다.
신호를 대역별로 나누어주는 장치를 네트워크라고 하는데,
네트워크는 콘덴서와 코일 그리고 저항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코일은 고음이 잘 지나가지 못하고, 콘덴서는 저음이 못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신호를 코일에 걸면 고음은 안 나옵니다.
고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콘덴서를 통과시키면 저음은 걸러지고 고음만 남습니다.
저항은 유닛 사이의 능률을 맞추기 위해 있고요.
근데 전기신호가 콘덴서나 코일을 지나면 위상이 늦어지거나 빨라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행진하는 사람으로 치자면 발이 안 맞는 거죠.
옆 동료는 벌써 한걸음 내디디고 오른발이 나가는데
위상이 느린 놈은 이제야 왼발이 나가는 셈이니 직관적으로도 봐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근데, 또 웃기는 것은 사람의 귀는 이 위상차 찌그러짐에 대해선 아주 둔합니다.
위상차 찌그러짐에 대해선 현재까지도 이견(異見)이 분분한 상태로서
이것과 관련된 논란이 많습니다.
저로선 “잘 모른다.” 편입니다만 윌슨이나 틸 따위의 회사는 이 위상을 맞췄다는 것을
마케팅 전략에 있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윌슨을 미워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위상정합이 잘 되어 좋은 소리가 난다고 광고하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사람의 귀가 위상이 틀어지는 걸 모든 경우에 다 모르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스테레오의 좌우 위상이 맞지 않는 것 따위에 대해선
인간의 귀는 아주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사물에 대한 위치와 거리의 판단에 이 위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니까요.
그러나 동일한 발음원에서 나오는 위상의 어긋남에 대해선
인간의 귀는 말도 못하게 멍청합니다.
위의 그림처럼 심하게 달라지는 파형의 변화라도
동일 음원에서 나오면 인간의 귀는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게,
그리고 멀티웨이 스피커의 네트워크에서 그렇게 위상이 회전하는데도
악기 음색의 판별에 그리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을 보면
파형에 숨겨진 비밀은 아직 충분히 파악되지 않았음에 분명합니다.
그래도 이것 하나-파형엔 분명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되, 기회가 나면 “파형에 들어 있는 모든 정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Comment '6'
  • ?
    강원기 2020.10.21 18:44

    "소리의 구조-6 : 전자악기와 어쿠스틱 악기의 차이"는 저의 그림파일이 없어 생략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글에는 그림이 원래 없어 역시 생략합니다.

  • ?
    깊은강 2020.10.22 14:46

    제 책무를 대신 해주신 강원기 선생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 ?
    강원기 2020.10.23 14:35
    많은 분들이 제가 올린 그림을 보며 윤세욱님의 글을 더 잘 이해하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보람이 되겠습니다.
  • ?
    얕은강 2020.10.28 12:09

    늘 깊은강 형님을 동경하며 그리워하는 얕은강 동생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
    얕은강 2020.10.28 12:08

    강원기 선생님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 ?
    유신철 2020.11.07 10:07

    "깊은강"이 방장이신 "윤세욱"선생님인건 아는데,

     

    "얕은강"은 누구 아이디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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