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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거리성탄예배
  • DrSpark
  • 25.12.31
  • 조회 수: 386

거리성탄예배

 

'거리성탄예배'를 드렸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님을 38번째 거리성탄예배에 초대합니다! 38번째 거리성탄예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탄의 기쁨을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주시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초대장이 2025년 12월에 집에 도착했다. 이에 나는 작은 기부를 한 후에 청량리 '밥퍼'로 향했다. 2023년, 2024년에 이어 3년 연속으로 '거리성탄예배'에 참석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했다.

 

내가 현역장교 시절에는 신답초등학교와 경의·중앙선 철도 사이 도로에서 '거리성탄예배'를 드렸는데, '밥퍼' 건물이 새롭게 건축되고 주변이 정비된 이후부터는 '밥퍼' 앞마당에서 예배를 드린다.

 

'거리성탄예배'는 1988년에 최일도(1957~) 전도사와 노숙인 3명이 청량리 쌍굴다리 아래에서 드린 성탄예배로부터 시작되었다. 교회와 성당의 예배•미사 참석을 거절당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성탄예배였다.

 

최일도 목사는 초대장과 함께 보낸 편지에 "38년 전, 매서운 겨울의 칼 바람 속에서 만났던 작은 형제들은 이름이 아니라 별칭으로 불렸습니다. 넙죽이, 엉망이, 털보, 칼칼이, 벙어리, 찍새 등......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오늘 성탄을 준비하면서 초창기에 이름 없이 살다가신 얼굴들을 떠올리며 많은 회환이 지나갑니다...... 아기 예수님도 예루살렘 성읍이나 왕궁이 아닌 가난한 베들레헴 마굿간에 누이셨습니다. 어둠 속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누우신 이유는 단 하나, 가장 소외된 이들에게 참사랑을 전하고 싶고 그들과 함께 머물기 위해서였습니다....."라고 썼다.

 

'거리성탄예배'에 COVID-19 이전까지는 3,000여 명의 사회적 약자들이 모였으나, 그 이후에는 1,800~2,000여 명으로 줄어들었고, 2025년에는 2,000여 명이 모였다. 예배는 1시간 동안의 성탄축하공연에 이어 찬양과 기도, 성탄메시지(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선포 순으로 진행되었다. 세계인권선언문(30개 조항, 1948년 UN 총회에서 채택)도 낭독•제창했다.

 

처음 '밥퍼'와 '거리성탄예배'에 갔을 때는 참석자들 대부분이 나보다 연장자였는데, 이번에 살펴보니 나보다 나이가 적어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군인 20여 명을 비롯한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행사 안내를 하고, 예배 후에 방한복과 방한키트, 도시락을 나눠주느라 수고하였다.

 

최일도 목사는 군인가족이었다. 그의 선대인은 황해도 출신으로 6.25 전쟁 당시 켈로(KLO : Korea Liaison Office) 부대의 대대장으로 활약했다. 서해 5도와 황해도에서 기습공격과 첩보활동을 펼쳤고, 백령도 북쪽에 있는 16개 섬을 탈환하여 지키다가 휴전이 되어 남쪽으로 이동했다.

 

켈로 부대원들은 대한민국 국군이 아닌, 미국 극동사령부(FECOM) 예하의 첩보부대원 및 유격부대원으로, '이름 없는 영웅'들이었다. 그들은 비밀작전을 수행한 부대 특성상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1994년까지 6.25 참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2012년부터 인천상륙작전 공로 등 그들의 숨은 활약상이 알려지기 시작하여 포상이 이루어졌다.

 

최일도 목사의 선대인도 공적을 인정받아 2013년에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되었고, 2014년에 최 목사 모친에게 훈장을 전수하는 수여식이 수도기계화보병사단에서 거행되었다. 최 목사의 아들이 수도기계화보병사단에 복무 중이어서 사단 연병장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나도 참석해 축하하였다. 그 뒤에 훈장을 켈로 부대의 전통을 이어받은 특수전사령부에 기증하여 현재는 특수전사령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밥퍼' 목사로 널리 알려진 최일도 목사와의 인연은 중령 때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1995》 책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수녀를 아내로, 588사람들을 친구로, 상처받은 이들을 애인으로'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었다. 나는 솔직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내용과 인간 최일도의 예수님 사랑 실천에 자극을 받았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최일도 목사의 아름다운 세상찾기' 이야기이자, '이 시대 나눔 스토리의 고전'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연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장병 정신교육을 위해 초청한 최일도 목사가 부대를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다. 나는 현역장교 시절에 몇 차례 '밥퍼'에 가서 봉사하였고, '거리성탄예배에 참석했으며, 최 목사와 교유를 계속하였다. 특히 36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된 첫 날인 2012년 8월 1일에 버스를 타고 '밥퍼'에 가서 밥을 펐던 일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근자에는 내가 2024년 한글날에 마련한 '내 생각 우리 얘기 감사 만찬' 자리에 최일도 목사가 참석하여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2025년 가을에는 인사동에서 열린 최 목사의 부인, 김연수 사모의 성화전(흡)에 가서 작품들을 감상하고 최 목사 부부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40년 가까이 꾸준하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봉사했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나눔과 김'을 체험할 수 있었던 '밥퍼'와 '밥퍼' 목사에게 고난이 닥쳤다. 낙후되었던 청량리 일대가 재개발되어 초고층 주상복합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밥퍼'를 혐오시설로 간주하고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믿는 종교의 가르침과는 달리, 전형적인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나타났다.

 

동대문구청장은 서울시가 가건물을 철거하고 지어준 '밥퍼' 건물을 불법 건물이라며, 2021년에 시작한 증축공사를 중지하라는 행정명령을 2022년에 내렸다. 건물 사용중지 명령과 2억 8,300만 원의 이행강제금도 부과했다. 최일도 목사는 고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밥퍼'는 억울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12월에 서울행정 법원은 '밥퍼'의 승소를 판결했다. 동대문구청의 항소에 따른 2심 판결이 2025년 성탄절 직전에 있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구청의 항소를 기각했다. '밥퍼'의 승리였다. '밥퍼'는 정당성과 사회적 가치를 법적으로 확인 받았다. 여기에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무료 변론이라는 선행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최일도 목사는 육종암에 걸렸다. 하나님의 보호하심 속에 33번의 방사선 치료가 잘 되어 현재는 건강을 회복했으나, 계속 조심하고 관리해야 하는 상태다. 2023년에 투병 소식을 듣고 '밥퍼'에 찾아갔을 때, '밥퍼' 목사는 봉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투병 선배로서 업무를 위임하고 치료에 전념할 것을 권유하였다.

 

'거리성탄예배' 참석과 봉사 후에 집에 와서 김민기(1951~2024)가 만들고 부른 노래 '금관의 예수(주여, 이제는 여기에)'를 CD로 감상하였다.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 거절당한 손길들의 아 캄캄한 저 곤욕의 거리 / 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 / ../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하소서." 주(Lord)께서 '밥퍼' 및 '밥퍼' 목사와 함께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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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놈이 이긴다."
별 재주 없는 나는 남들 그만 둘 때까지 계속해야 했다.
아니면 남들과의 경쟁을 피해 남들이 하기 전에 먼저 해야 했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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